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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나의 詩는 拙詩다 / 1-92 나의 詩는 拙詩다 / 淸草배창호 달콤한 사랑 시도, 날카로운 풍자시도, 깊은 사색의 시도, 성찰적인 운율(韻律)의 잠언(箴言) 같은 명상적인 직설법도 있을 것이지만, 긍정의 변화는 기대할 수 없고 함축성 있는 표현의 간결미조차 뜬구름 같은 졸작(拙作)이며, 이미지와 동떨어진 비유(比喩)와, 詩 정신과 표현이 결여된 은유(隱喩)가 되었으니, 시적(詩的)인 사유(思惟)의 토양이 어스름 내린 석양에까지 아름답고 유용한 운문으로 정립하지 못한 까닭에 하여, 결코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이지만 세상이 필요로 하는 건더기가 있는 사랑과 詩에 대한 생명을 불어넣는 고민이 있어야 하는 늦깎이의 회한(悔恨)으로 남았다. 詩作= 詩韻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한쪽으로 편협 된, 日記 같고, 散文 같고, 箴言 같은, 치우.. 2022. 6. 11.
접시꽃이 필 때이면(推敲) / 1-91 접시꽃 필 때이면 / 淸草배창호 유월에는 단연코 돋보이는 당신이 있습니다 갸름하고 헌칠한 자태가 돋보이는 지그시 담장을 눈 아래 두고 있는 꽃분홍의 어울림은 바로 환상입니다 향기로운 꽃은 비바람의 시련을 이겨야 하듯 진한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랑이기에 지난 밤이 길었던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아낌없이 선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움도, 비바람이 흔들 때마다 풀물이 짙게 번지듯 오뉴월 불같이 타오르는 마중 없이는 뜨겁게 다가설 수 없음을 알기에 티 내지 않고 그윽이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뉴월 하루 햇볕이 어딘데, 기다림으로 품는 떨림이 저미도록 일어 "단순한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미려美麗한 네, 유월의 환한 접시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2022. 6. 6.
산그늘 / 1-89 산그늘 / 淸草배창호 솔가지 한밤을 상념으로 추적대다 안개비(煙雨)가 온통 사위를 덮고 있다 이미 던져진 주사위처럼 달군 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숨어있다 방심의 허를 찌른다 오늘을 살아가는 온몸을 전율케 하는 흘러가는 구름의 시류時流마저 이랑의 물결처럼 그저 굴곡이라 짓다 보니 빗금으로 그어진 편린에 서성이다 돋을 별 서고 또 날이 저문다 댓잎과 청솔, 푸르름이 닮았지만 이상은 엄연히 다른데 어 이하리야 고랑 물이야 바다에 적을 두었으니 가다 서다 흐름의 까닭이야 어제오늘이 그대로이지만, 마음을 얻지 못한 돌비늘처럼 층층시하 그림자 없는 무영탑無影塔도 호시절 한때, 허물을 벗고 침잠沈潛에 들었는데 어찌 갈애하는 마음을 져버리라 하는가, 차마 임의 그늘을 벗어나지도 못하였는데 "Amazing Grace(피아.. 2022. 6. 6.
청보리 / 1-88 청보리 / 淸草배창호 하늘 치솟은 초록의 얼굴엔 눈이 부신 데 똑 부러진 성깔이 어딜 가겠느냐마는 허파 속까지 맑게 들키며 네게 가는 동안 내리쬐는 햇살에도 도무지 겁이 없더라 풀어헤친 풀물도 동색인지라 하늘 겨눈 도도한 바람처럼 마치 단아한 반석 같아서 게의 치아니 한 사념思念들이 오뉴월 하룻볕이 무섭긴 무섭다 지난날 지지리도 가난했던 보릿고개, 보리사리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내 널, 탕진하고 말 기억하지 못하는 곳으로 거두어 간다고 해도 서러운 건 아니다 풀피리 부는 이랑마다 감자꽃만 흐드러질 터인데 배곯음에 질겅질겅 씹어 먹던 노란 꽃술이 파르르 저미는 찔레꽃 애환을 보니 왜 눈물이 나는 걸까."장사익 - 찔레꽃" 2022. 5. 25.
장미가 피는 오뉴월이면 / 1-87 장미가 피는 오뉴월이면 / 淸草배창호 아름다운 건 눈이 아니라 마음이란 걸 알면서도 곱게 저물 수 있는 네 모습이 윤슬에 씻긴 초록빛 잎새마다 새벽 찬 이슬처럼 전율을 일게 한다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때 되었노라 지고 말 꽃이라 해도 눈부시게 사랑을 향한 행간이 이미 내 안에 흉금 없이 스며든 참고 기다림이 다반사인데 오뉴월, 하늘을 품었듯이 하루가 다르게 스며드는 열정의 이 탄성을 어찌하랴, 가시에 찔려 상처를 남긴다 한들 미려한 널 어찌 모르는 체할 수 있을까 미혹의 경계를 건너고 싶은 바람의 이랑 속에서 환청을 앓는다 해도 미어지도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네게서 첨삭할 수 없는 통속通俗이라며 사랑이기를 배웠으니. "백만송이 - 경음악" 2022. 5. 19.
찔레꽃 / 1-86 찔레꽃 / 淸草 배창호 간밤에 임이 뿌리고 간 추적한 자리마다 풀어놓은 신록에 빠져들 때면 절색은 아니지만 하얀 홑적삼에 노란 수실 빚은 저미도록 아픈 자화상이 잊히지 않는 애환으로 남았습니다 임의 온기처럼 짙어진 숲, 짧은 봄날의 산그늘 번지면 수런수런 바람이 만감을 서리게 하는데도 언제나 이맘때면 덤불 속 하얗게 피운 꽃, 쳐다만 봐도 가슴 저려와 눈시울 적신 시절을 넘나든 아픈 세월이 닳도록 지문이 되었습니다 차마 어쩌지도 못하는 이내 그리움 실금처럼 지난 사랑이 오롯이 파동치건만 땅거미 질 때까지만이라도 외로움을 벗어버릴 때도 되었는데 목메게 보고 싶은 네, 이 한철만의 찔레꽃이 아니라 문득, 하시라도 꺼내 볼 수 있는 속 뜰에 피우는 그대이고 싶습니다"장사익 - 찔레꽃" 2022.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