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의향기/겨울의 詩編29 하얗게 저문 밤 / 3- 79 하얗게 저문 밤 / 淸草배창호 아린 바람이 대숲을 마구 휘젓고 엊그제 환한 만월滿月이 기력이 다했는지 칠흑을 배회하다 눈썹달이 상고대 핀 가지에 걸려 시린 밤이 얼고 녹기를 담금질하고 간밤 솔가지에 쌓인 폭설의 흔적이 소복소복한 젖무덤을 쌓아눈 속에 파묻힌 푸르름이 가히 일색이지만, 황량한 벌판에 으스러진 억새의 침묵이 눈물겨울 뿐입니다 허허벌판에 밤새 훑이고 간 흔적들만 하얗게 내려앉아 맹위를 떨치는 설원에 도취해 휘둘리고 싶지 않았는데도 송곳니 같은 한기는 분신을 쫓고 있어 툇마루에 내리쬘 한 줌 볕이 참 그립습니다 홍순지- 은자의 노래홍순지 - 은자의 노래 2025. 2. 5. 세한歲寒의 밤 / 3 - 78 세한歲寒의 밤 / 淸草배창호 그믐밤이 초승달을 재촉하고 삭풍에 내맡긴 눈꽃은 그저 침묵으로 일관해도 환한 네, 일탈이면 어떠냐며 방점傍點을 찍었다 이별은 만남을 위한 준비라지만 심연深淵에 잠긴 질곡을 처마 끝 외등처럼 걸어두고 싶어도 아름다운 것일수록 머무름도 짧아 떼려야 뗄 수 없는 빛과 그림자처럼 져버릴 수 없는 몹쓸 정을, 시간과 조류는 기다려 주지 않는데 날 새면 홀로 멀어져 있는 통정通情하길 바라는 마음인데도 내 안에 직관이 꿈적도 하지 않으니 꽃이리라면 어 이하래! 눈꺼풀만 하얗도록 무겁다 "꽃이리= 꽃이 필 무렵" Autumn Leaves / Eva Cassidy 2025. 2. 1. 눈보라의 전음傳音 / 3- 70 눈보라의 전음傳音 / 淸草배창호 낮달이 푸념을 늘어놓은 것인지 무슨 사연이 그토록 밤낮도 잊었든가 일순, 진눈깨비의 강과 바다를 밀어내치는 온통 모순의 잿빛투성이다 풍향을 되돌리려는 과녁을 향한 조류는, 앞뒤도 없이 호도하는 단면을 보니 이미 사선을 넘고 바닥의 민낯까지, 곡절의 시시비비조차 삼켰다 게눈감추듯 무엇을 저질렀는지도 모른 체 냅다 움켜쥔 속내를 보라! 뒷걸음치지 않는 시간 앞에 취기의 망상에도 싸리비 내리듯 사분오열四分五裂하는 취설吹雪,마중물로 다가올 기대치라 한다지만 켜켜이 쌓아 올린 얼마저 뿌리조차 흔들리는 회한의 멀거둥이는 바람이 전하는 속내를 얼마나 알고나 있을까. "멀거둥이 白痴의 방언" Various Artists - Into SilenceVarious Artists - I.. 2024. 12. 19. 세한歲寒을 보내면서 / 3- 23 세한歲寒을 보내면서 / 淸草배창호 매화의 망울이 터질듯한 雨水인데도 아린 바람이 대숲을 마구 휘젓고 한겨울의 모난 서릿발에서 머물 때는 몰랐지만 연륜의 쳇바퀴에 선 성성星星한 이 외로움을 어떻게 할까, 간밤에 울 어에는 문풍지처럼 마지막 잎새마저 훨훨 던져버린 세월의 탓을 보고 있으면 황량한 벌판, 바람 앞에 쓰러진 억새의 슬픈 사랑을 알 것만 같은데 창호에 밤새 훑이고 간 정적만 칼바람 부는 네 생애 속에 수런수런 내려앉은 송곳니 같은 미련이 강물처럼 되돌아올 수 없는 옹이가 된 애착만 나이테처럼 쌓이건만 바람벽을 대신할 한 줌 볕이 참 그립습니다 "성성星星하다" (형용사) 머리털 따위가 희끗희끗하게 세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바이올린곡) 기차는 8시에 떠나네(바이올린곡) 2024. 2. 18. 복수초福壽草 피는 2월에는 / 3- 22 복수초福壽草 피는 2월에는 간밤, 까치발로 다가선 봄비에 복수초 피는 봄의 서막을 울리면서 소소리바람에도 이무럽게 다가와 깊어져 가는 사랑과 그리움으로 관성의 먹먹한 빈 가슴 채운다는 건 엎치락뒤치락 넘나드는 엄동의 밤을 눈 속, 기슭에 가랑잎 파르르 헤집고서 고요하고 맑은 아득한 태곳적 온기를 저버릴 수 없는 도도한 물결로 서려 붙은 고진감래를 덧없이 펼치건만 풍미風靡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네 속에 해빙解氷의 호젓한 상생의 판놀음으로 눈부신 봄의 시작이 되고 싶은데도 겉 속이 따로 노는, 위선의 찬 바람 치는 언로言路처럼 목쉰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쉬이 닿을 수 없는 거칠은 들녘이런가 풍미風靡 명사 바람에 초목이 쓰러진다는 뜻으로 Frank Pourcel - Merci cheri Frank Pourc.. 2024. 2. 13. 엄동嚴冬 / 3- 20 엄동嚴冬 / 淸草배창호 미망迷妄에 찬 댓바람 소리에 먹물을 가득 묻힌 엄동嚴冬에는 안팎이 따로 없이 퀭하게 앓고 있는 먹먹한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시린 어깻죽지 움츠리게 하는가, 웃풍이 거세지는 벼린 발톱에 긁힌 공수표에 묻힌 지난날은 잊어야 한다는 눈 무게만큼이나 눈부신 한때도 목판화의 독백 속으로 숨은 언약, 딱 그만치라는 걸 알았을 때 침잠沈潛에 들게 한 정곡을 찌른다 해도 고적孤寂한 나목이 삼켜야 할 응어리마저 외따로이 주검 같은 목쉰 허랑한 빛살을, 솔가지에 걸린 하현달 아미에도 밤새 서리꽃 하얗게 피었다 Ernesto Cortazar - Love and Tender Ernesto Cortazar - Love and Tender 2024. 1. 25.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