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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의향기/合房의 詩房30

허망虛妄 허망虛妄 / 淸草배창호 이게 아니다 깨달았을 때 살아온 세월이 빈 공수표의 산화한 포말이 인다 생각할수록뜬금없는 한낱 허울좋은 변명 같은 것 영달을 향해 달려온 소용돌이치는 이 길의 시작은, 꼭 집어 아픔을 호소할 수 없음이 슬프다 이렇게 앓고 있는데도 보여 줄 곳이 없다 함이 더 슬프고, 또 슬프다 부서진 파도의 알갱이처럼. 2025. 1. 7.
창과 방패, 자멸에 들다 창과 방패, 자멸에 들다 / 淸草배창호 안개 전국이 하루가 멀다고 바람 잘 날 없는 격랑의 파고가 일어도 암묵적 暗默的 침묵에 길들어진 백야성白夜城의 술시戌時에 빠졌다 기류의 창마저 멀뚱멀뚱 도외시하는 독불에만 능한 타고난 재주 하나, 기울어가는 시류時流의 판세조차 난청으로 궁색한 헛발질은 공허한 본색을 드러내고 나날이 실체 없는 난맥상이 여실한데도 개념 없는 혼돈의 파생에 주어 없이 살랑대는 추종의 개골창에만 집착하니 속 빈 껍데기의 사시나무처럼 어긋난 각들이 아귀다툼하니 허공의 나락那落으로 날개 없는 깊은 추락의 정점이다 "정목스님 - 마음의 눈(경음악)" 2022. 8. 18.
불볕의 어느 날 / 2- 3 불볕의 어느 날 /淸草배창호 신接神 내린 양, 멈출 줄 모르는 이맘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잘나가는 위상도 한때라는 걸 까마득히 잊었다 그림자의 빛조차 외면하려 드는 덜떨어진 낯빛을 시시비비한다는 건 격식과 소양이 먼 한심한 일이다 는개의 장막에 무엇을 기대한다고 지척도 분간 못하는 면벽에 든 시계추처럼 추종이 전부인 태엽의 분신 같은 거, 익히 감내하고 결빙結氷을 극복하는 일 또한 쌍 끄리 조류에도 반듯한 감각으로 회귀한 그저 통속의 바다이기를, 짙디짙은 네 농염의 오만한 모방이 판치는 난장의 법석을 펼쳤으니 이중의 협주가 노리는 파장의 흔적이란다 비바람이 통곡하고 간 뒤끝에도 해는! 무심히 솟는다 이념도 편견도 없으니까 "Ennio Morricone - For A Few Dollars More" 2022. 8. 14.
꽃노을 / 2- 2 꽃노을 / 淸草배창호 저 붉디붉은 꽃노을 임의 자태처럼 곱다는 탄성이 절로 새어 나온다 황혼을 지피는 것은 천혜天惠를 흠모하는 외곬의 마음이 하늘 끝 지평에 닿아 눈부시게 어스름에 물든 애증愛憎마저 아낌없이 주고 가는 빼어난 본연本然을 가히 뉘라서 빚을 수 있을까 해 질 녘은, 억지로 그립게 끝난 것도 없고 설레게 시작한 것도 없었지만 세상에서 유일한 최고의 것은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기에 시리도록 터져버릴 것 같은 해 저문 석별惜別의 꽃놀에서 혼신을 쏟은 오! 늘의 걸작인 것을. "Giovanni Marradi - Una Lagrima Furyiva" 2022. 8. 8.
그 시절 그 후(變遷) /1-23 그 시절 그 후(變遷) / 淸草배창호 잠이 덜 깬 전신주, 희멀건 수은 등이 연신 하품을 해대며 게슴츠레 빛조차 잃어간다 회색빛에 먹물 한 방울 찢트려 얼룩진 도시의 안개가 스멀스멀 풍상에 절인 골목길이 꺾이고 패이고, 적나라하게 각진 세상을 연출한다 비집고 들어온 빛살만큼이나 꺼질 줄 모르는 삶의 불씨인데 져버리지 아니한 햇살은 동구 밖 당산나무처럼 굴곡의 여정을 외면치 않았다 변해야 산다는 풍진세상에 빛과 그림자 속에서 공존이 당연한데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오늘의 흐름이 터진 물꼬처럼 잃어가는 마음이 아프다 골목길, 향수는 예나 지금이나 아련한 그대로인데 억, 소리 나는 비명을 부정할 수 없는 오늘. 2021. 5. 6.
비가悲歌 / 1-28 비가悲歌 / 淸草배창호 꾹꾹, 참고 참았던 범람하는 슬픔을 대숲에다 찰지게도 매달고 사방은 칠흑 같은 오열이 외등처럼 걸려있다 누울 자리와 일어설 때를 몰랐기에 꿰맞출 수 없는 반추反芻하는 지난날이 하나같이 후회의 연속이다 억지로 안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속 뜰에 이미 빗금을 그어 놓았는데 가지런해야 할 말은 요행을 바랐고 쉬어 가야 할 문장은 여백 없는 치장에 본분의 길을 잃었다 저무는 석양은 핏빛으로 물들였는데 잡을 수 없는 것을 뜬구름이라 했던가 소유할 수 없는 딱, 그만치이건만 미망未忘 에 휘둘려 밤새 심금을 타는 저 빗소리가 아프다. 2021.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