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의향기/겨울의 詩編29 세한歲寒을 보내면서 / 3- 23 세한歲寒을 보내면서 / 淸草배창호 매화의 망울이 터질듯한 雨水인데도 아린 바람이 대숲을 마구 휘젓고 한겨울의 모난 서릿발에서 머물 때는 몰랐지만 연륜의 쳇바퀴에 선 성성星星한 이 외로움을 어떻게 할까, 간밤에 울 어에는 문풍지처럼 마지막 잎새마저 훨훨 던져버린 세월의 탓을 보고 있으면 황량한 벌판, 바람 앞에 쓰러진 억새의 슬픈 사랑을 알 것만 같은데 창호에 밤새 훑이고 간 정적만 칼바람 부는 네 생애 속에 수런수런 내려앉은 송곳니 같은 미련이 강물처럼 되돌아올 수 없는 옹이가 된 애착만 나이테처럼 쌓이건만 바람벽을 대신할 한 줌 볕이 참 그립습니다 "성성星星하다" (형용사) 머리털 따위가 희끗희끗하게 세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바이올린곡) 기차는 8시에 떠나네(바이올린곡) 2024. 2. 18. 복수초福壽草 피는 2월에는 / 3- 22 복수초福壽草 피는 2월에는 간밤, 까치발로 다가선 봄비에 복수초 피는 봄의 서막을 울리면서 소소리바람에도 이무럽게 다가와 깊어져 가는 사랑과 그리움으로 관성의 먹먹한 빈 가슴 채운다는 건 엎치락뒤치락 넘나드는 엄동의 밤을 눈 속, 기슭에 가랑잎 파르르 헤집고서 고요하고 맑은 아득한 태곳적 온기를 저버릴 수 없는 도도한 물결로 서려 붙은 고진감래를 덧없이 펼치건만 풍미風靡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네 속에 해빙解氷의 호젓한 상생의 판놀음으로 눈부신 봄의 시작이 되고 싶은데도 겉 속이 따로 노는, 위선의 찬 바람 치는 언로言路처럼 목쉰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쉬이 닿을 수 없는 거칠은 들녘이런가 풍미風靡 명사 바람에 초목이 쓰러진다는 뜻으로 Frank Pourcel - Merci cheri Frank Pourc.. 2024. 2. 13. 엄동嚴冬 / 3- 20 엄동嚴冬 / 淸草배창호 미망迷妄에 찬 댓바람 소리에 먹물을 가득 묻힌 엄동嚴冬에는 안팎이 따로 없이 퀭하게 앓고 있는 먹먹한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시린 어깻죽지 움츠리게 하는가, 웃풍이 거세지는 벼린 발톱에 긁힌 공수표에 묻힌 지난날은 잊어야 한다는 눈 무게만큼이나 눈부신 한때도 목판화의 독백 속으로 숨은 언약, 딱 그만치라는 걸 알았을 때 침잠沈潛에 들게 한 정곡을 찌른다 해도 고적孤寂한 나목이 삼켜야 할 응어리마저 외따로이 주검 같은 목쉰 허랑한 빛살을, 솔가지에 걸린 하현달 아미에도 밤새 서리꽃 하얗게 피었다 Ernesto Cortazar - Love and Tender Ernesto Cortazar - Love and Tender 2024. 1. 25. 그 겨울에 / 3- 19 그 겨울에 / 濛雨배창호 밤새 훑이고 간 벼린 발톱에 서릿발로 겨워 낸 하얗게 피운 꽃 긴긴 동지섣달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소한小寒 집에 마실 간 대한大寒이 얼어 죽었다는 생뚱맞은 소리까지, 엇박자 속에 이미 계절의 감각을 져버린 가고 옴의 절묘한 조화는 뒷전이라서 애틋하게 끝난 것도 없고 설레게 시작한 것도 없이 모나지 않게 조약돌처럼 둥글어지라 한다지만 먹물을 뒤집어쓴 겨울이 연신 신열을 앓아 아리고 매운 북풍으로 아무 때나 몰아치고 야단으로, 날로 법석거리며 내린 뿌리는 홀로 견뎌야 했을 기울어진 세파에 늘, 한쪽 발이 시렸는지 모르겠다 푸석푸석한 어둠의 정적만 쫓지 말고 시린 밤이 얼고 녹기를 기다리지 말고 소복한 눈송이에 묻히고 싶은 땅에 닿지 않은 봄을 기다리듯 툇마루에 앉아 내리쬘 한 줌 .. 2024. 1. 19. 동박새와 동백冬柏 / 3- 15 동박새와 동백冬柏 /淸草배창호 밤이 길어 꿈도 길다는 동짓달 철썩이는 파도 소리만큼이나 홀로 견뎌야 했을 고적孤寂한 밤을 밀어내듯이 아스라이 펼쳐진 젖빛 해무海霧에 엉킨 달마저 희붐한 창가에 걸렸다 진눈깨비 휘 내리는 잔상의 끝 달에 동백꽃 만발한 향기로운 서정이 깃든 남쪽 섬에 흔한 텃새지만 붉도록 꽃술에서 미혹에 들게 하는 달달한 꽃물을 어이 마다할까, 본디를 이루는 베풂의 미학인 것을 시린 바닷바람도 늘 익숙한 일이라서 송이채 툭툭, 하늘을 향해 맑고 빼어난 토혈을 쏟고 있는 놓고 가는 결 고운 빛살만큼이나 눈가에 두룬 흰 테처럼 이쁜 꽃받이로 동숙하는 동박새, 군무群舞에 해지는 줄 모른다 "동박새" 동백꽃은 향기가 없는 대신 강한 꽃의 색으로 불러들여 꽃가루받이한다 Laura Pausini , R.. 2023. 12. 17. 겨울비 / 3- 14 겨울비 / 淸草배창호 삭막한 동토凍土의 황량한 기슭마다 마른 거죽으로 변해버린 산하의 들녘은 휑하도록 스산한데도 벌판을 쓸고 온 바람처럼 황톳빛 먼지가 일어도 낯설지 않아 겨우살이가 혹독하다는 건 새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낙엽 교목만 즐비한 산등성에 잎이 진 마른자리마다 골바람에 바스락대는 가랑잎에 뿔뿔이 맺힌 이슬로 내리 젖 물리듯 품어 안는 겨울 빗소리! 허허롭다는 말에 의미를 두지 않았어도 시몬, 의 낙엽 밟는 소리마저 일깨우는 싸락눈 내리듯 스밈으로 와닿는 작은 스침조차 촛불 같은 생기를 불어넣는 겨울비는 사랑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촛불 켜는 밤 / 양하영 2023. 12. 13.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