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 淸草배창호
하늘 치솟은 초록의 얼굴엔 눈이 부신 데
똑 부러진 성깔이 어딜 가겠느냐마는
허파 속까지 맑게 들키며
네게 가는 동안
내리쬐는 햇살에도 도무지 겁이 없더라
풀어헤친 풀물도 동색인지라
하늘 겨눈 도도한 바람처럼
마치 단아한 반석 같아서
게의 치아니 한 사념思念들이
오뉴월 하룻볕이 무섭긴 무섭다
지난날 지지리도 가난했던 보릿고개,
보리사리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내 널, 탕진하고 말
기억하지 못하는 곳으로
거두어 간다고 해도 서러운 건 아니다
풀피리 부는 이랑마다
감자꽃만 흐드러질 터인데
배곯음에 질겅질겅 씹어 먹던
노란 꽃술이 파르르 저미는
찔레꽃 애환을 보니 왜 눈물이 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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