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필 때이면(推敲) / 淸草배창호
시절을 넘나든 바람이 곁에서 머물다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삼복三伏의 불볕에도
봉숭아 물들인 가지마다
늘어지도록 매달아 차마 어쩌지도 못하는
바라만 봐도 괜스레 잊히지 않는
지난 추억에 눈시울을 붉힙니다
그렁그렁한 서리 낀 동공에
파동치는 그리움들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림자 되어
실금처럼 지난 사랑이 오롯하건만
영원한 반려는 없다 해도,
퇴색한 흑백의 필름처럼
가물가물한 세월에 묻히기만 기다려야 한다면
꽃이 피고, 지는 것도 다 때가 있듯이
닿을 수 없는 속 뜰을 피우는 여진이
아련한 선영線影의 연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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