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자료)45 (46) 소쩍새 소쩍새 / 淸草배창호 새벽이 이미 기운 으스름달을 물고 있어 앞산 잔솔밭 날 샌 줄도 몰랐다 소쩍소쩍, 밤새 목이 쉴 만도 할 텐데 심금心琴을 켜는 애절한 네 소리에 가물가물 눈꺼풀이 한 짐인 별마저 깨웠을까, 무엇이 그토록 서러워 하얗게 지새웠는지 해 오름은 아직도 이른데 아롱아롱 눈에 밟힌 임의 얼굴에 속절없이 설은 자리를 틀었으나 희붐한 먼동에 어쩌지도 못한 체 구슬픈 현絃을 켜고 있을 뿐이다 2020. 9. 30. (45) 기찻길 그립다 / 淸草배창호 그립다 이 내 그리움이 방울방울 이슬 되어 심연에 하나 가득 절절한 멍울 꽃이 아프게 아립니다 타다 만 가슴 한쪽은 숯등걸 되었으니 쌓이는 건 한숨이고 채색하다 만 바보 같은 아린 마음 하나입니다 2020. 9. 30. (44)은행잎 가을에 부치는 편지 / 淸草배창호 철 따라 꽃이 아름다운 건 향기에 홀렸기 때문이라지만 쳐다만 봐도 설레는 이 동공의 기쁨은 햇살 안긴 봄바람에서 눈꽃 매단 가지 끝까지 온통 헤집고 다니는 임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한때, 초록의 잎사귀도 노랗게 물들어 만추에 비틀거린 붉게 타오른 한 소절素節의 머무름도 갈 때는 아낌없이 소진하고 가는 겉치레 없는 수채화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하나 귀하지 아니한 것 있겠냐 마는 저만치에서 진달래 핀 날도 있었건만 오고 감이 자유로운 저 바람의 행보처럼 회한이 남지 않는 한 닢의 낙엽마저 혼신을 다한 시절 인연이기 때문입니다 2020. 9. 15. (43)코스모스 가을 소곡 / 淸草배창호 해맑은 낯빛이 그윽한 청자를 빚었다 고추잠자리 스산한 해거름인데도 구애가 한창 시시덕 휘지르며 서슬 퍼런 영화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몰랐다 메밀밭 소금 꽃이 그렇고 낭창한 코스모스가 그렇다 빼어난 곡선은 아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곁 지기를 빼닮았으니 어쩌랴 호젓한 네, 무망에 걸린 갈꽃 대궁으로 남아 곰삭은 한 때도 이내 사위어 가는데 잘난 시절 어디에 두고 갈바람이 이내 거두어갈지라도 딱, 이만 치면 욕심이 아닌데도 혼신을 불어넣는 사색에 베갯머리 뉘었으니 텅 빈 무심만 훠이훠이! 가을 앓이에 서늘한 그리움만 귀로에 든다 2020. 9. 13. (42) 곳간의 공허 곳간의 공허 / 淸草배창호 난해한 행간을 더듬다 신열을 앓아 금 간 틈새로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한 술, 행여 건질 수 있을까 싶어 기우뚱거려도 가슴과 머리가 따로 놀아 시류詩流의 멍에에 골 살만 앓고 있다 모난 말들이 터를 잡기까지 회색빛 일색이고 분별조차 쳇바퀴에 길든 한통속, 한여름 햇살에 잘 달구어진 구릿빛으로 아람일 듯 여문 조합의 잉태는 아직도 감감하니 빛바랜 세월만 너절하게 깔려있어 이 아니 슬프다 하지 않으리. 사랑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하고 시를 쓸 수 있을 때 열심히 시를 쓰라 하는 지인의 시구詩句가 정답일지 모른다 나는 오늘도 줍고 있다 허공중에 널브러진 편린片鱗을 2020. 8. 31. (41) 진달래 진달래는 피었건만 / 淸草배창호 새벽녘, 서산마루에 걸려 있는 낮달 같은 초승달을 보고 있노라니 잠 못 이룬 두견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솔가지도 이내 봄 순을 밀어낼 터이고 떨칠 수 없는 애환으로 남겠지만 초록의 풀물이 든 산등성이 솔가지 아무렴 네, 어찌 잊을까 마는 그리움이 퇴적처럼 쌓여 돌 비늘이 되었다 쉬어가는 봄바람 늘어 잡고 짐짓 모른 체 뒷짐만 지고 있으니 유별나게 빼닮은 네가 싫다 언제인가 떠날 임처럼 온통 분홍빛 물결이 기다렸다는 듯이 진달래 지천으로 자분자분, 춘정春情이 불사르면 약도 없다 하거늘 어쩌랴 피할 수 없는 바람인 것을. 2020. 8. 31.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