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귀엣소리 / 2- 93 귀엣소리 /淸草배창호 딱 그만치이더이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기별도 없이 맞이한 이별의 예감이 산허리를 감고 있는 안개구름처럼 외로움이 지나간 자리마다 찔레꽃 향기 남실대는 산기슭 같아서 그렇게 땅거미 지듯 스며들 때까지 아련히 이슬 머금은 눈가에 재만 남은 숯검정 가슴은 차마, 안녕이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지요 이미 기억에서 멀어진 지난 옛이야기지만 사시나무 떨었든 엄동을 뒤안길로 몰아붙인 보란 듯이 툭툭 불거진 꽃망울을 닮은 봄이 실금 같이 파동치는 엊그제만 같았는데 토혈을 쏟고 굴러가는 동백의 자지러지는 안부에 가슴 한켠이 문드러지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요? 하늘 아래 머무는 품을 수 없는 바다가 되었어도 봄비가 오는가 싶더니 천둥이 울어대는 장맛비가 지나가고 가랑비 내리는 가을이 오기까지 때 되.. 2023. 10. 3. 공허한 침묵 / 2- 92 공허한 침묵 / 淸草배창호 망막한 행간을 더듬다 신열을 앓아 고단한 잣대의 딱 그만큼 크기만 한 비율의 회오리 눈으로 부상한 8월, 시한 술, 행여 건질 수 있을까 싶어 기우뚱거려도 가슴과 머리가 따로 놀아 난해한 시류時流의 멍에에 이명을 앓고 있다 모난 말들은 정화의 터를 잡기까지 단선의 화통 열차처럼 회색빛 일색이고 분별조차 이분법의 쳇바퀴에 길든 한통속, 한여름 햇살에 잘 달구어진 구릿빛으로 아람일 듯 여문 조합의 잉태는 아직도 감감하니 빛바랜 세월만 너절하게 깔려있어 이 아니 슬프다 하지 않으리 망상 중에 벌어진 틈새 사이로 편린片鱗을 나는 오늘도 줍고 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하고 시를 쓸 수 있을 때 열심히 시를 쓰라 하는 지인의 시구詩句가 정답일지 모른다 GIOVANNI MARRA.. 2023. 9. 13. 白夜의 달맞이꽃 / 2- 91 白夜의 달맞이꽃 / 淸草배창호 영혼을 팽개친 듯 이 한철에 꿈의 선율처럼 한줄기 소나기가 금쪽같이 그리울 테지만 그렁그렁한 안부도 사치라는 풀뿌리의 억척을 닮았을까 방심한 밤낮의 허를 찌르며 애증을 끌어안고 삭혀야만 했을 내 생에 뛰어든 그윽한 달빛을 마시며 화촉華燭을 밀어 올리다 돋을 별 서고 또 날이 저물어 애수哀愁에 젖은 네, 그리움의 회포를 풀 수 있는 오직 사랑하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희뿌연 사위가 그저 나 몰라라 홀로 견뎌야 했을 허기진 밤에 숨어 있다가 새벽이슬 정인의 눈물 되어 구른다 메기의 추억(팬파이프 연주)"메기의 추억(팬파이프 연주)" 2023. 9. 5. 강가에 매어 둔 그리움 / 2- 90 강가에 매어 둔 그리움 / 淸草배창호 수런수런 강물 소리 외롭다고 하마 닿을 수 없는 까닭에 해 질 녘 일과라도 치를 듯 실금처럼 지난 사랑이 오롯이 파동치는 강가에 매어 둔 그 언약도 잊지 않겠노라는 그리움이듯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외로움이 지문처럼 드리웠다가 허랑허랑 동백이 툭툭 떨어지듯 이내 기약 없는 안녕이 되었습니다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독백이런가 묵은 안부를 묻고, 속엣말을 터놓을 수 있는 것조차 까마득히 묻히기만을 기다렸는데 한겨울 차디찬 눈발처럼 다가온 사그라지지 않는 번민이 될 줄이야 잔잔한 물비늘 같은 희미한 세월 앞에 먼 저편의 닻을 내린 포구浦口일 뿐이기에 생멸生滅의 아득한 끝에서 밀어낼 수 없어 대롱대는 가슴앓이입니다 GIOVANNI MARRADI - Lysistrata(리시스트라타.. 2023. 8. 30. 백날의 염원을 피웁니다 / 2- 89 백날의 염원을 피웁니다 / 淸草배창호 신열을 앓고 있는 그렁한 눈망울로 밀물져 꽃을 지고 온 시절을 넘나든 바람이 들불처럼 번지듯이 지천을 흔들어 두런두런 붉게 타는 해거름 노을 소리 염천에도 필연의 까닭으로 다가온 한철의 네, 애끓음조차 곱디고와서 울먹울먹 뛰고 있는 고동 소리 눈길 닿는 곳마다 초승달 같은 미소는 바라만 봐도 괜시리 눈시울 붉히게 합니다 짙어진 초록이 무색하리만큼 천지도 분간 못 할 그리움 마구 쏟아내는 오롯한 귀티조차 차마 어쩌지 못해 초하에서 찬 이슬 내릴 때까지 피고 지기를 백날의 해후를 낳고 있습니다 네, 담담히 연리지를 꿈꾸기까지 애절한 번민에서 단호한 결별이라 여겼건만 밤 쏘낙 빗소리가 아리고 헛 몸의 까닭 모를 그림자가 되었을지라도 생에 네, 빈자리를 꽃으로 채울 수만 있.. 2023. 8. 23. 자미화紫薇花 연가 / 2- 88 자미화紫薇花 연가 / 淸草배창호 바람이 훑고 간 옹이의 자국마다 물안개 낀 이끼의 세월을 지문처럼 새길 때면 수런수런 번지는 회상의 그리움이 가지마다 무등을 태우듯 가고 옴을 알았는지 처연히도 흐드러졌다 초하初夏에서 시작한 빛과 그림자처럼 삶의 염원이 실로 눈이 부신 데도 꽃이야 열흘이면 제 몫을 다하는데 간절한 소망이 기억되는 절실함조차 어찌 다 같기야 하겠나 마는 외로움도 하마 벗어버릴 때도 되었는데 그렁그렁한 연민을 놓고 간 딱, 그만치지만 치성이면 어떻고 감성이면 어땠을까, 속엣말도 터놓을 수 있는 꽃의 숙원이 홀로 견뎌야 했을 꽃술을 파먹은 집착처럼 백날을 더할 수 없이 그윽한 설렘으로 달무리 같은 상념에 취해서 저물녘이 다하도록 베푼 시절 인연의 속 뜰조차 일탈하는 자미화紫薇花 파도가 있어 둥.. 2023. 8. 20. 이전 1 2 3 4 5 6 7 8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