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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나리꽃 빗속에서도 피었더라/시.52 나리꽃 빗속에서도 피었더라 /淸草배창호 능선 바람이야 덤이고 장맛비 내리는 해거름 팔등신, 네 자태만 속살조차 어눌하게 적신대도 내리쬐는 한낮의 열기조차 홍안에 풀어놓은 주근깨 문양을 어질 머리 도지듯이 정표로 놓았다 비바람이 훑고 간 자리마다 열병을 앓고 있어 망울진 그리움마저 속 뜰에 곰삭게끔 애써 담담히 덤불에 두었더라 회한이 남지 않으려면 어땠을까 그 자리에 하나같이 있는 듯 없는 듯 사랑이 그런 것인 거늘. 2020. 7. 27.
장맛비/시.51 장맛비 / 淸草배창호 연일 불편한 심기가 심상찮게 변죽만 수삼 일 뭉그적댄다 싶었는데 이내 천둥이 몰아치고 삽시간에 봇물이 터져 도량을 삼킨다 앞뒤 분별 못 하는 속물의 판박이처럼 토사를 뒤집어쓴 개천이 마구 흉금을 토하고 있으니 어쩌랴 장대비에 허걱이는 파동을 차마 꺾을 수 없는 갈등의 멍울로 얼룩진 잔재가 피아간 긴장을 부풀린다 콸콸-콸콸- 차고 넘치는 줄도 모르고 밤낮도 잊은 거칠고 막가는 시류時流의 단면이지만, 산자락에 핀 원추리꽃 저버리지 아니한 홀로 고상한 운율에 밤새 앓음조차 잊었다 "詩作 바람 잘 날 없는 한 시절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020. 7. 27.
파랑새/시.50 파랑새 - 淸草배창호- 파릇한 깃이 눈에 선합니다 연이 닿아 꿈같은 선율로 흐르다 연이 다한 어느 날 홀연히 떠났습니다 가만가만 붙잡지 못하는 설은 이 마음 알기나 하는지 처음 왔던 그 길을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홀연히 날아가 깃, 흔적조차 감추었습니다 내 안에 파랑새가 떠난 뒤에야 사랑은 그리움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움은 참 가슴 아픈 일인데 파랑새의 꿈은 가고 옴이 없는 영원한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지금도 철이 없어 아파하면서도 앞으로도 철들지 못하는 머슴애일 것 같습니다 2020. 7. 27.
새벽 序詩/시.49 새벽 序詩 / 淸草배창호 물안개 희붐히 먼동을 재촉한다 고단한 삶의 바다에 그려놓지 못한 잔상이 교차하는 흑과 백의 조촐한 출정을 알리는 아스름한 공간 이동에 꿈의 부호를 찍는다 이도 저도 호출할 수 없는 낮달이 머물다 가는 것조차 회유하는 변곡선의 장막이여! 쳇바퀴, 뼛속까지 우려낸 홰치는 소리에 은둔의 사리를 거둔다 늘 그만치 가라앉은 어둠에서 숙연한 침묵은 그토록 생환을 위한 찬연한 비상을 잉태하는 통속의 접싯불을 밝히는 동이 켜켜이 타오를 때면 청빈한 운율이 어김없이 지평을 연다. "희붐"날이 새려고 밝은 기운이 어렴풋이 비쳐 오는 모양 "사리事理"변화하는 현상과 그 배후에 있는 불변하는 진리. 2020. 7. 12.
연꽃/시.48 연꽃 / 淸草배창호 휘고 꺾일 것 같은 바람이 일었어도 그저 눈 한 번 깜박일 뿐인데 오랜 염원의 기지개 초연히 빼어남이 따로 없는 흔들림 없는 고요한 자태는 비길 데 없는 이 여름의 진상眞像이 되었다 차고 넘치면 단숨에 비워버리는 욕심내지 않은 삶의 궤적을 일궈내는 충만의 안식을 가히 그 뉘라서 빚을 수 있을까 동동 물에 떠 있는 달을 보고 있으면 생채기를 풀어놓은 건질 수 없는 번뇌로 휘도는 방편의 일상이 층층을 이루는데도 진흙 속에서 맑은 향기의 생을 이루었으니 더없이 그윽한 연화라 하겠다 2020. 7. 6.
원추리/시.47 원추리 / 淸草배창호 綠 雨, 푸른 비가 잦은 이맘때 쪽빛 바다를 그대로 빼닮은 산야에 온통 이슬에 구르는 잎새조차 눈부신 득음이다 진흙 속에 연꽃이 있다면 산자락에는 고요한 그리움을 예스럽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한 획의 담채를 피우고 있으니 가시덤불 속일지라도 홀로 선정禪定에 든 빼어남이 깊고 그윽한 네, 예 머무름조차 담담淡淡한 날마다 기다림이 환희가 되었다 "(담채=엷은 채색)" "(芒種과 夏至사이에서 매일매일 새로 피우는 원추리꽃)" 2020.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