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장미 /시.31 장미 / 淸草/배창호 도도한 네가 좋아지는 건 풀물 바람이 스치고 간 자리마다 사랑받기 위해 미어지도록 황홀한 향기에 함몰되었습니다 혼마저 내팽개친 정곡을 찔렀으니 어찌 동공인들 하시라도 뗄 수 있으랴마는 아직도 고혹한 설렘으로 와 닿는 가슴앓이할 수 있는 그조차 교감할 수 있는 네! 언제까지 가시조차 감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차마 여운이 남아도는 까닭은 내 안에 꺼지지 않는 잉걸불이기에 눈이 아니라 마음이란 걸 알았습니다 2020. 6. 21. 읽지 못한 삶이 되었어도/시.30 읽지 못한 삶이 되었어도 / 淸草배창호 차마 억지로는 안되는 게 있습니다 놓지 못하고 앞만 보고 질주해 온 질곡일지라도 미리 예단할 수 없었지만 내 선택에 존중을 두려 합니다 이 또한 물줄기의 시작처럼 헤아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반복한 굴곡의 일상 또한 소중히 안으려 합니다 난, 이미 눈멀었으며 귀 또한 멀었기에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어서 그냥 함께할 수 있는 자체에 의미를 두려 합니다 잊힌 먼 어느 날, 솜털 같은 세월이 흘러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묻힐 때까지 조촐한 배웅의 기억을 빚을까 합니다 내 삶은, 비록 오독誤讀의 연속이었어도. 2020. 6. 21. 놀/시.29 놀 / 淸草배창호 고요한 물결처럼 번지는 희열이 해와 달을 닮은 별 무리처럼 목마름을 채울 수 있는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걸 누가 알겠습니까 문득, 어느 날 먼 발취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조차 오직 가슴으로 미어지는 울림에 의미를 두기 때문입니다 머리에서 마음까지의 거리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멀고도 가까운 단비와 같은 것이기에 눈길이 닿는 경이로운 무한인 것입니다 놀은 아낌없이 소진燒盡하는 일인데도 그립다 말도 못 하는 은하가 바라는 것은 꺼지지 않는 잉걸불을 지피는 것입니다 ("은하" 맑은 날 밤을 뜻하는) 순 우리 말. 2020. 6. 21. 등꽃에 취해서/시.26 등꽃에 취해서 / 淸草배창호 이른 새벽 부슬부슬 까치발 띄는 내밀한 봄비 소리에 초록 풀물이 쉴 새 없이 수런거려 설은 잠마저 깨었다 눈썹달을 빼닮은 낭창한 자태에 눈이 부시도록 네, 미혹에 빠져 설렌 몸살을 앓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꿈을 꾸고 꿈을 피울 수 있는 생에 최고의 순간이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아니 놓을 수 없게 한다 서산으로 해 기운지 이미 오래인데도 팔등신 초롱 등꽃에 꽃인 벌, 부질없는 만약을 속내에 두었는지 못내 떠날 줄 모른다 2020. 6. 21. 푸른 초상/시.25 푸른 초상 /淸草배창호 봄 살에는 성깔조차 종잡을 수 없다 금세 환한 낯빛으로 하늘이 되고 바다이고 싶은 눈부심이 파랑새 깃처럼 풀어놓은 눈부심이 딱 이다 갈매기 오수를 즐기는 동동 천혜를 벗 삼은 외로운 섬에 붉은 수꽃술의 미소마저 바닷바람에 절인 윤기는 이파리마다 베어서 겨우내 견딘 동백이 천진하게도 곱다 아스라이 해무海霧를 품은 이끼 낀 돌담마저 속 뜰에 서려 있는 고샅의 그리움 같은 거 질리지 않고 티 내지 않은 네, 질박한 사랑이라 그저 말하고 있는데 2020. 6. 21. 이설梨雪/시.24 이설梨雪 / 淸草배창호 봄의 정취가 아지랑이 무등 탄 꿈을 펼치는 탄성의 4월이여! 꽃망울을 터뜨리는 차고 매운 오늘이 있기까지 내가 읽을 수 없는 단 하나의 문장이 된 당신, 바람이 따라갈 수 없어 잊히는 어느 날처럼 잔인한 진통을 타협할 수 없는 뒤안길로 떠나야만 했던가 눈처럼 하얀 꽃잎 하나 있었을 뿐인데 때 되면 비워야 하는 인연이 너무 깊어 어쩌랴, 멈출 수 없는 그만치에 어디에선가 나를 부르며 다가오는 것 같았는데 허공에 박힌 하얀 그리움만 맴돈다. "梨雪=눈처럼 흰 배꽃" "무등=목말의 방언" 2020. 6. 21. 이전 1 ··· 39 40 41 42 43 44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