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초하初夏의 싸리꽃/시.40 초하初夏의 싸리꽃 / 淸草 배창호 하늘 낯빛 빼닮은 잎새는 나날이 달라 도드라진 보랏빛 자태에 녹우綠雨가 사흘이 멀다 하고 추근거린다 소박한 고샅의 울타리로 정을 나누었든 외딴 두메산골 옹달샘처럼 잔잔히 오늘이 있기까지 참고 견딘 세월이 얼마 드냐, 실바람에 몸 풀듯이 총총히도 앙증맞다 초여름 설은 볕이라 해도 달구어지기는 매한가지인데도 종일토록 꽃술의 유혹에 혼미한 벌, 바르르 눈시울을 적시는 이슥한 해거름이 되었어도 유희를 끝낼 줄 모르니 차마 외롭다는 말조차 할 수 없겠다 2020. 6. 29. 망초꽃 빚어내는 유월이면/시.38 망초꽃 빚어내는 유월이면 / 淸草배창호 초하初夏에는 설익은 더위라도 풀물이 머물러 닿는 곳이면 남새밭 푸성귀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분단장이라곤 나 몰라라 하는 꼭 엄니의 무명저고리의 곱살한 맵시 흐드러지게 넌출 되는 영판 국화를 닮았다! 토착의 뿌리를 내리기까지 설움의 끝은 어딜까, 먼발치에서 보노라면 풀 섶이 딱 인데도 산들바람에 남실대는 망초꽃 향기는 실개천 물결처럼 토닥인다 아니나 다를까 누굴 닮아 눈물겹도록 억척이 몸에 밴 꽃도 꽃 나름이라 지지리도 홀대를 당하면서 사치 없는 그리움만 지천으로 피었으니. 2020. 6. 29. 글 꽃/시.37 글 꽃 / 淸草배창호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듯이 한 번 피었다 지는 꽃이 아니라 유구한 생명의 장을 펼치는 멸하지 않는 꽃이 있습니다 말이라도 인성에 따라 천양지차 있듯이 눈에 보이는 만상萬象이 하나같이 다른데 오죽이나 할까 훌륭한 목재는 가지 속기를 스스로 마다하지 않으며 살가운 햇살의 의미를 알고 있건만, 앎의 경계를 허무는 교만을 떨쳐낼 수 없다면 충만을 내몰라 하는 모래톱 같아서 말간 하늘을 우러러볼 줄 모른다면야 추구할 수 있는 이상을 팽개치는 것이기에 진부한 삶에 성찰이 빚은 글꽃이 울림으로 다가와 파르르 깨어나는 눈 뜻임은 찰나의 찬미가 아닌 높고도 그윽한 빛을 발할 것입니다. 2020. 6. 21. 죽도록 하는 것/시.36 죽도록 하는 것 / 淸草배창호 세월의 파편이 알갱이 되어 굴러간다. 모닥불 몽글 피어오르듯 도란도란 지핀 합장하는 마음도 현실의 울타리 안에 묶여있는 거대한 벽壁 같은 소용돌이의 파도는 늘, 남아있는 그리움 되었다 욕심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함께 할 수 없음이 고뇌로 빚어져 가슴 밑바닥에 멍울처럼 웅크리고 있는데 이내 사랑하는 마음, 애써 비우거나 숨길 수조차 없으니 그냥, 아름다운 머무름 되어 소로 시 소원 담은 별똥별의 하강처럼 꿈을 꾸며 흐르는 실개천처럼 저마다 가는 길이 다르고 생각의 차이가 나겠지만..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 사랑은, 회한이 남지 않게 죽도록 하는 것 2020. 6. 21. 송홧가루/시.35 송홧가루 / 淸草배창호 초록의 동색을 넘나든 신록의 오월은 분망하기 이를 데 없지만 봇물 토해내듯 양극으로 치닫는 편린들이 중독의 나락에 깊이 빠졌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절인 노욕이 시대의 변천에도 들불처럼 꺼질 줄 모르고 철옹성에 열광한 내일을 볼 수 없는 질곡에 갇혀 넘볼 수 없으면 닿을 수도 없는 것인데, 바닥난 분별의 끝은 어디쯤일까? 상투적 허방에 푸른 솔의 분노가 밀려와 노랗게 천지를 덮으려 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느낌표가 자리 잡을 때 까지! 2020. 6. 21. 찔레꽃/시.34 찔레꽃 / 淸草 배창호 임이 뿌리고 간 추적한 자리마다 녹의 치장이 여백 없이 빠져들 때면 절색은 아니지만 하얀 홑적삼에 노란 수실로 빚은 저미도록 아픈 자화상이 애환으로 남았습니다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임의 온기처럼 짙어진 숲, 바람이 만감을 서리게 해 가다 오다 마주쳐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언제나 이맘때면 덤불 속 하얗게 피운 꽃, 쳐다만 봐도 가슴 저려와 눈시울을 적신 시절을 넘나든 아픈 세월은 닳도록 지문이 되었습니다 차마 어쩌지도 못하는 이내 그리움을 어이할까마는 목메게도 보고 싶은 네, 이 한철만의 찔레꽃이 아니라 문득, 하시라도 꺼내 볼 수 있는 속뜰에 피우는 그대이고 싶습니다 2020. 6. 21.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