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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하얀 목련 / 1-77 하얀 목련 / 淸草배창호 꽃 속엔 달달한 바람이 인다 흰 눈의 허기처럼 눈에 잡힐 듯 속살 어루만져주는 봄비마저 음핵 간지러운 산 뻐꾹새 울음소리에 섞어 감추어 둔 혀를 내민 살 내음 나는 그리움, 가슴을 적시는 생명의 입김이 안개처럼 보얗게 새움이 터지는 언덕배기에 매번 꽃샘바람의 가슴앓이에도 춘정春情의 하얀 미소에 눈이 부시고 촉촉해진 입술에 입맞춤하고 싶은 서정적인 자지러지는 그런 날이다 이미 스며들 때로 스며든 가려둔 속 뜰을 꽃피우듯 나를 흔들려고 하는 이 봄날, 끝내 입속에서만 구르는데 바르르 눈시울이 신열을 앓고 있는데도 내칠 수 없는 순백의 나신이여! "하남석 - 바람에 실려" 2022. 3. 29.
산수유의 봄 / 1-76 산수유의 봄 /淸草배창호 남쪽 가지에 매달린 봄의 전령이 시렁에 맺힌 햇빛처럼 지평의 행간에는 아픔만큼이나 앳된 성숙을 빚은 차고도 맵게 들쑤시는 봄이 덕지덕지 튼 수간樹間마다 동공조차 깍지 씌운다 퀭한 오한의 동토凍土에서 엄동을 털고 온 춘정春情이 있었기에 이슬을 탕진하며 가는 동안 눈을 틔웠고 서정抒情을 귀띔해 주는 속 뜰인 줄 모르고 이맘때면 눈부신 미혹이 춘몽 같아서 환하게 부풀어 오르는 노란 꽃별의 전사들, 툇마루에 걸터앉아 흠모하는 탄성의 이 신음을 어찌할까 한때도 잠시 잠깐이라 해도 어느 날 문득 하나의 예리한 통증으로 살아난다는 걸. 알았을 뿐이라지만 가히 볼수록 생색을 낼 만도 해 "Evening Bell(저녁 종소리) - Sheila Ryan" 2022. 3. 26.
물 흐르듯이 / 1-75 물 흐르듯이 / 淸草배창호 침잠沈潛한 바윗골 아래 머문 네가 겨우내 꽁꽁 언 줄 알았는데 오직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잔잔한 떨림이 내 곁에 머물러 끝없이 전율을 일으킨다 정녕 눈으로 보거나 만질 순 없어도 그대 발길이 머문 곳은 사랑의 그림자 되어 꿈으로 끝나지 않은 그리움만큼이나 긴 밤을 지새워도 밉도록 저미어서 온통 일렁이는 환영을 어이 하래야! 날더러 끝없이 머물도록 강물도 품어 안는 ​바다 같이 닮으라 하는데 사랑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한 만남으로 기쁨을 완성한 것처럼 2022. 3. 19.
봄비!절실한 심정을 알고나 있을까 /1-74 봄비! 절실한 심정을 알고나 있을까 / 淸草배창호 행여나 하면서 기억의 저편에 가라앉은 돌 개천 물줄기같이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상생의 물관이 시대 정신을 오독誤讀한 체 흐름에 편승한 부풀어 오르는 봄날의 속삭임은 들끓는 욕망으로 하얗도록 스며듭니다 그믐밤, 칠흑 속을 배회하는 임의 모습 아득한 생각에 잠긴 광장 앞에서 세뇌당한 모호한 진통을 알기나 할까요 이심전심인가, 까칠한 심통을 보듬고자 새벽녘, 기별 없이 추적이는 까치발 자국들이 참아야 했던 비운의 애달픈 눈물로 소외된 담론의 행간을 적시었습니다 잊은 듯이 흘려보내야만 했던 탓으로 돌리기에 불편을 느끼는 파장의 세월, 온통 기울어진 먹물로 박제된 시류時流가 빛바랜 춘몽春夢이 아니기를 바랐는데 기약 없는 행군의 연속이겠으나 설 땅을 잃고 신음하는 마.. 2022. 3. 18.
해야! / 1-73 해야! / 淸草배창호 안개꽃 시야가 희붐할 무렵이면 바람벽조차 허기진 찬 서리 농단으로 고드름처럼 날 선 서막에도 네 생애 뛰어든 동녘은 거역할 수 없는 지평의 요람이다 뼛속까지 오그라들게 하는 기울어진 빗금의 창(時流)도 소망이 닿는 날, 이내 사그라지고 말 놓고 가는 성에의 흔적 같은 무늬 없는 미완의 신기루일 뿐인데, 갈림길에 서성이는 빛살들이 세월의 옷을 입고 있는 과녁을 향해 형체를 고집하지 않으면서도 다투지 않고 쏟아지는 열정처럼 내 안에 욕심 하나 어찌하리, 지문처럼 닳은 세월도 빛으로 정점을 찍는 상생으로 옭아매어 볼까 해도 야속해도 놓고 가는 양면의 흔적들일 뿐, 흐를수록 노도 하는 함성의 물결은 거슬 수 없는 바다 같은 깃발이 되었다"Flying To The Moon (떠난 날을 위한 .. 2022. 3. 2.
봄의 序曲 / 1-72 봄의 서곡序曲 / 淸草배창호 2월의 봄은 아직 이른데 立春이 섶의 이슬을 짓밟으며 가는 동안 잔설 덮인, 가랑잎 틈새를 헤치고서 노란 복수초가 뾰족이 고개를 내밀면 봄의 서곡을 알리는 곳곳에서 부풀어 오르는 설렘들이 엄동嚴冬을 털어내고 있다 낯설지만, 첫걸음이 힘들어도 잔가지에 태동胎動을 싣고 미세한 움직임조차 살아 숨 쉬는 미지의 세계는 예리한 통증으로 되살아난 열정의 시작이니 한 줌 햇살로 첫눈을 틔운 동화의 사랑이 깨우는 춘정의 기개가 길목 마당귀에 툭툭 튀어나와 가히 온몸을 전율케 한다 "Serenada Espanola - Stefan Pintev" 2022.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