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만월滿月/시.6 만월滿月 / 淸草배창호 정월은 질어야 하고 팔월은 맑아라, 첫 단추는 옳게 꿰매었으니 정월에는 꽃잎 같은 봄눈이 한창이라서 정결한 백의白衣가 너푼대는 눈 덮인 장독간처럼 초례를 치르는 첫 달이 가히 눈부시게 옹골차다 뒷동산 마루에 걸린 만삭의 복사꽃 달을 향해 청솔가지마다 이어 온 세습의 넝쿨에는 민중의 소리가 하늘을 꽉 메워 진통 없는 한해를 빌어보는데 가질 수 없는 휑한 마음이면 어떠하리 뻥뻥, 부럼 깨문 대나무 타는 소리가 진동하는 꽉 찬 원경圓鏡이 더없는 돛이 되었다 "圓鏡은 滿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020. 6. 21. 섶이 침잠에 들다/시.5 섶이 침잠沈潛에 들다 / 淸草배창호 넘치지도 말고 꺾이지도 말고 더도 말고 딱 그만치 겨우살이라는 것이 꾸덕꾸덕한 한 철 덕장이지만 세월 때에 거슬린 회색빛으로 얼룩진 처마 곳곳에 송곳니처럼 매달린 엄동이 호시탐탐 오한에 들었으니 윙윙하고 울어대는 바람의 심보에 대숲은 마냥 서럽다 빈 가지에 걸린 고요한 조각달이 왜 이리 시리도록 긴 밤은 하얗게 오금 저린지 한때 잘나가든 그 시절들은 깡그리 태워버린 옛사랑이 되었어도 웅크리며 날 샌 시름을 다독이고 회유해도 차마 더 무엇이 서럽다고 애태울까 자고 나면 먼동이 트고 초연히 그 자리에 가고 옴도 놓지 못하고 흔들리는 마음이 문제인데. 2020. 6. 21. 길을 잃었다/시.3 길을 잃었다 / 淸草배창호 타고난 바탕처럼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 옳고 그름 또한 이분법의 양립이라 생각하겠지만 가늠할 수 없는 선을 그어 놓고 겨울밤 찬 서리쯤이야 하는 만용의 객기를 부린다 한기에 비틀거리는 보도블록 틈새에도 생명이 잉태되듯이 이상을 펼치려 하늘의 날갯짓이 서슬 퍼런 난간에 걸려 변방으로 내몰릴지라도 내 안에 방황하는 무지를 차마 어이할까마는 주류를 향한 헤아릴 수 없는 행간을 넘나든다 굴곡이 때론 그저 버겁기만 해도 참을 이루어가는 붙박이의 과정일 뿐인데 토악질의 활개가 진저리쳐도 통속이라는 어휘에 놀아나는 경계에 곡선이라는 비유마저 갈 곳을 잃었다 쪽빛에 동동 떠다니는 달을 보고 있노라니 거치는 것 없는 마음 하나쯤 걸어두고 싶은데 부질없는 욕심일까, 교만일까 동녘의 햇살은 올 .. 2020. 6. 21. 이전 1 ··· 42 43 44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