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산나리 /(推敲)1-45 산나리 / 淸草 배창호 녹의 단장으로 펼친 물오른 절정이 융단처럼 곱다 가시덤불 뒤엉킨 산자락에 유독 눈에 띄는 홍일점, 가녀린 긴 목선이 슬퍼도 보이련만 주근깨 수놓은 네 함박웃음은 단아한 진국처럼 우러난다 제목 없는, 무명의 바람이 이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자유로움인데 무등탄 시절의 필연이라 하니 하느적 팔등신 같은 네 춤사위 동량처럼 당당한 임의 모습 빼닮았다 넘치지 않고 곁 지기로 와닿는 숲에도 아취가 한껏 득음을 울려 눈부시게 번지는 향기가 온 산야를 덮었다 2021. 7. 20. 蓮의 마음 /(推敲)1-44 蓮의 마음 / 淸草배창호 그리움 꾹꾹 눌러 앉힌 긴 목선이 관음觀音을 닮았다 스쳐 가는 세월의 발자취가 비록 꿈에 불과할 지라도 헤아릴 수 없고 끝도 없는 전율의 강이 화석이 되었어도 도도히 흐른다 한여름의 광염을 소로 시 담아 지평을 열어가는 찰나의 눈부신 한철 생인데 청정 淸淨이 꽃이 된 희열을 만끽하니 풍미風靡의 바람에도 의연한 환한 미소는 달빛처럼 고고하더라 네, 진흙 속에서도 호젓이 시절 인연에 갈음하듯 정화의 가교를 놓았으니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유에서 자유로운 본연의 마음이 이토록 아름다울 줄이야! 2021. 7. 18. 섬, 그 찿집 / 1-43 섬, 그 찻집 / 淸草 배창호 연륙교連陸橋가 아름다운 남해 섬 해안을 낀 일주도로를 가다 보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바닷바람이 키운 들꽃 정원이랑 돌계단이 아름다운 토담 찻집이 있다 그리움을 앓는 사람이라면 고독이 곁 지기처럼 행간을 넘나들어 동동 떠 있는 섬이 분신처럼 동병상련이라서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포말이 일고 있는 바다는 저미도록 아프다 고즈넉한 산중 도량에만 칩거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갈매기 소리조차 상념을 낳고 있어 하얀 겨울이면 절로 눈물겨울 것 같은데 한때 아집이 먼 길을 돌아서게 하였지만 소회를 일게 하는 시절 인연의 추억을 모락모락 커피 향 번지는 창窓에 걸었다 2021. 7. 15. 백날의 꽃을 피웁니다 /(推敲)1-41 백날의 꽃을 피웁니다 / 淸草배창호 신열을 앓고 있는 그렁한 눈망울로 꽃을 지고 온 시절을 넘나든 바람이 들불처럼 타올라 지천을 흔들어대도 동공에 빗금을 마구 그어 놓았으니 내 안에 엉킨 애증의 뿌리, 염천에도 단아한 환영처럼 일렁이는 아련한 미소는 네, 애끓음을 닮아서 울먹울먹 뛰고 있는 박동 소리 눈길 닿는 곳마다 바라만 봐도 괜시리 눈시울이 떨립니다 풀물이 무색하리만큼 타오르는 애환을 차마 어쩌지 못하는 초야의 그리움은 치성의 마음으로 피고 지기를 백날이란다 네, 오늘처럼 잎새가 기다리다 반란을 꿈꾸기까지 서늘한 애끓음이 더 많은 고통으로 인해 밤 쏘낙 빗물 소리조차 아려도 품어야 할 필연이기에 담담히 하시라도 예지토록 피울 것입니다 "예지睿智= 꿰뚫어 보는 지혜롭고 밝은 마음 " 2021. 7. 7. 바람아! 바람아! /(推敲)1-40 바람아! 바람아! / 淸草배창호 삶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인 줄만 알았는데 내가 선택한 길인데도 꾹, 버티고 있는 내 안에 끊임없이 분출되는 바람이 나를 옭아맵니다 삼백예순날이 밀물처럼 일순간에 소용돌이쳤어도 누울 때를 알고 있는 풀의 마음을 새겼더라면, 차마 떨치지 못해 마구 헤집고 다니는 달무리 지은 사랑과 미움의 반복입니다 자적自適하는 구름과 포용의 바다를 닮으라 하지만 포화하는 파도의 애환은 이내 절규로 변해 그리움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는 걸 몰랐습니다 집착을 벗어나면 지혜의 눈을 뜬다는데 알량한 뻗대기에도 아랑곳없이 바람이 잠들 때까지 기다림밖에 없습니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게 인생이라지만 놓지 못하는 그리움은 산 능선에 피어있는 자욱한 안개꽃인 것을 소유할 수 없는 공허한 애상愛想이 세월.. 2021. 7. 5. 옹알이 /(推敲)1-38 옹알이 / 淸草배창호 세상에 널리 통한다는 통속이라는 흑과 백의 편중된 논리의 사고에도 관습의 너와 나, 사이 간에서 꽃놀이패에 의미를 두었으니 혹자는 세상이 아름답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인 것을, 눈 밝은 이에게 보이는 건 불림에 맛 들여진 민낯으로 밀당을 이루는 행간이 시류時流의 판박이처럼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호함에도 신명이 났다 불후의 저작들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철옹성을 이루었는데 화자와 청자가 나눈 화두가 생멸이라면 경계가 무너지고 만장이 펄럭인 데도 예나 지금이나 홀로 가는 자아 망집 같은 상상의 세계라 하지만, 시가詩歌로 꺼지지 않는 바람의 생명이 되길! 2021. 6. 30.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