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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침잠沈潛에 든 응달 / 2- 34 침잠沈潛에 든 응달 / 淸草배창호 솔가지 한밤을 상념으로 추적대다 안개비가 온통 사위를 덮고 있다 이미 던져진 주사위처럼 달군 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심한 듯 방심의 허를 찌른다 안개가 꾸역꾸역 문을 닫는 세상처럼 해빙解氷의 단어마저 전율케 하는 이랑의 물결처럼 굴곡이란 빗금으로 그어진 편린에 서성이다 돋을 별 서고 또 날이 저문다 푸르름이 닮았다 하지만 속이 빈 댓잎과 꽉 찬 청솔, 이상은 엄연히 다른데 어 이하리야 냇물이야 바다에 적을 두었으니 흐름의 까닭이야 그대로이지만, 모가 아니면 도라는 돌비늘처럼 한 때를 호시절이라 만끽하고 있으니 층층시하 눈높이를 어찌 감당하랴, 겨우내 응달이 침잠沈潛에 들었는데 애써 갈애渴愛를 져버리라 하는가 "詩作에서 목마름을 渴愛하다" (명상음악 -물가에서 밤을 샌다).. 2023. 1. 26.
눈꽃 (冬雪花) / 2- 33 눈꽃 (冬雪花) / 淸草배창호 잿빛 정적의 침묵을 거죽 삼아 소리 소문도 없이 밤새 시리도록 백미白眉의 융단을 펼친 설원에는 우듬지의 가지마다 휑하도록 고요했다 매섭게 몰아붙이는 엄동嚴冬의 격조도 얼어붙은 땅에 허기진 혀를 내밀듯 댓 닢의 잎새마다 결로가 맺혀 대숲의 면경이 칼날같이 아득한데도 세속에 물들지 않은 청솔 가지마다 송이송이 피운 우아한 순백의 꽃이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그만치에서 적요한 그리움이 사무치도록 울 어에는 행간을 채워나가는 발자국조차 소유할 수 없는 겨울만의 정취情趣가 절묘한 조화의 환대, 은둔隱遁의 바윗고을에도 젖무덤 봉분처럼 소복이도 쌓였다 사랑이여ㅡ하모니카 연주곡 2023. 1. 26.
백야白夜 / 2- 32 백야白夜 / 淸草배창호 솔가지에 걸려있는 저녁놀이 토담의 온기처럼 여울지는 그런 날, 땅거미 내려앉아 졸졸 돌 개천 얼음 아래 흐르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니 뼛속까지 후려치는 엄동嚴冬의 시련이 더욱 가난해지는 잰걸음 어이 달랠까마는 앙상한 가지마다 할퀴고 가는 산등성의 서슬 푸른 골바람, 아릿한 뒤안 대숲에는 스산한 냉소에 푸슬푸슬 한기에 주눅 든 세월의 한 장(場)을 쓸고 왔어도 다가올 일탈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하고 맑은 외로움조차 기억의 저편, 거칠은 들녘이지만 귀로에 들지 못하고 배회하는 낮달을 보고도 차마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그리움이 유장悠長한 벼늘로 두엄처럼 쌓이건만 불면의 밤은 겨우내 시리도록 하얗다 悠長하다=길고 오래다 팬플루트 연주곡/ IMAGINE(이매진)IMA.. 2023. 1. 16.
겨울밤이 / 2- 31 겨울밤이 / 淸草배창호 그믐밤이 초승달을 재촉하고 눈꽃은 삭풍에 그저 침묵으로 일관해도 때 되면 환한 네, 일탈이면 어떠냐며 빙점氷點을 찍었다 무거운 심연深淵에 잠길 어둑할 질곡을 처마 끝 외등처럼 걸어두고 싶어도 이별은 만남을 위한 준비라지만 아름다운 것일수록 머무름도 짧아 져버릴 수 없는 몹쓸 정을, 꽃이리이면 어 이하랴! 시간과 조류는 기다려 주지 않는데 떼려야 뗄 수 없는 빛과 그림자처럼 날 새면 이내 통정通情하길 바라는 마음인데도 내 안에 직관이 꿈적도 하지 않으니 외따롭게도 눈꺼풀만 하얗도록 무겁다 "꽃이리= 꽃이 필 무렵" 박경규 작곡 꿈의 연가(팬파이프 연주)박경규 작곡 꿈의 연가(팬파이프 연주) 2023. 1. 12.
겨울나기 / 2- 30 겨울나기 / 淸草배창호 곁에서 머무는 북풍만큼 매섭기는 할까마는 산등성을 넘어가는 바람이 내모는 대로 바스락거리는 가랑잎 소리마저 처연히도 고요롭다 신이 난 건 오직 덕장뿐인데 그 새 안달하듯 봄 동을 그리워하다니 도사리 움트려면야 두샛바람의 기척이 있어야 하건만 하물며 엄동嚴冬의 재도 넘지 못한 긴긴 겨울밤이 시리도록 섧다고 하는데도 나목이 삼켜야 할 목쉰 바람만 덩그렇게 고난은, 다가올 설렘이 있기에 주고받는 그만치라는 걸 동지冬至 섣달에도 꽃이 피는 동백冬栢의 내밀한 눈부심이 겨울나기의 속 뜰을 피우고 솔가지에 걸린 하현달 아미에도 밤새 서리꽃이 하얗게 피었다 "도사리= 이른 봄에, 밭에서 겨울을 난 묵은 뿌리에서 자라난 채소." "겨울연가 OST연주곡" 2023. 1. 8.
먼동이 틀 때이면 / 2- 29 먼동이 틀 때이면 / 淸草배창호 먼동을 재촉하는 삶의 마당귀에 걸린 거른 적 없는 희붐한 쳇바퀴의 오늘을 한 해, 첫째 달에 일출은 유달리 장엄莊嚴하게 솟아오른다 늘 버겁고 고단한 삶의 바다라 하지만 기쁨과 슬픔, 용서와 화해 즐거움과 아픔이 늘 공존하는 것이기에 비록 그려놓지 못한 잔상이 난무하는데도 늘 그만치에서 운해雲海속에 떠 있는 유장悠長한 침묵은 그토록 생환을 위한 비바람을 맞아가며 버텨 낸 길가의 들꽃처럼 찬연한 아람을 잉태하는지 모르겠다 낮달이 일순 머물다 가는 것조차 홰치는 소리에 은둔의 장막을 거둘 때 통속의 빗장을 열어 섬광을 밝히는 동이 타오를 때면 온누리에 청빈한 운율韻律이 새 지평을 연다 "남택상 - Moonlight Serenade""남택상 - Moonlight Serenade" 202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