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그대 /(推敲) 1-58 그대 / 淸草배창호 잎새 달의 봄빛 같은 환한 미소가 생생히도 너무 그립습니다 그리움이 깊어 멍울 꽃 되었어도 이제는 어쩌지도 못한 미어지는 가슴은 석별의 지난날들이 숯등걸처럼 망울망울 서린 젖빛 운해로 덮였습니다 지난 시절 인연의 잔잔한 기쁨마저 바람벽에 부딪혀 함께 할 수 없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디서 왔다 언제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나브로 단 하나의 문장이 된 밀어낼 수 없는 미완의 파도처럼 오직 같은 하늘 아래 산다는 나눌 수 없는 안녕이라는 마음 하나입니다 2021. 8. 31. 뒤태 /(推敲) 1-57 뒤태 / 淸草배창호 불볕에 숭숭 뚫린 남짓 닢조차 허공에 달랑인다 뒤숭숭한 심사를 애써 재우려 하는데도 붙잡을 수 없어, 뒤 남겨놓고 가야만 하는 밤의 적막이다 못내 떠나가는 한 철 장막이 걷히고 군상群像의 아우성이 쓸고 간 사방이 무거운 정적에 쌓인 광장에는 가을장마에 고즈넉한 그림자만 난무한다 찬란한 생에 한 축인 파노라마도 한 때의 봄 꿈과 같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잘 못 채워진 첫머리(端初)로 풍랑의 벽에 산화하는 파도가 되었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회색빛 몰아沒我에 가려 이게 전부가 아닌데, 다정이 병이 된 묵중한 서글픔을 미처 예단하지 못했으니 한 닢의 낙엽처럼 뒹굴어가는 이 질곡을 2021. 8. 27. 그리움 / 1-56 그리움 - 淸草배창호 안개비 아롱아롱 대숲에 걸린 줄 알았는데 가슴에 응어리진 슬픈 알갱이가 음율처럼 추적인다 이내 갈애渴愛하는 마음 하나 시도 때도 없이 들쑤시고 있는 임이 전부인데 저미도록 처연한 방황이 온통 환영으로 일렁인다 어이 하리야, 추억의 "소렌자라" 리듬에 묻혀 차마 내쫓을 수도 없는데 눈먼 누구한테는 기다림도 사랑이라 했건만 Solenzara 추억의 소렌자라 / Claude Ciari 2021. 8. 23. 가을에 내리는 이 비는! /(推敲) 1-55 가을에 내리는 이 비는 /淸草배창호 저물녘, 가을을 적시는 이 비는 언덕 위 싸리 꽃나무 노랗게 물들이는 붓질만큼이나 앞산, 한 소절素節 빨갛게 익은 산 감도 미련이 남아 시도 때도 없이 저미게 하는 호젓한 애끓음이 되었다 꿈에 부풀었던 지난 감동이 선망羨望에 닿고 보니 갈밭 억새꽃도 한때인 것을, 어제의 오늘이 뒤안길 되고 보니 누군가는 옛사랑이며 새로운 사랑이 될 수 있음에 소슬하게 추적이는 이 비는! 부슬부슬 이 밤도 하염없다 "소절素節(가을철’을 달리 이르는 말.) 가을 사랑 / 신계행 2021. 8. 20. 퇴적 /(推敲) 1-54 퇴적 / 淸草배창호 소유할 수 없는 이 적조한 그리움을 아십니까 늘 하나 같이 일상처럼 물 흐르듯이 와 닿아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게 하는 넘치도록 그윽한 섬김을 아십니까 지척도 분간 못 할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촉촉이 스며드는 이슬의 머무름 또 한 소슬하게 절이는 애달픔을 아십니까 행복의 잣대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으나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듯이 얽매이지 않는 지척에 섬 하나 떠 있음을 아십니까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인 것을 아십니까 ***** (시작)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그대로 오래 머물 수 있게 하고 퇴적처럼 쌓여서 지켜주고 함께하는 것이다 이슬 젖은 풀잎 속을 걷는 것처럼 점점 충만해지는 것인데 가지려 하는 만큼 집착이 생기니 동동 지척에 둔 누이 같은 섬을 닮아야 .. 2021. 8. 16. 호수 /(推敲) 1-53 호수 / 淸草배창호 희붐한 묵언의 새벽이 여명을 잉태한 물안개 피운다 시공을 넘나듦에도 평정을 잃지 않고 저물녘, 서늘한 윤슬이 지문처럼 일어 귀 기울이는 누이 같은 그리움 저민 달빛아! 흐르는 대로 머물다 네 생애 속에 뛰어들어 오늘을 태우는 놀을 사랑하고! 고요함에 익숙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네, 닮을 수만 있다면! 2021. 8. 13.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