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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늦가을, 山菊에 취하다 /1-71 늦가을, 山菊에 취하다 / 淸草배창호 산자락 바위틈에 현애로 빚은 山菊이 풀어헤친 군무로 깊어가는 가을이 절창이지만 해 질 녘, 어스름 길 들고 보니 소슬바람은 어쩌자고 꿈에라도 그리운 그윽한 네 향기 가는 세월 붙잡을 수 없음을 한탄해도 찬 서리 오한에 설화雪花를 뒤집어쓴 한철만의 뒤엉킨 그리움마저 낯익은 은유라며 시선을 거두라지만 끝없이 반복되는 오늘 아낌없이 격조를 다 하는 가히 이 계절의 으뜸인데 시절 인연이 서성거린 행간에서 이별을 예감하는 석별의 정인들 어쩌랴, 저무는 해거름이 이렇게 곱게 저물 수 있는 날 담담히 우려낸 만추라는 고조가 있기 때문인 것을 2021. 11. 3.
山菊 (깊어가는 가을에) / 1-70 山菊 (깊어가는 가을에) / 淸草배창호 새벽녘, 뿔뿔이 맺힌 이슬을 붙들고 있는 산비럭 노란 꽃 머리에 서리가 하얗게 앉았다 관조에 든 추색이 절정인데도 밤새 어엿이 운을 띄운 고즈넉이 詩가의 마지막 구절로 놓는 볼수록 빼어난 네, 지천으로 처연히 스며든 그윽한 山菊의 향기는 상고대 핀 도도한 시린 날밤을 속절없이 품고만 있었으니 어찌 흠모로 빚지 않을까마는 오랜 세월 쉬이 물리지도 않았을까, 너무나 바보 같아서 늘 입에 달고 사는 지겹게도 가랑가랑 눈에 콩깍지 씌었는지 모르겠다 "꽃말은 순수한 사랑" 2021. 10. 26.
바람에 내맡긴 갈꽃 / 1-69 바람에 내맡긴 갈꽃 / 淸草배창호 은빛 모래톱이 출렁인다 찬 서리에 가슴 졸이는 날밤이지만 이내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니 바람에 내맡긴 하얀 꽃무릇, 신들린 나부낌이 슬프도록 찬연하다 생을 다한다는 건 지극히 슬픈 일이지만 집착이 없기에 걸림 없이 이무럽게 다가와 검붉게 여물은 가을볕이 그윽한 달빛을 마시는 느낌은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이내 대궁으로 사위어 가면서도 붙잡을 수 없는 홀씨 된 마음, 기약 없는 만남을 알았기에 연 날리듯 그리움일랑 바람에 띄웠으니 저 눈꽃으로 핀 더할 수 없는 사랑을! 2021. 10. 20.
시월은! / 1-68 시월은! / 淸草배창호 취기 어린 홍안을 지척에 두었어도 한발 거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고 품어 안을 수 없는 처연한 조각달이 묵상에 들었다 상강霜降을 앞두고 엊그제 내린 서리에 흐무러진 단풍 물의 빛바랜 애환을 어쩌랴 시월은! 아무리 예찬한 들 눈시울이 글썽이는 까닭은 나도 몰라서 앓고 있는 한 뭉텅 애증의 뿌리일 뿐인데 어쩌다 홀로 굴러가는 낙엽이야 뭐라 말할까 겨울이 오기 전 가을 끝에 오는 여름처럼 떨쳐버릴 수 없어 기억되는 간절한 미련의 조각을, 타들어 가는 일몰조차 을씨년스러운데 관조에 든 솔바람이 필연적이라며 돌아서면 비로소 보이는 이별의 전주곡이 긴 여운으로 남아. 2021. 10. 13.
하얀 가을 미소의 구절초 /1-67 하얀 가을 미소의 구절초 / 淸草배창호 무심코 지나칠 만한데도 이 한철만의 산야에는 그윽한 운치가 눈만 흘겨도 지천으로 잔잔히 늘어놓고 있습니다 소슬바람이 한 소절씩 지나칠 때면 취하도록 깊은 울림이라서 절색은 아닌데도 흉금 없는 회포를 풀어 넘치도록 아련하기만 한 연민입니다 새벽이슬 머금은 채 티 내지 않아도 차마 삼킬 수 없는 입안에 맴도는 애틋한 침묵의 꽃은 엄니의 하얀 옷고름처럼 사랑은, 아낌없는 이런 게 아니든가 싶습니다 시월은, 추억의 소렌자라 멜로디처럼 고즈넉한 내 안에 임이 된 소박한 그리움이고 가을 타는 눈물 겨움 입니다 2021. 10. 11.
山菊 핀 가을아! / 1-66 山菊 핀 가을아! / 淸草배창호 산자락 구석마다 새벽이 놓는 무서리가 내릴 이맘때면 늘 그 자리에 처연하도록 눈부심이 빼어난 꽃의 일생이 그윽한 달빛을 밤새 품었다 토속의 단아한 자태, 어찌 흠모로 빚지 않을까마는 이슥해진 밤이 이슬을 토하듯이 오랜 세월 너무나 바보 같아서 늘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저버리지 않고 함께 할 수 없는 짧은 인연에 왈칵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아, 애절함이 층층으로 빚은 상념의 꽃 속에 망막 넘어 향기가 만들어 낸 환대에도 이내 목전에 이별을 예감하는 양 먼 길을 걸어온 그렁한 눈망울이 꽃을 지고 온 날밤부터 찬 서리에 신열을 앓고 있다 2021.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