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백일홍 필 때이면 /(推敲) 1-52 백일홍 필 때이면(推敲) / 淸草배창호 시절을 넘나든 바람이 곁에서 머물다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삼복三伏의 불볕에도 봉숭아 물들인 가지마다 늘어지도록 매달아 차마 어쩌지도 못하는 바라만 봐도 괜스레 잊히지 않는 지난 추억에 눈시울을 붉힙니다 그렁그렁한 서리 낀 동공에 파동치는 그리움들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림자 되어 실금처럼 지난 사랑이 오롯하건만 영원한 반려는 없다 해도, 퇴색한 흑백의 필름처럼 가물가물한 세월에 묻히기만 기다려야 한다면 꽃이 피고, 지는 것도 다 때가 있듯이 닿을 수 없는 속 뜰을 피우는 여진이 아련한 선영線影의 연민이 되었습니다 2021. 8. 10. 달맞이 사랑 /(推敲) 1-51 달맞이 사랑(推敲) /淸草배창호 염천 볕에서도 늘 그래왔듯이 한줄기 소나기가 스쳐만 가더라도 생기가 돌았습니다 또 초록 비가 내리고 깊어가는 낭창 한 대궁마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하는 하늘가 별을 품으려 오롯이 혼신의 힘을 쏟았습니다 남은 생을 아낌없이 태운다 해도 그저 바라볼 수만 있다면 저물녘 칠흑의 밤이라도 찰지게 빚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선물인 까닭이기 때문입니다 간간히 불어오는 솔바람에 위안 삼아서 뜬눈으로 지새운 백야白夜도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애끓음으로 사위가 밝아오니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에 지고 말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바보 같은 달맞이 꽃입니다 "달맞이 꽃말은 "무언의 사랑" "보이지 않는 사랑" "기다림" 2021. 8. 7. 고갯마루 /(推敲)1-50 고갯마루 / 淸草배창호 달이 밝은 건 어둠이 있기 때문이듯이 삶의 무게 저마다 다르지만 탐욕은 막사발도 아닌데 두루마리처럼 칭칭 감겼어도 여백을 둔 퇴고推敲의 즐거움은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하듯이, 아닌 것은 그저 망상일 뿐이다 무엇이 그토록 아까워서 고단한 삶에 애써 멍에를 씌웠는지,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고 하지만 만족할 줄 아는 지혜를 깨우치지 못하였다면 내 상흔의 편린들이 때늦은 회한으로 통곡할 것이다 오늘을 아낌없이 태우는 저 놀은 시공으로 펼친 한 판 승부처럼, 충만의 극치를 향하건만 고갯마루 이르는 능선마다 남긴 아집들은 젊음이 내 있는 줄만 착각하고 있었을까, 오늘에 무엇을 기억하며 무엇을 남기고 또한 무엇을 잃었는지 모르겠다 지는 해, 누구나 한번은 가야 하는 길 능선 가지에 걸린.. 2021. 8. 4. 끝의 한계가 없다 해도 /(推敲)1-49 끝의 한계가 없다 해도 / 淸草배창호 타고난 바탕이란 정하여진 것처럼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 신들린 곡예의 첫사랑처럼 주류에 기웃거리는 꼭짓점처럼 세습이 편협의 강에서 진수를 누리는 것처럼, 비틀거리는 보도블록 틈새에도 생명이 잉태되듯이 눈먼 무리의 날갯짓이 주어 없이 난무하는데도 놓지 못하는 소유욕이 불야성을 이룬다 아득히 넓어 끝이 없는 광야라 해도 근간을 이루어가는 잣대일 뿐인데 토악질이 만연하는 통속이라는 어휘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 거치는 것 없는 마음 하나쯤 걸어두고 싶은데 부질없는 욕심일까, 교만일까. 동녘의 햇살은 올 곱게 빛나서 떨림이 일어 소름이 전신을 요동치고 있는데. 2021. 8. 2. 한 사람 /(推敲)1-48 한 사람 / 淸草배창호 꽃이 새겨진 연못에서 그리움이 된 별 하나, 구름처럼 유영한다 안개비 솔가지에 대롱 매달린 봄비같이 적시는 머무름이 짧아도, 밀어내지 못하는 애끓음을 차마 어쩌랴 한통속인 줄 알면서도 멈출 줄 몰라 분별을 잃었다 잡을 수 없는 것을 뜬구름이라 했는가 안녕이라는 말도 못 했는데 타다 만 잉걸불 가슴을 까마득히 잊혀가기 때문인 것을 2021. 7. 28. 그리움을 피웁니다 /(推敲)1-47 그리움을 피웁니다 / 淸草배창호 오늘이 오기까지 어김없는 네 행보는 풍랑처럼 넘나든 숱한 나날이었는데 염천 볕에도 봉숭아 물들인 마디마다 꽃을 피우니 늘어지도록 흐드러진 네, 바라만 봐도 괜스레 눈시울이 떨립니다 서리 낀 동공에 환영처럼 일렁이는 빗금을 그어 놓았으니 언제인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 엉킨 그리움의 뿌리 억지라도 잘라내고 싶어도 아니 되는 이 마음이 고통의 나락이었습니다 연필로 쓴 퇴색된 글씨처럼 묻히기만 기다려야 한다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이기에 피할 수 없는 결과의 몫이라 여깁니다 이 여름이 다하도록 늘 오늘처럼 백날을 예지토록 피우는 네, 애끓음이 서늘한 선영線影이 될 것입니다 2021. 7. 26.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