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白夜 / 淸草배창호
솔가지에 걸려있는 저녁놀이
토담의 온기처럼 여울지는 그런 날,
땅거미 내려앉아 졸졸 돌 개천 얼음 아래
흐르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니
뼛속까지 후려치는 엄동嚴冬의 시련이
더욱 가난해지는 잰걸음 어이 달랠까마는
앙상한 가지마다 할퀴고 가는
산등성의 서슬 푸른 골바람,
아릿한 뒤안 대숲에는 스산한 냉소에
푸슬푸슬 한기에 주눅 든
세월의 한 장(場)을 쓸고 왔어도
다가올 일탈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하고 맑은 외로움조차
기억의 저편, 거칠은 들녘이지만
귀로에 들지 못하고 배회하는 낮달을 보고도
차마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그리움이 유장悠長한 벼늘로 두엄처럼 쌓이건만
불면의 밤은 겨우내 시리도록 하얗다
悠長하다=길고 오래다
팬플루트 연주곡/ IMAGINE(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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