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소소리바람이 일어도/시.15 소소리바람이 일어도 / 淸草배창호 소소리바람에 눈을 틔운 춘삼월, 하마 기다렸던 그리움을 풀어헤친 기지개로 다가올 새날을 향해 겨우내 움츠렸든 나목이 내민 손짓에 망울망울 미혹에 빠졌다 기억의 저편에서 바라본 꽃의 환생은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어서 상상의 통념 속으로 한껏 부푼 환한 미소에 눈이 부시고 촉촉해진 입술에 입맞춤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뼛속까지 소소리바람이 일어도 이상의 나래를 펼치는 생동의 빛으로 산수유, 노란 별꽃으로 버무린 무제의 단상을 놓고 있는 그윽함을 보라! 늘 그 자리에 하루가 다르게 봄날의 구애가 시도 때도 없이 여백을 채우는. 저작자 표시 컨텐츠변경 비영리 2020. 6. 21. 쉬었다 가려 마 꽃바람아!/시.14 쉬었다 가려 마 꽃바람아! - 淸草배창호 - 버들강아지 볼을 비비는 살가운 바람에 얹혀서 신열을 앓고 난 돌 개천 물소리마저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박동으로 이어 가는 선율이 되었다 엄동嚴冬이 꿈꾸어왔든 봄날은 첫발을 딛는 소곡이기를 바랬기에 상상의 미지에 늘어놓는 순간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설렘이 참 좋았다 종다리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지랑이 초입의 목말을 타고 풀물 이슬 젖은 네, 저만치 있었더라 머무름이 짧아 눈에 밟히기만 한 고배의 봄바람아! 2020. 6. 21. 섬진강의 봄/시.12 섬진강의 봄 / 淸草배창호 은빛 모래톱이 반짝이는 섬진강의 봄은 다압골이 절창이다 지리산 기슭을 끼고 돌아 태동의 숨결을 불어 넣는 강변에는 바람이 일 때마다 뒤안길로 떨어지는 꽃잎이 눈처럼 휘날린다 짧은 환희도, 이별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서럽다 말도 못 하는 그리움을 강물에 띄워 보냈어도 멍울진 편린들이 야속할 뿐이라 하지만 내 안에 아직도 보내지 아니한 가고 옴의 행간을 넘나들 뿐이다 2020. 6. 21. 풋사랑/시.11 풋사랑 / 淸草배창호 봄비는 풋사랑이다 쉬이 곁을 주지 않으려는 봄볕이 야속하기만 한데도 볼을 어루만질 이맘때면 쏟아지는 환한 미소가 봄눈처럼 해 나른해 돌 개천 이끼는 풀물을 마구 빚어낸다 오늘이 있기까지 시절을 등에 업은 아프지 않은 꽃이 어디 있을까마는 아쉬움이 돌고 돌아 여백마다 눈송이처럼 늘어놓는 잔잔한 선홍빛 꽃잎을 피우기까지 뜬눈으로 지새운 봄날이 참, 눈물겹다! 2020. 6. 21. 봄비/시.10 봄비 / 淸草배창호 기별도 없이 임이 오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이제나저제나 애태우는 줄 모르고 마파람에 얹혀서 느직하기만 합니다 그루터기에 움튼 안달 난 연민이야 저미도록 미어지건만 봄비 소리에 그렇게도 야멸찬 지난 세월마저 깡그리 잊었습니다 또 비가 오고 소소리바람이 일 때이면 내 안에 아직은 생경한 춘희春姬가 속울음 삼키게 한 봄눈을 보란 듯이 바람에 띄울 것입니다 임이 오고 간 자리에는 이내 풀물이 번질 터이고 곰 삭힌 환한 체취가 온통 지천으로 애틋하게 아장일 테니까요 봄비가 추적이고 나면야 이내 꽃눈이 찰지게도 빚을 것입니다 2020. 6. 21. 겨울 끝 달의 봄이/시.9 겨울 끝 달의 봄이 / 淸草배창호 기별도 없이 와락 끌어안을 수 없는 시린 이별의 끝자락에 진눈깨비 흩뿌려 솟대가 되어버린 대숲이 상념에 들었다 이제 막 자리매김한 연지 찍은 매화, 초경으로 물든 선홍빛 꽃망울에도 거나한 봄기운이 자랑처럼 늘어놓은 수간마다 생멸하는 쳇바퀴의 환생이라서 시작이 절반이라는 소소리바람 한 때만을 기다려 왔다지만 이미 세속에 버무려진 바탕은 미리 예단할 수 없는 줄기가 되었는데, 겨울의 끝 달에 오락가락하는 눈비가 쉬이 호락호락하지는 않겠노라고 연신 날을 세워도 잦은 봄비에 밀물처럼 자고 나면 하루가 달라 들뜨게 하는 네! 2020. 6. 21. 이전 1 ··· 41 42 43 44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