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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

귀엣소리 / 2- 93

by 淸草배창호 2023. 10. 3.

귀엣소리 /淸草배창호

딱 그만치이더이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기별도 없이 맞이한 이별의 예감이
산허리를 감고 있는 안개구름처럼
외로움이 지나간 자리마다
찔레꽃 향기 남실대는 산기슭 같아서
그렇게 땅거미 지듯 스며들 때까지
아련히 이슬 머금은 눈가에
재만 남은 숯검정 가슴은
차마, 안녕이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지요

이미 기억에서 멀어진 지난 옛이야기지만
사시나무 떨었든 엄동을 뒤안길로 몰아붙인
보란 듯이 툭툭 불거진 꽃망울을 닮은 봄이
실금 같이 파동치는 엊그제만 같았는데
토혈을 쏟고 굴러가는
동백의 자지러지는 안부에
가슴 한켠이 문드러지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요?

하늘 아래 머무는 품을 수 없는 바다가 되었어도
봄비가 오는가 싶더니
천둥이 울어대는 장맛비가 지나가고
가랑비 내리는 가을이 오기까지
때 되면 이렇게 오는 것이라는 걸 아는데,
닿을 수 없는 미망에 찬 댓바람 되었어도
황무지에 풀꽃이 피듯이
석양에 물든 갈꽃이 전하는 노래라는 걸

Paramithi Hehasmemo(전설 같은 사랑) - Anna Vi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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