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태 / 淸草배창호
불볕에 숭숭 뚫린 남짓 닢조차
허공에 달랑인다
뒤숭숭한 심사를 애써 재우려 하는데도
붙잡을 수 없어,
뒤 남겨놓고 가야만 하는 밤의 적막이다
못내 떠나가는 한 철 장막이 걷히고
군상群像의 아우성이 쓸고 간
사방이 무거운 정적에 쌓인 광장에는
가을장마에 고즈넉한 그림자만 난무한다
찬란한 생에 한 축인 파노라마도
한 때의 봄 꿈과 같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잘 못 채워진 첫머리(端初)로
풍랑의 벽에 산화하는 파도가 되었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회색빛 몰아沒我에 가려 이게 전부가 아닌데,
다정이 병이 된 묵중한 서글픔을
미처 예단하지 못했으니
한 닢의 낙엽처럼 뒹굴어가는 이 질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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