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 없는 그리움 / 淸草배창호
분별할 수 없는 부옇게 서린
거울에 비친 초췌한 외로움이
낡아 빛바랜 지문처럼 드리웠다가
이내 자취도 없이 묘연해졌습니다
잊지 않겠노라는 그 언약도
빚지 못하는 그리움이듯이
놓지 못하는 애끓음은
저녁놀처럼 검붉게 타올라
심해深海 속으로 산화한
생각의 고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가 되면 사그라지는데
묻혀가는 눈물샘이 요동치듯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사랑인데도
시간이 말해 주는 오직 망각이라는
유일한 종착지이기 때문에
밀어낼 수 없는 미어지는 가슴앓이입니다
-추신-
이른 7월의 장마가 들었기에
어김없이 추적이는 비가 내렸고
언제나 이맘때면 종잡을 수 없는 기억으로
읽을 수 없는 행간으로 채워 나갔습니다
수취인이 없는 그리움이지만,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음에 위안을 얻는데
왠지 창대 같은 눈물비가 내렸고,
보고 싶은 보슬비도 내렸습니다
주마등처럼 스쳐 간 옛이야기가 되었어도
울림 없는 묵은 안부만 뒤적여보지만
차마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그 마음이 참, 아프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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