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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초여름 밤/시.46 초여름 밤 / 淸草배창호 어스름 땅거미 내리면 들녘에는 달빛만 찰랑대고 열 꽃핀 후줄근한 하루를 실바람으로 달랜다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의 일생에서 무한의 전율이 일어도 쉬 삭힐 수 없는 절규 또 한 흘러가는 것인데도 눈꺼풀이 한 짐인 별조차 갈지자 하품을 해댄다 통념으론 딱, 요 만치인데 누구에게는 애끓음이기에 짧은 밤 다하도록 목이 쉬도록 구슬피 울었는지 모른다 단 한 번 허락하는 은하수도 있건만 괜스레 동창이 밝으면 언제 그랬냔 듯이 시침 뚝, 땐 한길 속 사람 마음 그대로 쏙 빼닮았으니 어쩌랴 배울 걸 배워야지 보챈다고 될 일도 아닌 걸, 오직 네 탓이라고 개굴개굴! 2020. 6. 29.
빗금(斜線) 긋다/시.45 빗금(斜線) 긋다 / 淸草배창호 열매를 맺는 비움의 결기를 보라! ​ 아직도 구태에 깨어나지 못한 정서는 한때의 기우처럼 척의 갈림길에 섰고 밤낮이 동강 날 판인데도 각으로 얽혀 실바람마저 상실케 하는 안개 전국이 되었다 초록의 경연으로 ​일산日傘 펼치는 것이 획일화만이 아니다 축을 이룬 바퀴가 딜레마에 빠져서 모래톱처럼 숭숭하기 그지없으니 관행이란 촌지 아래 노랗게 변한 ​일탈의 변주곡 시시비비에 밤낮이 바쁘다 샛강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이, 스산한 해거름 들어 그저 통속이라고 한다면야 말간 영혼은 어디에서 깨울까. 2020. 6. 29.
빛의 일탈/시.44 빛의 일탈 / 淸草배창호 눈이 부시도록 관념의 바람이 두렵다 해묵은 표피가 하늘을 가리개 하는 숲조차 음습한 왜곡된 아픔이 위험수위다 처음이 문제라지만 중독의 덫에 걸려 어정쩡한 동거가 실핏줄 같은 순환을 움켜쥔 소유의 늪에 허구한 날 헛바람이 잔뜩 든 신음하는 복어같이 동동 떠 있는 섬이다 쪽빛의 창출은 모두가 원하는 일이지만 각인이 빚은 그늘이 조망을 펼쳤으면 하는데도 균형 감각을 잃은 깃털이 일탈을 일삼으니 서슬 퍼런 격랑의 회오리, 사선의 벽마저 시험에 들게 하는 자존을 상실케 하는 거품만 요동친다 획일의 강물에 휩쓸려 표류하는 변천이라면 추종은 속물의 전횡을 긋는 일이다 사고의 가치에 따라 바뀌는 건 냇물이 강물을 꿈꾸며 종래에는 하나 되는 바다이기를, 저 푸른 모태의 그리움을 향하듯이 산화해 .. 2020. 6. 29.
곳간의 공허/시.43 곳간의 공허 / 淸草배창호 난해한 행간을 더듬다 신열을 앓아 금 간 틈새로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한 술, 행여 건질 수 있을까 싶어 기우뚱거려도 가슴과 머리가 따로 놀아 시류詩流의 멍에에 골 살만 앓고 있다 모난 말들이 터를 잡기까지 회색빛 일색이고 분별조차 쳇바퀴에 길든 한통속, 한여름 햇살에 잘 달구어진 구릿빛으로 아람일 듯 여문 조합의 잉태는 아직도 감감하니 빛바랜 세월만 너절하게 깔려있어 이 아니 슬프다 하지 않으리. 사랑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하고 시를 쓸 수 있을 때 열심히 시를 쓰라 하는 지인의 시구詩句가 정답일지 모른다 나는 오늘도 줍고 있다 허공중에 널브러진 편린片鱗을 2020. 6. 29.
옹이/시.42 옹이 / 淸草배창호 경계를 넘나드는 사선에는 윗녘과 아랫녘에 쪽빛만 있는 게 아니다 먹장구름이 난장 치는 변이의 연속이 초승에서 그믐까지 요동치듯 토하고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켰어도 척박하고 곤할 때는 무리별처럼 옹기종기 정감으로 추구하는 사념을 나눌 줄 알았는데 분화된 마음이 얄궂다 빗금으로 빗장을 치지 않았다면 철썩이는 파도만큼이나 포말의 이질적인 가공에 눈이 시릴 지경일 테지만 상실로 분칠한 어둠이 창을 덮은 줄도 모르고 발등만 쳐다보고 너무 멀리 짊어지고 왔었다 밀물과 썰물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어거지가 반세기를 넘었어도 어쩌랴 마디마디 불거진 옹이가 되었을 줄이야. 2020. 6. 29.
망초꽃/시.41 망초꽃 / 淸草배창호 오뉴월이면 풀물이 절정을 이루지만 시도 때도 없이 헤집고 다니는 억척을 빼닮아 맵시라 할 것도 없이 옥색 대궁에 노란 수실의 무명저고리 꽃이냐고 비아냥거려도 토착을 향한 눈물겹도록 귀화한 세월이 사그라지지 않았기에 이 한철 시절 인연이 다 할 때면 이내 곰삭겠지만 너푼대는 설레발 짓이 지천으로 늘려 있다 저물녘, 지친 하루가 시름마저 잊게 해 산들바람에 찡하도록 스며드는 이국의 이 설음을 어이 할까마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 2020.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