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菊 핀 가을아! / 淸草배창호
산자락 구석마다 새벽이 놓는
무서리가 내릴 이맘때면
늘 그 자리에 처연하도록
눈부심이 빼어난 꽃의 일생이
그윽한 달빛을 밤새 품었다
토속의 단아한 자태,
어찌 흠모로 빚지 않을까마는
이슥해진 밤이 이슬을 토하듯이
오랜 세월 너무나 바보 같아서
늘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저버리지 않고
함께 할 수 없는 짧은 인연에
왈칵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아,
애절함이 층층으로 빚은 상념의 꽃 속에
망막 넘어 향기가 만들어 낸 환대에도
이내 목전에 이별을 예감하는 양
먼 길을 걸어온 그렁한 눈망울이
꽃을 지고 온 날밤부터
찬 서리에 신열을 앓고 있다
'詩篇(推敲)詩房'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월은! / 1-68 (0) | 2021.10.13 |
---|---|
하얀 가을 미소의 구절초 /1-67 (0) | 2021.10.11 |
메아리 /(推敲)1-65 (0) | 2021.09.27 |
가을을 빗다 /(推敲)1-63 (0) | 2021.09.17 |
가을 앓이 / 1-62 (0) | 2021.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