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머무름이 짧아 /시.79 머무름이 짧아 / 淸草배창호 썰물의 귀향처럼 홀연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아낌없이 태웠어도 가는 오늘 쉬이, 회유할 수 없는 서걱서걱 풀어헤친 은빛 조율의 처연한 가락이 파동을 넘나든 변주곡이 되었다 가물거리는 낮달이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음각된 회상을 끄집어내듯 까닭 모를 눈물이 난다 세레나데의 들뜬 사랑의 연주도 머무름이 짧아 안쓰럽기만 한데 어차피 보내야 할 길들어지지 않은 이별을 슬퍼하는 옛사랑으로 남기는 시월의 밤아! 2020. 10. 30. 가을에 부치는 편지 /시.78 가을에 부치는 편지 / 淸草배창호 철 따라 꽃이 아름다운 건 향기에 홀렸기 때문이라지만 쳐다만 봐도 설레는 이 동공의 기쁨은 햇살 안긴 봄바람에서 눈꽃 매단 가지 끝까지 온통 헤집고 다니는 임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한때, 초록의 잎사귀도 노랗게 물들어 만추에 비틀거린 붉게 타오른 한 소절素節의 머무름도 갈 때는 아낌없이 소진하고 가는 겉치레 없는 수채화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하나 귀하지 아니한 것 있겠냐 마는 저만치에서 진달래 핀 날도 있었건만 오고 감이 자유로운 저 바람의 행보처럼 회한이 남지 않는 한 닢의 낙엽마저 혼신을 다한 시절 인연이기 때문입니다 "素節 [소ː절] 명사 ‘가을철’을 달리 이르는 말. " "가을 편지 - 통기타 플륫 오보에 바이올린 연주" 2020. 10. 26. 시월은! /시.76 시월은! / 淸草배창호 취기 어린 낯빛을 지척에 두었어도 한발 거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고 품어 안을 수 없이 가물거리는 처연한 조각달이 묵상에 들었다 엊그제 내린 서리에 흐무러지도록 사그라져가는 시월은! 아무리 예찬한 들 눈시울이 글썽이는 까닭은 나도 몰라서 앓고 있는 한 뭉텅 애증의 뿌리일 뿐인데 어쩌다 홀로 굴러가는 낙엽이야 뭐라 말할까 이제나저제나 떨쳐버릴 수 없는 미련의 편린을, 타들어 가는 일몰조차 을씨년스러운데 관조에 든 솔바람이 이별의 전주곡으로 들리는 여운으로 남아. 2020. 10. 17. 가을빛(秋色) /시.75 가을빛(秋色) / 淸草배창호 간밤에 내린 무서리, 엊그제까지만 하여도 늘 푸른 혈기를 쉬이 떨쳐버리지 못해 가다 서다 뒤돌아보기에 분망하였더라 밀고 당기기의 소용돌이에 하루가 멀다고 풀어헤친 옷고름, 화촉을 밝힌 만산이 백미白眉가 되었으니 이 잘난 시절 앞에 동공이 요동치는 것도 지난 생채기의 자국마저도 만끽할 수 있음이 인지상정이라서 졸졸 산내천이 굽이굽이 더 넓은 꿈을 그리듯이 한껏 고조한 잎새마저도 지나가는 한 때의 결이라 해도 이 절창을. 2020. 10. 13. 가을 소곡 /시.74 가을 소곡 / 淸草배창호 해맑은 낯빛이 그윽한 청자를 빚었다 고추잠자리 스산한 해거름인데도 구애가 한창 시시덕 휘지르며 서슬 퍼런 영화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몰랐다 메밀밭 소금 꽃이 그렇고 낭창한 코스모스가 그렇다 빼어난 곡선은 아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곁 지기를 빼닮았으니 어쩌랴 호젓한 네, 무망에 걸린 갈꽃 대궁으로 남아 곰삭은 한 때도 이내 사위어 가는데 잘난 시절 어디에 두고 갈바람이 이내 거두어갈지라도 딱, 이만 치면 욕심이 아닌데도 혼신을 불어넣는 사색에 베갯머리 뉘었으니 텅 빈 무심만 훠이훠이! 가을 앓이에 서늘한 그리움만 귀로에 든다 2020. 10. 9. 달빛을 품은 네, 山菊 /시.73 달빛을 품은 네, 山菊 /淸草배창호 서정이 내려앉은 산자락에 무서리가 내릴 이맘때면 산바람이 갈숲을 마구 흔들어대도 켜켜이 쌓인 향기를 담아내는 고즈넉한 네, 달무리는 산허리를 휘감아 가을을 지피는 자지러진 달빛 아래 찻잔 속을 물 들인 아슴아슴한 그리움 같은 거, 지천으로 흔적을 남기는 솔바람 스침조차 한 획을 긋듯이, 어찌 흠모로 빚지 않을까마는 그윽한 달빛을 마시듯 오랜 세월 너무나 깊어서 늘 입에 달고 사는 지겹게도 눈에 콩깍지 씌었나 보다 2020. 10. 2.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