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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상고대 피었더라 / 2- 22 상고대 피었더라 / 淸草배창호 눈이 질다는 삼동三冬의 밤을 설치다 깨고 나면 허탈한 게 꿈이라지만 거죽만 남긴 노구老軀의 새벽녘, 동짓달의 긴긴밤을 마구 헤집다 달마저 희붐한 창가에 걸렸다 들녘에는 천연스레 휑한 바람이 일고 있는데 애증愛憎으로 얽매이지 못한 울림 없는 통속이 회한으로 남아 가물가물한 불씨마저 빙점으로 얼어붙게 하였지만 야속하게도 설은 건 속 뜰까지 꽁꽁 얼게 한 심해心海의 욕망조차 품어 안지 못해 헤아릴 수 없는 상념의 똬리를 튼 문풍지는 밤새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다 겨울을 사랑한다는 건, 눈부시게 피어있는 서리꽃처럼 동이 트면 이내 사라질지라도 속엣말을 터놓을 수 있는 시리도록 바라볼 수 있는 분신인 네가 있었는데 Carol Kidd - when i dream 2022. 12. 16.
하마 바람이려니 / 2- 21 하마 바람이려니 /淸草배창호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이 이슬을 속속들이 적실지라도 선택한 가치를, 그대로 존중하는 꿈속에서도 풀숲의 행간을 서성이는 무제無題의 그 바람은 멈출 수 없는 시나위 가락이 되었다 내칠 수 없는 아득한 그리움에 시달려 참을 수 없는 모호함에 함몰된 소유는 밀착할 수 없는 돋은 가시에서 비롯하지만 늘, 일탈을 꿈꾸는 구름바다도 저 바람 많이 할 수 있는 거, 생각은 시도 때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뜨거운 여름날 소낙비 같은 간절한 소망의 절실함조차도 누군가에 옛사랑이 될 수 있는 외로운 겨울 바다의 숨비소리인지도 모르겠다 Lee SoJung - I'm Here (2022, Why Her OST) 2022. 12. 12.
강가에 핀 물망초勿忘草여! / 2- 20 강가에 핀 물망초勿忘草여! /淸草배창호 바람이 달달하게 부는 어느 날,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할 우연이 먼 발취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조차 단 하나의 문장이 된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잡아둘 수는 없는 자유로운 바람이라 하지만 걸림 없이 흐르는 은물결 같은 희열을 달처럼 온전한 품 안에 채울 수 있다면 생에 있어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찔레꽃처럼 다시 볼 수 있는 그날을 위해 하늘을 우러러 합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잊지 말라는, 물가에 저녁놀은 끊임없이 모두를 주고 가는 시공時空을 초월한 일인데도 바다로 향하는 강이 길을 잃지 않도록 은하銀河의 잉걸불을 그윽이 지피는 것입니다 떠난날을 위한 엘리지-정영은 정영은 - 떠난날을 위한 엘레지 2022. 12. 10.
머무름이 짧아도 / 2- 19 머무름이 짧아도 / 淸草배창호 낙조의 하강처럼 홀연히 가는 오늘 쉬이, 회유할 수 없는 윤회輪廻의 수레에 겨우살이 三冬을 싣고서 풀어헤친 은빛 조율의 처연한 가락이 생멸을 넘나드는 오롯한 변주곡이 되었다 졸음에 가물대는 낮달을 보고 있노라니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음각된 회상을 끄집어내듯 별밤에 숨어서 피는 꽃송이같이 가을 앓이에 까닭 모를 눈물이 난다 우물 메아리의 머무름이 짧은 접싯불처럼 창가를 배회하는 세레나데도 어차피 넘어야 할 그믐달인데 길들어지지 않은 이별을 슬퍼하며 옛사랑으로 남기는 저문 가을아! Henry Mancini - Gypsy Violin(밀애ost) Henry Mancini - Gypsy Violin(밀애ost) 2022. 12. 6.
가시리 / 2- 18 가시리 / 淸草배창호 눈으로 보거나 만질 순 없어도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사랑은,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잊지 않겠노라는 그 언약도 지킬 수 없는 빈 메아리인 줄 알면서 지난날 청사초롱 같은 아름답든 한때도 빛바랜 지문처럼 드리웠다가 닿을 수 없는 애끓음으로 변하였습니다 별밤도 함께하는 생애에 뛰어들고 싶은 사랑이라는 여울의 강에 섰건만 거슬 수 없는 물살이 저리 깊어 세월 속에 묻혀가는 재 넘는 초승달의 미어지는 가슴앓이만 되었습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하염없이 새겨진 울림 없는 묵은 안부만 뒤적여보지만 하늘 아래, 가시리의 눈꽃 같은 그리움이 정한情恨의 강물이 되었어도, 보고 싶은 사람아! 백만송이 장미 - 김호중김호중- 백만송이 장미 2022. 12. 2.
달을 품은 山菊 / 2- 17 달을 품은 山菊 / 淸草배창호 붉게 타오르던 한때도 저문 산자락에 산바람이 억새 숲을 마구 흔들어대도 이별의 아쉬움을 켜켜이 달군 만추晩秋의 향기를 흩으며 넘나드는 네, 달무리 산허리를 휘감고서 처연히 서걱대는 고즈넉한 산골짝의 선율은 스산한 한낮에 찻잔 속을 물 들인 그윽한 달빛을 마시듯이 솔바람 스침조차 소중한 인연에 안부를 놓는 아슴한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깨고 나면 까맣게 잊고 사는 그리움 같은 거, 이렇게 곱게 저물 수만 있다면 그대로 눈을 감는다 비록 석별惜別의 정이 눈물겨울지라도 소리조차 남기지 않는 바람처럼 옛사랑을 남겨 두고 가야만 하는 속 뜰은 외롭고 쓸쓸한 마른 바람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Origen - Una furtiva lagrima(남몰래 흘리는 눈물)" 2022.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