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그늘 / 淸草배창호
솔가지 한밤을 상념으로 추적대다
안개비(煙雨)가 온통 사위를 덮고 있다
이미 던져진 주사위처럼 달군 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숨어있다 방심의 허를 찌른다
오늘을 살아가는 온몸을 전율케 하는
흘러가는 구름의 시류時流마저
이랑의 물결처럼 그저 굴곡이라 짓다 보니
빗금으로 그어진 편린에 서성이다
돋을 별 서고 또 날이 저문다
댓잎과 청솔, 푸르름이 닮았지만
이상은 엄연히 다른데 어 이하리야
고랑 물이야 바다에 적을 두었으니
가다 서다 흐름의 까닭이야
어제오늘이 그대로이지만,
마음을 얻지 못한 돌비늘처럼
층층시하 그림자 없는 무영탑無影塔도
호시절 한때, 허물을 벗고 침잠沈潛에 들었는데
어찌 갈애하는 마음을 져버리라 하는가,
차마 임의 그늘을 벗어나지도 못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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