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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

바람에 내맡긴 갈꽃 / 1-69

by 淸草배창호 2021. 10. 20.

 

바람에 내맡긴 갈꽃 / 淸草배창호

 

은빛 모래톱이 출렁인다
찬 서리에 가슴 졸이는 날밤이지만
이내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니
바람에 내맡긴 하얀 꽃무릇,
신들린 나부낌이 슬프도록 찬연하다

 

생을 다한다는 건 지극히 슬픈 일이지만

집착이 없기에
걸림 없이 이무럽게 다가와
검붉게 여물은 가을볕이
그윽한 달빛을 마시는 느낌은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이내 대궁으로 사위어 가면서도
붙잡을 수 없는 홀씨 된 마음,
기약 없는 만남을 알았기에
연 날리듯 그리움일랑 바람에 띄웠으니
저 눈꽃으로 핀 더할 수 없는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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