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의향기/여름의 詩編28 호우豪雨 / 3- 55 호우豪雨 /淸草배창호 금방이라도 하늘 낯빛이 심상찮다 잿빛이 사방으로 시야를 가려 풍전등화를 앞세운 두 눈 부라리는 사천왕의 위용처럼 칠흑의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한 치 앞의 일촉즉발이라 예전에 질박했던 도량들이 만상萬象이 서로 엉킴으로 시금석의 주춧돌 이루었는데 욕망의 덫으로 내 알 바 아니라는 심보로 극단으로 치닫는 윷놀이 판의 도가 아니면 모라는 오기의 마음 같아서 사전에 선전포고 없이 무작정 아옹다옹하는 이 시대의 두 얼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열대야에 쇠 등에 내리던 소나기는 익살스러운 정겨움인데 이내 들녘을 삼키고 산허리를 베어먹는 저 심보를. Cusco(쿠스코) - Galapagos(갈라파고스) Galapagos - Cusco 쿠스코 2024. 8. 20. 싸리꽃 비에 젖어도(3) / 3- 46 싸리꽃 비에 젖어도 /淸草배창호 청록 산수에 물들인 보랏빛 사랑이 앙증한 궁합의 싸리꽃 피울 즈음 하마, 기다렸듯 장맛비 몸 풀러온다 윤기 머금은 잎새마다 수려한 동색으로 옥구슬 굴리듯 산야의 득음을 놓는 초록의 세상 쳐다만 봐도 가슴 설렌다 옛적 고샅에는 흔하디흔한 싸리 울타리 사립문짝에도, 하다못해 몽당비 마당에 나뒹굴곤 하였는데 부슬부슬 잠비의 녹우綠雨가 또르르 굴러도 소담한 자연의 진풍경, 있는 듯 없는 듯 초야에 묻혀있는 아낙의 다소곳한 정감이 예나 지금이나 수더분한 정을 잃지 않았으니 초혼初昏까지 넘쳐나는 실바람처럼 성찬이 아닌데도 진종일 서성이는 벌들의 입맞춤에 차마 외로울 새조차 없겠다 초혼初昏= 땅거미가 지기 시작할 무렵 이필원 - 바람아 실어가라이필원 - 바람아.. 2024. 6. 28. 소쩍새 / 3- 45 소쩍새 / 淸草배창호 새벽이 이미 기운 으스름달을 물고 있어 희붐한 잔솔밭 날 샌 줄도 몰랐다 소쩍소쩍, 밤새 목이 쉴 만도 할 텐데 심금心琴을 켜는 애절한 네 가락에 가물가물 눈꺼풀이 한 짐인 별마저 깨웠을까, 해 오름은 아직도 이른데 무엇이 그토록 애닳아 하얗게 지새웠는지 아롱아롱 눈에 밟힌 임의 얼굴에 속절없이 설은 자리를 틀었으나 하마, 안개 이슬에 젖은고적孤寂을 깨우는 아스름한 먼동에 어쩌지도 못한 속울음 그리움에 우짖는 소쩍의 구슬픈 연가 해뜨는집- (팬플룻 연주곡)해뜨는집 (팬플룻 연주곡) 2024. 6. 24. 山野에 핀 원추리(野萱草) / 3- 42 山野에 핀 원추리 (野萱草) /淸草배창호 녹우綠雨가 쉬엄쉬엄 내리는 유월에는 잎새마다 충만해지는 윤기가 이슬을 구르는 조촐한 모습이 절창인데 초록의 산야를 주황의 꽃등으로 한 획을 긋는 들 원추리(野萱草), 비바람에도 휘지 않는 고아한 맵시는 토속 미가 찬연히 피어난 팔등신이래도 바라보는 일조차 그윽한 즐거움이다 연蓮이 없는 연못을 생각할 수 없듯이 유월의 산야에 홀로 득음得音을 누리는 것처럼 소리를 보고, 향기를 들을 수 있는 망우초忘憂草의 기다림 하나만으로도,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마음을 올 고이 사르는 모애초母愛草처럼 넘나물의 깊은 옛적 기억이 순환으로 울려 퍼지는 적요한 그리움이다팬풀룻연주 - 옛동산에 올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들지만 꽃 줄기 끝에서 가지가 갈라져.. 2024. 6. 9. 망초! 풀물이 닿는 곳이면 /3- 41 망초! 풀물이 닿는 곳이면 / 淸草배창호녹우綠雨가 한줄기 그리운 유월이지만 풀물이 머물러 닿는 곳이면 꼭 엄니의 무명 저고리 같은 곱살한 맵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영판 갸름한 국화를 닮았구나 망국의 설움을 딛고 선 끝은 어딜까마는 토착의 뿌리를 내리기까지 먼발치에서 보면 남실대는 풀숲이 딱인데때아닌 봄눈을 뒤집어쓴 묵정밭처럼 들녘의 메마른 바람 소리만 듣다가 뻐꾸기 뻐꾹 우는 소리 한없이 애잔하다망초도 꽃이냐고 지지리 홀대당하면서벌판을 쓸고 온 바람으로 허기를 채우는 억척이 눈물겹도록 몸에 밴 보란 듯 시절 인연을 쏟아내듯이 외따로운 이국異國의 설움에 사치 없는 그리움만 꽃 사태가 되었으니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 "멀리 있는 사람을 가까이 오게 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 2024. 6. 2. 유월 미려美麗 / 3- 40 유월 미려美麗 / 淸草배창호 초록 비를 뿌리는 소만小滿의 어스름 녘, 바다를 닮으려 하는 이맘때면 유월의 담벼락에 옹기종기 접시꽃이 수더분한 고만고만 정겨움을 쌓은아취가 시절 동행의 한 획을 이룹니다 녹의綠衣 유월은, 빛살마저 분수같이 쏟아지는 절대적,빛과 그림자 같은 사랑한다는 것은 주는 일이요 나누는 일이라서 연민의 간이역 기적소리와 같습니다 풀피리 소리에도 귀 기울였던 그 시절 찔레꽃 장다리 씹어먹은 잔솔밭 시오리 길도 대나무 바람 소리에 스쳐 간 옛날이지만, 두고 온 고향 산천은 즈려밟고 가도 좋을 초록 융단을 펼친 아름답고 고운 유월입니다 박인희 - 스카브로우의 추억박인희 - 스카브로우의 추억 2024. 5. 26.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