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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오월아! / 1-85 오월아! / 淸草배창호 물안개 머물다 간 날은 초하初夏를 맞이하는 눈부신 빛살마저 미어지도록 터져 이파리마다 청빈한 수혈로 넘쳐난다 시시로 변한다는 건 거스를 수 없는 봄날의 환희가 오롯이 파동치는 무등 탄 찔레 꽃향기가 풀물 바람에 얹힌 오월! 하룻볕이 어디냐고 유난 떨어도 손 한번 담가 얼굴 한번 훔쳤을 뿐인데도 돌 개천 쳐다만 봐도 통한다 네 닮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청보리 문양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꽃망울 밀어 올리고 연록에서 진록의 탈을 쓰는 다복다복 감각의 시공이 펼쳐진다 "박인희 - 스카브로우의 추억" 2022. 5. 10.
장미 / 1-84 장미 / 淸草배창호 도도한 네가 좋아지는 건 들쑤시는 그렁한 풀물 바람이 스치고 간 자리마다 사랑받기 위해 미어지도록 황홀한 향기에 함몰되었습니다 두렵습니다. 혼마저 내팽개친 정곡을 찔렀으니 어찌 동공인들 하시라도 뗄 수 있으랴마는 아직도 고혹한 설렘으로 와 닿는 가슴앓이할 수 있는 그조차 심장까지 개봉하는 속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 퇴고推敲할 수 없는 가시조차 감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차마 여운이 남아도는 까닭은 오뉴월, 땡볕을 이고 피는 새빨간 장미에게서 눈이 아니라 정녕 마음이란 걸 알았습니다 "백만송이 - 경음악" 2022. 5. 7.
네게서 기쁨과 슬픔을 /1-83 네게서 기쁨과 슬픔을 / 淸草배창호 뿔뿔이 맺힌 이슬을 짓밟으며 남모르게 너에게 가는 동안 선택은 잠시 잠깐이지만 짙게 물오른 봄이 주어진 때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서산에 해 기울고 돋을 별이 서도 묵시적 서성이는 끝없이 복사되는 오늘 무수히 떠나보내야만 했던 봄날의 귀향에 낮과 밤도 잊은 체 혼미한 벌, 미련이 남은 진통의 바람은 이내 떠날 것에 슬퍼하지 말라며 낯익은 은유의 환희가 허공중에 맴돌지라도 한때는 네게서 갈등도 있었지만, 같은 하늘 아래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기에 눈 앞에 펼쳐진 등꽃처럼 봄날의 동경인 네가 그리울 수밖에 "등꽃은 아래로 처진 [總狀花序]" 꽃말=환영, 사랑에 취하다 "Flying To The Moon (떠난 날을 위한 엘레지) - Utada Hikaru" 2022. 5. 2.
벚꽃의 낙화落花를 보며 /1-80 벚꽃의 낙화落花를 보며 / 淸草배창호 봄날이 깊어 눈이 시려도 내 안에 소복한 임의 인기척에 설렘은 온통 호수에 잠긴 달빛같이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고 환희가 짧은 긴긴 이별일지라도 바람에 날리는 저 눈꽃을 보라 세속에 연연해하지 않은 아낌없는 저 비움의 사랑을! 고고한 정절이 지척에 둔 가시리의 황혼을 지피다 깃에 들지 못한 눌러앉은 이내 욕심이 춘몽인 것을 걸림도 없고 애달파한 것도 없는데 놓지 못하는 애끓음을 어 이하리야, 초연히 고혹한 꽃비가 되어 망막 넘어 터를 잡듯이 가고 옴도 한때인 것을 알았는지 "Freddie Aguilar - Anak" 2022. 4. 13.
벚꽃 / 1-79 벚꽃 / 淸草배창호 4월의, 눈을 틔우고 있는 가지마다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봄날의 단아한 격조가 허공에 박제로 박힌 듯 삼백예순날을 기다린 끝에 하얗게 꽃피우는 그윽한 시절 인연을 눈부시도록 마구 휘날린다 열흘이면 봄눈처럼 지고 말 꽃잎이 이별의 뒤안길이 못내 서럽다 해도 기억 저편으로 묻혀가는 봄의 행간을 채울 때마다 할퀴고 지나가는 신열조차 가슴으로 담아야 할 아릿한 사랑이라서, 목이 탄 햇살의 눈총이 해 나른한 저잣거리의 폭죽처럼 쏟아지는 비애가 되었을지라도 서둘러 가야 할 집이 없어도 누가 널 도요桃夭속으로 밀어 넣었는지, 먼 길 떠나는 봄바람의 나신이 가히 절색이다! "도요桃夭 복숭아꽃이 필 무렵이란 뜻으로, 혼인을 올리기 좋은 시절을 이르는 말." "Moonlight Serenade -.. 2022. 4. 8.
진달래 참꽃술이라도 빚어 / 1-78 진달래 참꽃술이라도 빚어 /淸草배창호 노을의 불꽃이 파도처럼 일고 있는 산에는 부시시 덜 깬 봄 살이 고적孤寂을 누리고 싶어서 추스르지 못한 잎 샘 달의 가히 없는 사랑인데도 눈물겹도록 그리울 때면 하염없이 서정의 음률을 되새기며 초연히 눈을 감습니다 꽃샘 봄이 일탈의 가락으로 연연한다면 아지랑이처럼 세상을 보라 할 테지만 기억에서 멀어진 희미한 옛 추억이 매년 이맘때 잊힌 줄만 알았던 산허리 자욱한 실안개처럼 진홍빛 연서로 곤비困憊한 마음을 산산이 흐트려 놓습니다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는 빈 충만을, 침잠한 애착의 뿌리조차 잘라버려라 하지만 머무름조차 짧은 봄날은 뜬구름 같은 삶의 애환 같아서 진달래 참꽃술이라도 빚어 서산으로 지는 해라도 붙들어 볼까 합니다 "곤비困憊하다 기력이 없을 만큼 지쳐 몹시 .. 2022.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