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山에는 진달래가/시.21 山에는 진달래가 / 淸草배창호 온 산에 불이 붙은 이맘때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꽃바람 교태에 추스르지 못한 잎 샘 달의 나신인데도 한껏 추파에 눈이 멀어서 상념조차 봄눈 녹듯이 춘정에 물든 진홍빛 연서가 홍조의 물결을 이루는 만산을 빚었다 오독誤讀으로 펼쳤다면 차라리 넘치기나 할 테지만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어서 어쩌랴 바쁜 걸음 설쳐도 갈길 급한 봄날은 머무름조차 짧아 서성거리는 삶의 애환을 참꽃술이라도 빚어 지는 해라도 붙들어 볼까. 2020. 6. 21. 꽃차례/시.20 꽃차례 / 淸草배창호 봄이 저만치 생기가 넘쳐나는 밀당의 변이로 남쪽 가지마다 부풀어 오르는 환한 살 풍선들이 초례를 치르는 봄빛입니다 늘, 이맘때면 꽃샘의 시기가 곤혹스럽지만 예견해 왔든 꽃망울의 바람몰이라서 만남이 있는 봄의 진통에는 선택된 행간마다 이어져 온 탄성의 어휘를 무던히도 양산하고 있습니다 또 비가 오고 은유의 능력이 쉴 새 없이 깨어나는 눈 뜨임, 소름 돋게 하는 수간樹幹에는 쉬이 넘볼 수 없게 자리매김한 꽃바람의 감각이 절정입니다 2020. 6. 21. 벽/시.19 벽 / 淸草배창호 생명에 존엄을 다하는 담쟁이의 사투를 보았는가! 소리소문없이 야단 떨지 않는 성에를 보았는가! 소요를 줄타기하는 광대놀음의 관습을 물고 늘어지는 깨어나지 못한 시류時流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유조차 사당私黨을 일삼는 노욕老慾의 잣대는 오금이 저린데도 선을 이루는 각의 꼭짓점조차 팽개쳤다 신들린 듯한 장막이 몹쓸 병인 줄 알면서도 내로라하는 중독에 취해 밀당을 주고받으니 하마하마 하면서도 분별도 없는 촌극이 홍수를 이룬다 봄 꿈을 향한 시작의 발판도 사계가 품어야 할 섭리인 것을 창 너머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더라 어쩌랴 바람은 불어야 바람이라지만 네, 넘어야 할 산이고 아무나 기댈 수 있는 바람막이 벽이라는 걸 2020. 6. 21. 봄빛/시.18 봄빛 / 淸草배창호 필까 말까 시나브로 재고 있는 갯버들 해롱해롱 눈이 튀어나올 만한데도 쉬이 곁을 주지 않아 설렘만 낭창댄다 가지마다 매달린 봄 살이 하루 달리 눈을 틔우는데도 까칠한 임을 빼닮아 아직은 이르다는 하마하마 내숭을 사방에 뻗친다 첫사랑이 원래 서툰 것이라 하지만 이내 보란 듯이 숨 가쁘게 빠져들 동공이 될 터인데 애태울 일도 아니더라 조석으로 변하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라서 골바람이 실개천에 포동포동한 기운이 물오를 때면 기대를 저버리지 아니한 유두 같은 망울이 수더분해도 참, 곱다 2020. 6. 21. 목련화/시.17 목련화 / 淸草배창호 봄날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임의 품인 줄만 알았습니다 바르르 눈시울을 젖게 하는 마파람이 일어도 쑥대궁에 풀물은 하루가 다르게 번졌습니다 미망을 헤매도 낯설지 않은 까닭은 좋은 한 때를 아낌없이 품은 네, 가슴앓이조차 참고 기다림에 달빛이 서려 있는 처연한 목련화가 피기 때문입니다 밤새 빙점으로 차곡히 쌓인 꽃자리마다 먼 길 떠나는 멍울진 애달픔이 추적일 텐데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강이 되었어도 짧은 봄날을 어쩌자고, 시름조차 기약 없는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딱, 사랑이 그만치인 것을! 2020. 6. 21. 네 닮았다/시.16 네 닮았다 / 淸草배창호 딱 이맘때면 남풍이라는 어휘가 참 멋스럽다 살갑게 다가서는 미풍微風이다 보니 선잠에서 막 깨어난 보라색 띠 두른 하얀 이름 모를 풀꽃이 피었고 봄눈으로 심술을 부리는 네, 산고 끝에 여린 잉태를 풀었으니 봄살이 사르르 스며드는 이 놀라운 태동의 기운으로 개나리의 초롱꽃 모자가 그렇고 진홍빛 참 꽃술이 온 산에 늘렸는데 설령 다가올 세상이 눈물겨울지라도 사랑하는 법을 배웠기에 통속이라도 오롯이 파동치는 오늘이 있어 한껏 사랑하고 부푼 기대로 꽉 찼다 2020. 6. 21. 이전 1 ··· 40 41 42 43 44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