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篇(推敲)詩房267

바람의 끝이 어딜까마는 / 3- 17 바람의 끝이 어딜까마는 / 淸草배창호 던져진 주사위 앞에 이변의 연출은 하늘을 이고 바다를 품었어도 산등성, 풍향계는 오리무중이건만 해와 달이 바뀌는 겨우살이는 온통 칠흑으로 혹독하고 시리기만 한데, 두샛바람을 기대하기엔 들불같이 이는 이합집산의 키재기로 바람에 누워버린 풀숲은 찬 바람과 찬 눈에 숨죽인 체 소리조차 폄하한 허虛한 냉대만 난무한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경극을 표방하는 포획의 물결이 늘어놓는 뜬금없이 변혁의 돛이라고 이랑 속을 마구 넘나들 건만 환상의 덫에 걸려 잘못 선택한 곁을 길동무로 초래해 날로 환청을 앓는데도 꼭짓점이 달라 색깔마저 회색 된 원죄原罪를 묻기에는 이미 토할 수 없는 탁류의 세월로 거슬러 오르는 슬픈 얼이여! 산산이 조각난 편린의 늪에는 침전沈澱할 긴긴 유명幽明만을 달.. 2024. 1. 15.
소망의 등燈 / 3- 16 소망의 등燈 /淸草배창호 마지막 남은 한 잎의 가랑잎처럼 석별의 정마저 낡은 담벼락을 잇댄 푸석푸석 어둠이 내리는 골목길이 홀로 견뎌야 했을 수많은 밤을, 사랑의 열매는 피우지도 못하고 풀과 티끌 같은 혼란에 빠진 마당을 두 눈멀 거니 뜨고 지켜보면서 딛고 설 땅은 차고 맵기만 한데 날 선 욕망에 갇혀버린 암울함이여, 함께할 수평의 자리가 갈 곳을 잃었으니 이분법의 포물선만 난무하는 세상에 무기력과 무관심은 길든 일상이라지만 칼바람의 겨울나기를 차마 어떻게 감당하리 썰물로 변해버린 조류에 안팎이 따로 없는 기약 없는 쳇바퀴의 소용돌이, 놓는다는 건, 허울 좋은 개살구이지만 석별의 정에 소망의 등 하나 밝히고 싶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람의 세상을! Tayl.or Davis - (석별의 정) Auld L.. 2024. 1. 10.
동박새와 동백冬柏 / 3- 15 동박새와 동백冬柏 /淸草배창호 밤이 길어 꿈도 길다는 동짓달 철썩이는 파도 소리만큼이나 홀로 견뎌야 했을 고적孤寂한 밤을 밀어내듯이 아스라이 펼쳐진 젖빛 해무海霧에 엉킨 달마저 희붐한 창가에 걸렸다 진눈깨비 휘 내리는 잔상의 끝 달에 동백꽃 만발한 향기로운 서정이 깃든 남쪽 섬에 흔한 텃새지만 붉도록 꽃술에서 미혹에 들게 하는 달달한 꽃물을 어이 마다할까, 본디를 이루는 베풂의 미학인 것을 시린 바닷바람도 늘 익숙한 일이라서 송이채 툭툭, 하늘을 향해 맑고 빼어난 토혈을 쏟고 있는 놓고 가는 결 고운 빛살만큼이나 눈가에 두룬 흰 테처럼 이쁜 꽃받이로 동숙하는 동박새, 군무群舞에 해지는 줄 모른다 "동박새" 동백꽃은 향기가 없는 대신 강한 꽃의 색으로 불러들여 꽃가루받이한다 Laura Pausini , R.. 2024. 1. 9.
겨울비 / 3- 14 겨울비 / 淸草배창호 삭막한 동토凍土의 황량한 기슭마다 마른 거죽으로 변해버린 산하의 들녘은 휑하도록 스산한데도 벌판을 쓸고 온 바람처럼 황톳빛 먼지가 일어도 낯설지 않아 겨우살이가 혹독하다는 건 새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낙엽 교목만 즐비한 산등성에 잎이 진 마른자리마다 골바람에 바스락대는 가랑잎에 뿔뿔이 맺힌 이슬로 내리 젖 물리듯 품어 안는 겨울 빗소리! 허허롭다는 말에 의미를 두지 않았어도 시몬, 의 낙엽 밟는 소리마저 일깨우는 싸락눈 내리듯 스밈으로 와닿는 작은 스침조차 촛불 같은 생기를 불어넣는 겨울비는 사랑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촛불 켜는 밤 / 양하영 2024. 1. 7.
변방의 사색 / 3- 13 변방의 사색 / 淸草배창호 세상사 천 가지 모습과 만 가지 형상들 구비 고갯길 어이 힘들지 않겠나만 회한으로 얼룩져 곪아 터진 사념들이 마구 손사래 친다 누가 그랬든가, 영혼이 맑으면 글도 승천한다 하였는데 소낙비가 후려친 질펀한 난장 같고 까치둥지에 비둘기가 살듯이 숨바꼭질하는 이 아이러니, 흑백으로 치닫는 물보라의 포말처럼, 무지갯빛이 달랐을 뿐이라 해도 내가 원하는 건 이른 게 아닌데 갈애渴愛만을 구애하는 욕망의 모순을,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가슴 조이며 간절히 여기는 삶의 한 축에 군더더기 쏙 뺀 이심전심이라면 동고동락할 수 있는 꿈이라 여겼건만 쌓지 못하고 덫에 걸린 그 마음이 문제인 것을. Flavio - Come vorrei (내가 얼마나 원하는지를) 작소구거鵲巢鳩居"(고사성어) 까치 집.. 2023. 12. 24.
낙엽이 가는 길 / 3 -12 낙엽이 가는 길 / 淸草배창호 한 때 넘치도록 풍미했던 네, 춤사위에 동공이 멎었는데 고운 시절 인연의 절색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마지막 한 잎조차 그렇게 매달린 체 칼바람 서리 짓에 영혼을 잃었으니 잘난 한때도 속수무책이라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러 날이 저물고 꿈이 길다는 다가온 동토凍土의 자리매김에 텅 빈 허허로움조차 충만이라며 안고 뒹군다 한설寒雪 골바람은 시린 어깻죽지의 거죽까지 옥죄이는 사랑한 만큼 공허한 걸 깨달은 외로움을 차마 삼킬 수 없어 여운을 잠재운 옛사랑만 사그락사그락, 바스락거린다 가을 편지 - 통기타 플륫 오보에 바이올린 연주 "가을 편지 - 통기타 플륫 오보에 바이올린 연주" 2023.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