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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물의 노래 / 2- 10 물의 노래 / 淸草배창호 짙어가는 가을 어둑살이 깔리기까지 두엄불이 엊그제였었는데 층층시하 단풍머리 얹은 가지의 잎새마다 연지臙脂 찍은 매무시가 천연스레 마구 흔들어 놓습니다 지난 장맛비에 찰지게 빚은 복숭아는 잉걸불처럼 눈부신 봄날을 아직도 꿈꾸고 있는지 몰라도,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는 오늘의 선택이 가고 옴도 때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간절함이 기억되는 그루터기에 핀 옹이처럼 오직 외곬의 바보 꽃 하나,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그리움만 적요한데도 生이 다하도록 닿을 수 없는 하늘이고 포용만 허락하는 품을 수 없는 바다입니다! Johnny Dorelli - Limmensita(경음악) 2022. 10. 21.
회상回想 / 2- 9 회상回想 / 淸草배창호 때 잃은 가을비가 마당귀에 추적대는 기억을 들이키며 남모르게 가는 동안 실금 새겨진 오롯한 파동을 짓밟으며 보란 듯 넘나듭니다 허파 속까지 탕진하고 말 날 선 심통인들 세월의 무게에 이미 무디어 버렸어도 가만 생각해보니 반석처럼 우뚝한 갈애하는 마음이 돋을 별처럼 둥지를 틀었을 때부터 긴 그리움의 시작이었습니다 생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버리지 못한 애착이 저물고 저물어서 온몸을 전율케 하는 애달픔의 소리, 세파에 거슬려 퇴적을 이룬 미망일지라도 꽃무릇 닮은 선의에 아낌없는 의미를 두려 합니다 이 그리움의 끝은 어딘지 모르지만 달빛에 일렁이는 윤슬처럼 동고동락한 길라잡이 되었고 허튼 삶이 아니길 위안으로 삼는 풍화로 절인 이끼 같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Anne Murray -.. 2022. 10. 19.
겉과 속 닢 / 2- 8 겉과 속 닢 / 淸草배창호 눈이 부시도록 관념의 바람이 두렵다 해묵은 각질이 층층으로 쌓여 창백한 굴절로 음각돼 이슬처럼 사라지고 말 탕진을 짓밟으며 헛바람이 잔뜩 든 신음하는 복어같이 동동 떠 있는 섬이 되었다 쪽빛을 향해 핍진하게 묘사하는 일조차 광장의 함성이 분수와 같아서 맑은 조망을 펼쳤으면 하는데도 감각을 잃은 파도의 애환이 보루의 벽마저 허물어 혼탁의 민낯인 한계의 대척점일지도 모른다 조류潮流에 표류하는 변천이라면 추종은 있어도 전횡을 긋는 중독의 덫은 늘 처음이 문제이지만 통념의 이름을 도용하는 것들이라서 우듬지의 속 잎을 감싸는 겉잎처럼 푸른 바다의 포용을 닮아야 하듯이!안단테 - 그녀의 눈물 2022. 9. 30.
가을 소곡 / 2- 7 가을 소곡 / 淸草배창호 해맑은 하늘이 그윽한 청자를 빚었다 고추잠자리 스산한 해거름인데도 구애가 한창 시시덕 휘지르지만 잠깐 머물다 갈 시절 인연 앞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몰랐다 빼어난 곡선은 아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그렇고 휘영청 별 무리가 외등처럼 걸려 있는 메밀밭 소금꽃이 그렇다 곰삭은 한때도 사위어 가는 데 어쩌랴 호젓한 네, 애써 바라다 꽃대궁으로 남아 서릿바람이 이내 거두어갈지라도 달그림자 서린 댓 닢 소리만큼이나 깊은 그리움, 딱, 이만 치면 욕심이 아닌데도 밀물처럼 혼신을 불어넣는 사색의 베갯머리에 뉘어 텅 빈 무심만 훠이훠이! 가을 앓이에 서늘한 그리움만 귀로에 든다Giovanni Marradi - Una Lagrima Furyiva 2022. 9. 27.
상사화相思化 / 2- 6 상사화相思花 / 淸草배창호 귀뚜리 울어대는 일은 가을의 이맘때면 접싯불처럼 가물가물 전설을 피우는 그리움이 있습니다 곤비한 달빛에 문드러진 가슴 한쪽 슬픈 언약이 꽃술에 아롱아롱 매달린 체 그윽한 유정을 차마 어쩌지 못해 토혈을 쏟아 생의 불꽃을 지피는 상사화! 이제나저제나 오직 당신이지만 어긋난 각들이 살 속을 파고들듯이 금 간 담벼락마다 어룽어룽 고인 갈피를 잡지 못해 천지도 분간 못 하는 구름에 가린 낮달 같은 애절한 넋이여! 뒷담 벼락에 놓을까, 소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하매나 기다리다 화석花席이 된 네, 핏빛 눈물샘, 애달프도록 벼린 상흔만 한탄에 겨워 시리도록 소복이도 늘렸더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움,""Salvatore Adamo - L'amour Te Ressemble" 2022. 9. 20.
달맞이꽃, 이 한철에는 / 2- 5 달맞이꽃, 이 한철에는 / 淸草배창호 맹위를 떨치는 이 한철에는 한줄기 소나기가 금쪽같이 그리울 테지만 달맞이꽃, 그렁그렁한 안부도 사치라는 풀뿌리의 억척을 그대로 닮았을까 밤낮이 바뀐 줄도 모르고 홀로 품어 안고 삭혀야만 했을 애수哀愁에 젖은 네, 차마 안쓰럽기만 한데도 오직 말없이 사랑하는 까닭에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노랫말처럼 한낮엔 풀죽은 여린 네 모습이지만 네 생애 속에 뛰어든 백야白夜에는 애써 감출 수 없는 이 화색을 어쩌랴, 동동 한밤을 지새운 망부석처럼 희뿌연 사위가 그저 나 몰라라 소나기를 사랑하는 것과 같이 신음하는 대궁의 속뜰이 동트는 것조차 서러워 새벽이슬 정인의 눈물 되어 구르는 것을. "메기의 추억(팬파이프 연주)" 2022.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