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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선영線影의 바람 소리 / 1-97 선영線影의 바람 소리 / 淸草배창호 내 안에 음각된 오늘이 오기까지 뿔뿔이 맺힌 이슬을 짓밟으며 바람 물결처럼 가는 동안 불볕에도 봉숭아 물들인 가지마다 꽃을 피우니 늘어지도록 흐드러진 네, 바라만 봐도 괜스레 눈시울이 떨립니다 환영처럼 일렁이는 서리 낀 동공에 핍진하게 빗금을 그어 놓았으니 언제인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 엉킨 그리움의 뿌리 억지라도 잘라내고 싶어도 아니 되는 생각지도 못한 절절한 나락이 되었습니다 낡고 찌들은 흑백의 필름처럼 어쩌다 깊은 들숨을 들이마시며 온몸을 전율케 하는 소리의 이슬을 탕진하듯이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곳에 그림자 닮은 바람이 되려 합니다 이 여름이 다 가도록 늘 오늘처럼 예지토록 피우는 네, 애끓음에 화답하는 서늘한 선영線影이 될 것입니다."숨어우는바람소리 - 다이아.. 2022. 7. 24.
초하初夏에 둔 그리움아! / 1-98 초하初夏에 둔 그리움아! / 淸草 배창호 바람이 곁에서 머물다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녹우綠雨가 뿌리고 간 자리마다 찔레 숲 덤불 틈 새지를 빼어나도록 당차게 한 획으로 일탈하는 팔등신, 초하初夏에 비길 데 없는 홍일점인 네, 염천의 사랑이 한창이다 는개 비가 고만고만 구르는 푸른 산과 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섶에 맺힌 빗방울조차 어찌 저리도 고울까 자연의 회귀에 내밀한 속뜰을 피우는데 청순한 기린의 목을 빼닮은 네, 사념思念에 젖은 주근깨 매력이 장대비에도 헤아리는 넉넉한 그 마음 산 비럭, 솔이끼조차도 탄성을 아끼지 않는데 그렁그렁 차 있는 이내 그리움이 그때나 지금이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백미가 되었어도 마른 눈물샘을 하마 손꼽아 본다 2022. 7. 24.
자미화(磁薇花)의 백일몽 / 1-96 자미화(紫薇花)의 백일몽 / 淸草배창호 치성이면 어떻고 감성이면 어땠을까, 초하에서 시작한 칠월은 봉숭아 물들인 가지마다 그렁그렁한 연민이 하시라도 질세라 층층으로 매달아 싸맨 물안개 낀 전율이 수런수런 번지는 땔려야 땔 수 없는 지난 흑백의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빛과 그림자처럼 우수리 얹은 가을의 끝머리까지 세월에 묻히기만을 고집한다지만, 이것도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첨삭할 수 없는 인연이라면 간절한 소망이 기억되는 절실함조차 파도가 때려줘야 둥글어 가는 조약돌처럼, 외로움도 하마 벗어버릴 때도 되었는데 빗금처럼 놓고 간 딱, 그만치지만 속엣말도 터놓을 수 있는 익숙한 동질의 마음을 아낌없이 환하게 피울 것입니다 "목백일홍(배롱나무)을 한자로 자미화(紫薇花)," " 2022. 7. 20.
수취인 없는 그리움 / 1-95 수취인 없는 그리움 / 淸草배창호 분별할 수 없는 부옇게 서린 거울에 비친 초췌한 외로움이 낡아 빛바랜 지문처럼 드리웠다가 이내 자취도 없이 묘연해졌습니다 잊지 않겠노라는 그 언약도 빚지 못하는 그리움이듯이 놓지 못하는 애끓음은 저녁놀처럼 검붉게 타올라 심해深海 속으로 산화한 생각의 고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가 되면 사그라지는데 묻혀가는 눈물샘이 요동치듯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사랑인데도 시간이 말해 주는 오직 망각이라는 유일한 종착지이기 때문에 밀어낼 수 없는 미어지는 가슴앓이입니다 -추신- 이른 7월의 장마가 들었기에 어김없이 추적이는 비가 내렸고 언제나 이맘때면 종잡을 수 없는 기억으로 읽을 수 없는 행간으로 채워 나갔습니다 수취인이 없는 그리움이지만,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음에 위안을 얻는데.. 2022. 6. 28.
한철 인연을 예스럽게 /1-94 한철 인연을 예스럽게 / 淸草배창호 (1-94) 綠 雨, 풀물 비가 잦은 이맘때면 신록을 풀어 봇물 터진 연둣빛 산야에는 희붐한 안개 이슬에 구르는 잎새조차 온통 눈부시게 일렁이는 득음이다 진흙 속에 연꽃이 있다면 솔바람 이는 산자락에는 고요한 한철 인연을 예스럽게 시름을 잊게 하는 담채로 망우忘憂의 한 획으로 원추리를 빚었으니 가시덤불 얽히고설킬지라도 홀로 선정禪定에 든 빼어남이 깊고 그윽한 네, 예 머무름조차 해 나른히 새날의 기다림이 환희가 된 산 뻐꾸기 애모의 비음悲吟이 보시를 일깨운다 "망우 忘憂"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이라는 뜻으로, 술; 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芒種과 夏至사이에서 매일매일 새로 피우는 원추리꽃)" 2022. 6. 27.
암연暗然(推敲) / 1-93 암연暗然 / 淸草배창호 빛조차 스멀스멀한 희붐한 이맘때면 가로등 아래 반복으로 여닫는 종과 횡으로 거미줄 쳐진 도시의 안팎에 고단한 하루를 일깨우고 있다 파리한 각과 음습한 잿빛으로 공존하는 조류에 편승한 벽 앞에서 끊임없이 거듭나려 하는 바람은 소리조차 남기지 못한다 시대상을 읽지 못하고 기울어진 척은 날로 더해가는 허기진 모습들이 곳곳에 초록은 동색이라 하며 쉬이 드러낼 수 없는 망상으로 그려졌어도 지평의 군상群像은 일없다는 듯 통속을 일군다 풍미했던 한때에서 기회의 땅으로 꿈꾸는 거총의 행태를 이루는 누각과 군중, 하루가 다르게 우후죽순의 대열로 변천의 숲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분에 넘치는 도시의 야경이 제동장치 없는 마지노선이 아니길 첨삭할 수 없는 창가에 달그림자 서린 댓잎 소리만 처량.. 2022.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