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궤적軌跡 / 1-22 궤적軌跡 / 淸草배창호 그대! 희끗희끗한 머리 희비가 교차하는 만감의 쌍곡선 한껏 움켜쥘 줄만 알았지 놓을 줄을 몰랐으니 켜켜이 쌓인 아집과 욕심의 잔재들로 짓눌린 어깻죽지가 얼마나 무거웠소 본디 삶이란 게 굴곡의 여정인지라 애달파 할 일조차 있겠냐만 가다 서다 보니 어언 산마루에 걸터앉은 시절의 변곡점을 맞이하였는데 인생이야 아직도 미완인 것을 앳된 성숙이라고 쉬어간 들 어떻소 변한다는 건 세월의 발자취일 뿐인데 좋을 때가 있으면 궂을 때도 있는 법, 예측불허의 세상사 때론 일탈을 꿈꾸지만 바라는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여백 하나쯤 염원으로 남겨둘 수 있지 않겠소 청빈한 소탈로 충만을 빚는 쉬이 흘러가는 오늘을 만끽하듯이. 2021. 5. 3. 시오리 길 / 1-21 시오리 길 / 淸草배창호 바람서리로 보낸 세월만큼이나 덕지덕지 인적 끊긴 황톳길은 발붙일 엄두조차 덤불이 되었다 쪽지어 낼 묵은 사연이 그리도 깊었을까 풀어헤칠 소회가 많았어도, 송화松花의 분칠이 지천을 이루는 지금도 양달의 잔솔밭에는 서리 맞은 귀밑머리 대궁에다 솜털 같은 옛이야기를 이고 있는 할미꽃, 입하를 지척 간에 둔 봄날은 변신에도 능해서 덩달아 어지럽다 묵은뎅이 된 재 넘어 시오리길, 속 뜰에 꿈틀대는 그리움이 보란듯이 아카시아처럼 톡톡 터졌는데 먼눈팔다 채인 발가락 눈물 나도록 아프다 2021. 4. 29. 동경憧憬 / 1-20 동경憧憬 / 淸草배창호 산고보다 더한 멍울 꽃으로 전신을 휘감았습니다 추적대는 빗물처럼 연신 기억의 저편들은 그윽한 선율의 파동이 되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반석처럼 내 안에 긴 그리움이 둥지를 틀었을 때부터 생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꽃무릇 닮은 절절한 애 닮음이라서 일생의 꿈에 불과할 뿐이라 해도 희비에 울고 웃는 애증만 차곡히 퇴적되었습니다 달빛에 물결처럼 일고 있는 사모함이 닿을 수 없는 미망일지라도 합장하는 선線에 나란히 의미를 두려 합니다 사유思惟하고 사념思念하는 건 제 몫이기 때문입니다. 2021. 4. 27. 아마도 / 1-19 아마도 / 淸草 배창호 내겐 절절함이래도 행여 하면서 하얗게 설은 밤, 하매나 메아리로 돌아올까 봐 허공중에 산산이 부서진 울림인 줄도 모르고 부질없이 몽환夢幻을 헤매는 바보 꽃 하나 눈치도 없이 동거하고 있었더라 2021. 4. 23. 보랏빛 등꽃 / 1-18 보랏빛 등꽃 - 淸草배창호 - 하늘 보기가 부끄러운 것일까, 머무름이 짧은 꽃잎의 일생처럼 꽃이야 소리 없이 피었다가 질 때까지 더없는 충만을 베풀었다 산사의 연등을 밝힐 이맘때면 시름겨운 세상을 바라보는 간절함이 빚은 짧은 봄날의 소나기 사랑을 피울지라도 닿을 수 없는 하늘을 품어 지척에다 걸어나 두고 싶은데 사월의 봄비를 사랑하는 것과 같이 미망에 찬 지난 옛사랑이 실금처럼 오롯한 파동을 어찌할까. 2021. 4. 18. 봄은 퇴고로 거듭난다 / 1-17 봄은 퇴고로 거듭난다 / 淸草배창호 풀물이 추파를 던진 게 엊그제였는데 마파람이 휘돌 때마다 아스라이 바라만 봐도 화들짝 취해버릴 것 같은 복사꽃, 들뜬 상춘으로 함몰되어 가는 봄의 문장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지만 해묵은 어휘마저 품었다 놓기를 반복하는 물의 무늬처럼 섶 대궁의 어우러짐도 잊은 듯 곰삭아서 좋다 봄은, 아무리 퇴고를 거듭하여도 나무랄 데 하나 없어 행간을 넘나드는 꽃의 반란은 보란 듯 상재하는 진홍빛 결구가 되었다 2021. 4. 12.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