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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의향기135

봄비 되어 오시나 봅니다 / 3- 84 봄비 되어 오시나 봅니다 /淸草배창호 문풍지를 비집고 꼬드기는 봄날 감추지 못하는 속내를 토하니 먹구름에 가리진 임의 모습, 이제나저제나 잿빛 시름에 잠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어 홀로 걷는 마음을 알기나 할까요 하염없이 지새운 날밤들이 어렵사리 닿았는지 온다는 기별은 없었지만, 남몰래 까칠한 심통을 보듬고자 새벽녘, 지르밟은 추적한 자국들이 감미로운 임의 속삭임처럼 이내 그리움 어이 말로 다 할까마는 온통 기다리므로 마음속에 쟁여둔   고즈넉이 봄비 되어 오시나 봅니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 배따라기 2025. 3. 3.
춘설春雪 / 3- 81 춘설春雪 / 淸草배창호 쪽잠에 든 초승달 어렵게 잠이 들면사그라진 열꽃에 찬 서리에 내맡긴 억새, 휑한 동야冬夜의 바람 소리만 듣다가 때아닌 이른 봄 머리 눈꽃의 월담에한소끔,  자고 일어나니 또록또록 허옇다 사계四季의 시작을 향하는 정월은     질어야 좋다는 대보름 달집 태우는 날, 젖빛 운해로 덮인 벚나무의 가지마다 뜰힘으로 추적이는  진눈깨비 속에서 사뭇 환상적이라 기억에도 정류장이 있다면 잠에서 깨어난 낮달처럼, 사랑의 변주곡을 처마 끝에 걸어 놓고서 스치는 저 숨소리, 봄 꿈의 길섶마다 하얗게 핀 산야를 전율로 경험한다 Jeg Ser Deg Sote Lam (당신 곁에 소중한 사람) / Susanne Lundeng 2025. 2. 13.
하얗게 저문 밤 / 3- 79 하얗게 저문 밤 / 淸草배창호 아린 바람이 대숲을 마구 휘젓고 엊그제 환한 만월滿月이 기력이 다했는지 칠흑을 배회하다 눈썹달이 상고대 핀 가지에 걸려 시린 밤이 얼고 녹기를 담금질하고 간밤 솔가지에 쌓인 폭설의 흔적이 소복소복한 젖무덤을 쌓아눈 속에 파묻힌 푸르름이 가히 일색이지만, 황량한 벌판에 으스러진 억새의 침묵이 눈물겨울 뿐입니다 허허벌판에 밤새 훑이고 간 흔적들만 하얗게 내려앉아 맹위를 떨치는 설원에 도취해 휘둘리고 싶지 않았는데도 송곳니 같은 한기는 분신을 쫓고 있어 툇마루에 내리쬘 한 줌 볕이 참 그립습니다 홍순지- 은자의 노래홍순지 - 은자의 노래 2025. 2. 5.
세한歲寒의 밤 / 3 - 78 세한歲寒의 밤 / 淸草배창호 그믐밤이 초승달을 재촉하고 삭풍에 내맡긴 눈꽃은 그저 침묵으로 일관해도 환한 네, 일탈이면 어떠냐며 방점傍點을 찍었다 이별은 만남을 위한 준비라지만 심연深淵에 잠긴 질곡을 처마 끝 외등처럼 걸어두고 싶어도 아름다운 것일수록 머무름도 짧아 떼려야 뗄 수 없는 빛과 그림자처럼 져버릴 수 없는 몹쓸 정을, 시간과 조류는 기다려 주지 않는데 날 새면 홀로 멀어져 있는 통정通情하길 바라는 마음인데도 내 안에 직관이 꿈적도 하지 않으니 꽃이리라면 어 이하래! 눈꺼풀만 하얗도록 무겁다 "꽃이리= 꽃이 필 무렵" Autumn Leaves / Eva Cassidy 2025. 2. 1.
눈보라의 전음傳音 / 3- 70 눈보라의 전음傳音 / 淸草배창호 낮달이 푸념을 늘어놓은 것인지 무슨 사연이 그토록 밤낮도 잊었든가 일순, 진눈깨비의 강과 바다를  밀어내치는 온통 모순의 잿빛투성이다 풍향을 되돌리려는 과녁을 향한 조류는, 앞뒤도 없이 호도하는 단면을 보니 이미 사선을 넘고 바닥의 민낯까지, 곡절의 시시비비조차 삼켰다 게눈감추듯 무엇을 저질렀는지도 모른 체 냅다 움켜쥔 속내를 보라! 뒷걸음치지 않는 시간 앞에 취기의 망상에도 싸리비 내리듯 사분오열四分五裂하는 취설吹雪,마중물로 다가올 기대치라 한다지만 켜켜이 쌓아 올린 얼마저    뿌리조차 흔들리는 회한의 멀거둥이는 바람이 전하는 속내를 얼마나 알고나 있을까. "멀거둥이 白痴의 방언" Various Artists - Into SilenceVarious Artists - I.. 2024. 12. 19.
저물녘 내리는 이 비는 / 3- 66 저물녘 내리는 이 비는 /淸草배창호  가시라는 가랑비가 내립니다 저물녘을 적시는 이 비는 산자락 단풍 물결의 풍치마저  바람이 휘젓는 낙숫물처럼가랑잎으로 달랑이는 저 한 잎마저이미 이별을 예감하고 있듯이 해 저문 어스름 길에 들고 보니 처연한 애끓음 차마 어이하랴 꿈에 부풀었던 한 소절素節도 상고대 핀 입동立冬에 닿아갈밭 억새꽃도 한때인 것을, 오늘이 뒤안길로 마침표 찍을 때어제의 누군가는 옛사랑이 되었습니다가랑가랑 추적이는 이 비처럼 못 잊어, 못내 떠나보내야만 하는부슬부슬 소슬한 눈물샘이 되었습니다소절素節 . 명사‘가을철’을 달리 이르는 말 Claude Ciari - Yogiri no SilhouetteYogiri no Silhouette - Claude Ciari 2024.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