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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희나리 /시.72 희나리 / 淸草배창호 간밤에 내린 무서리, 가지 끝 나뭇닢 사이로 노을빛 산하가 엊그제까지만 하여도 늘 푸른 혈기를 쉬이 떨쳐버리지 못해 뒤돌아보기에 소일을 일삼았다 이미 불붙은 소요의 가을빛에 마음을 빼앗긴 소슬바람에 달랑이는 저 한 잎의 낙엽마저도 모락모락 피어나는 갈애로 빚었으니 마구 눈멀어 콩깍지 씌웠나 보다 이 뛰어남을 어디에 두고 생채기의 자국마저도 요동치는 사무침은 가지마다 맴돌아 고조한 잎새마저 한때의 꿈이라 해도 괜스레 눈시울이 젖는 까닭은. Erste Liebe Meines Lebens / Monika Martin 2020. 9. 25.
꽃무릇 /시.71 꽃무릇 / 淸草배창호 깊어가는 가을의 이맘때면 접싯불처럼 가물가물 전설을 피우는 그리움이 있습니다 곤비한 달빛에 서성이는 슬픈 언약이 꽃술에 아롱아롱 매달린 체 그윽한 유정을 차마 어쩌지 못해 잔물결처럼 일렁입니다 이제나저제나 오매불망이 되었어도 어룽어룽 고인 눈물샘 어쩌랴 갈피를 잡지 못해 천지도 분간 못 하는 구름에 가린 낮달처럼 애절한 넋 어디에 놓을까마는 기다리다 죽어 화석이 된 네, 여기에 아프게도 소복소복하였더라 "석산(꽃무릇)경전 속의 만수사화" 2020. 9. 22.
잎새의 몫이라며 /시.70 잎새의 몫이라며 / 淸草배창호 하늘 낯빛이 아름답다는 건, 성큼 가을이 저만치 와있다는 것 엊그제까지만 하여도 쉬이 떨쳐버리지 못한 미련이 오방색 잎새마다 사연을 빚어놓은 열병이 아련히도 더없는 사랑이 되었다 설령 동상이몽일지라도 살아가는 흔한 흔적의 방편일 뿐인데 지난밤의 일순 희열도 때 되면 바뀌는 것 오가는 것조차도 삶의 미학으로 여기고 싶도록 간절한 것을, 가을은 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가랑가랑 스며든 가지마다 추종은 달라도 제 몫을 다하는 선들 한 솔바람에 깃을 세웠으니 변하는 것이 당연한데 까칠한 투사의 검날이 북새통을 이루어도 옥에 티 한 점 없을 수야, 모자람의 여백이 흠모의 상재를 놓는다 2020. 9. 21.
가을 묵화/시.69 가을 묵화 / 淸草배창호 조개구름 한 점 새털 같아도 자적하는 그리움은 쪽빛 일색이더니 시방 메밀밭, 소금 바다처럼 하얀 풍광을 펼치고 보니 코스모스 농익은 춤사위로 벙싯한 네가 오늘따라 그립다 산자락 억새 탈고하듯 나부껴도 가는 세월이야 차마 어 이하리야 네, 탓이라고 하려니 눈엣가시 같아서 한 춤 옷깃을 여민대도 변할 수 없는 그것을 알 까마는 초가집 싸릿대 울타리는 옛말이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양지바른 길섶에는 가을이 널려있다 빨간 고추가 하늘 향해 누웠으니 2020. 9. 14.
가을 문턱을 넘었다/시.68 가을 문턱을 넘었다 / 淸草배창호 가을이 저만치 왔다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파리마다 오방빛을 추종하는 더없는 산대놀이기 때문입니다 행간마다 절절한 사연들이 차고 넘쳐서 저마다 달궈진 통념들 엄살로만 여겼기에 뚝, 시침 떼고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 차마 몰랐습니다 가지의 틈새마다 가랑가랑 스며든 선들바람에 옷깃을 세웠으니 변하는 것이 당연하건만 하마 익어가는 흠모가 상재를 놓습니다 가을을 타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선홍빛으로 전하는 아린 채색으로 이미 시작이 되었습니다. "산대놀이= 복합적 구성의 탈놀이" 2020. 9. 10.
그런 날/시.66 그런 날 / 淸草배창호 푸른 하늘에 새털구름이 포갠다는 건 어느새 가을이 저만치 서성인다는 것, 유난히도 시달린 불볕의 한 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고통도 쉬이 떨쳐버리지 못하는 불의 열병이 되었을지라도 참고 견딘 순화가 있기 때문에 남아있는 열정이 눈부시게 환한 그런 날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꿈으로 창천을 나는 고추잠자리처럼 살아가는 흔적에 더는 외롭지 않은 아련한 삶이기에 감내해야 할 몫을 아낌없이 은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늘 오늘이 있어 인생 여정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같이 더할 수 없는 그윽한 환희를 곁에 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