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의 몫이라며 / 淸草배창호
하늘 낯빛이 아름답다는 건,
성큼 가을이 저만치 와있다는 것
엊그제까지만 하여도
쉬이 떨쳐버리지 못한 미련이
오방색 잎새마다 사연을 빚어놓은
열병이 아련히도 더없는 사랑이 되었다
설령 동상이몽일지라도
살아가는 흔한 흔적의 방편일 뿐인데
지난밤의 일순 희열도 때 되면 바뀌는 것
오가는 것조차도
삶의 미학으로 여기고 싶도록 간절한 것을,
가을은 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가랑가랑 스며든 가지마다
추종은 달라도 제 몫을 다하는
선들 한 솔바람에 깃을 세웠으니
변하는 것이 당연한데
까칠한 투사의 검날이 북새통을 이루어도
옥에 티 한 점 없을 수야,
모자람의 여백이 흠모의 상재를 놓는다
'詩篇(推敲)詩房'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나리 /시.72 (0) | 2020.09.25 |
---|---|
꽃무릇 /시.71 (0) | 2020.09.22 |
가을 묵화/시.69 (0) | 2020.09.14 |
가을 문턱을 넘었다/시.68 (0) | 2020.09.10 |
그런 날/시.66 (0) | 2020.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