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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상고대 핀 입동立冬에는 /3- 05 상고대 핀 입동立冬에는 / 淸草배창호 만추晩秋를 떠나보낸 입동立冬의 이슥해진 밤이 이슬을 토하듯이 상고대 핀 산등성, 겨울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때를 놓쳐버린 산국山菊이 시린 달빛을 밤새 외따롭게 품었다 먼눈판 간절기間節氣에 소로소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니 먼 길을 걸어온 그렁한 눈망울이 결결이 빚은 적요한 환대에도 꽃을 이고 온 날밤부터 별리가 있는 찬 서리에 신열을 앓고 있다 간밤에 귀밑머리까지 허옇게 얼어붙은 텅 빈 충만을 내려놓지 못하고 오랜 세월 너무나 바보 같이 못내 슬퍼하고 서러워해도 머무름이 짧은 서릿바람의 들녘에는 가랑잎만 황량이 날리고 있다 James Last - Humming Chorus 간절기間節氣= 한 계절이 끝나고 다른 계절이 시작될 무렵.James Last - Humming C.. 2023. 11. 22.
가을 앓이 / 3- 04 가을 앓이 / 淸草배창호 / 3- 04 낙엽이, 돌 개천 기슭을 타고 서정敍情을 펼치는 산자락에 밤새 무서리 하얗게 덮여 눈부시게 빛나든 그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가고 옴의 결 따라 처연히 저문 가을아! 차마 내칠 수 없는 내밀內密한 그리움이 울림 없는 메아리가 되었어도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소절素節의 하늘을 그대로 빼닮은 듯이 메밀밭 소금꽃으로 등燈을 밝히려 합니다 이슥해 가는 눈길 닿는 곳마다 소슬한 솔바람이 스칠 때 산은 불타는 노을로 화답하고 있건만 강둑에 나앉아 공허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신열로 사윈 대궁으로 남은 억새의 독백이,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은 없다고 읊조리듯 가을 앓이조차도 손에 닿을 수 없는 저버릴 수 없는 곡절의 까닭이 되었습니다 소절素節=가을철,을 달리 이르는 말 내밀內密=겉으로 .. 2023. 11. 18.
가을에 부치는 연서戀書 / 3- 03 가을에 부치는 연서戀書 / 淸草배창호 자유로운 저 바람의 행보를 누가 덧없다 하였는가, 노랗게 물들어 만추에 비틀거린 붉게 타오른 한 소절素節의 머무름도 갈 때는 아낌없이 소진하고 가는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입니다 네, 침묵 속에 은혜롭지 못한 마음을 깊은 단풍 물에 홀리도록 쳐다만 봐도 설레는 이 동공의 기쁨은 햇살 안긴 봄바람에서 눈꽃 매단 삭풍의 가지 끝까지 온통 헤집고 다니는 임이기 때문입니다 한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초록의 잎사귀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어느 하나 귀하지 아니한 것 있겠냐 마는 저만치에서 진달래 핀 날도 있었건만 회한이 남지 않는 한 닢의 낙엽마저 혼신을 다한 시절 인연이기 때문입니다 "素節 [소ː절] 명사 ‘가을철’을 달리 이르는 말" Dyango - Morir de Amor.. 2023. 11. 18.
산국山菊에 취한 가을아! / 3- 02 산국山菊에 취한 가을아! / 淸草배창호 / 3- 02 현애懸崖로 빚은 가을의 허파 속까지 맑게 들키는 산국山菊의 군무가 해 질 녘, 어스름 길 들고 보니 소슬바람은 어쩌자고 꿈에라도 그리운 그윽한 네 향기 상강霜降의 서리꽃을 뒤집어쓴 한철만의 뒤엉킨 그리움마저 낯익은 은유로 변한 산기슭, 끝없이 쳇바퀴로 너에게 가는 동안 남모르게 격조格調를 다 하는 이렇게 곱게 저물 수만 있다면야 한데도 이내 눈시울 붉힐 석별을 어쩌랴, 소로소로 예감이나 한 듯 비명이 쏟아지는 창백한 빙점氷點으로 길들여 가는 뒷모습은 고적孤寂으로 묻힐지라도 서럽지 않겠네 바람서리의 고조高調가 만추晩秋인 것을 Claude Valade - Viens T'etendre Au Creux De Mes Bras "소로소로=부사, 슬슬 ‘살살’의 .. 2023. 11. 12.
파랑새(推敲) / 3- 01 파랑새(推敲)- 淸草배창호- 마당귀 전깃줄에 뿔뿔이 맺힌 이슬을 짓밟으며 빗금을 그으며 앉은 파릇한 깃이 눈부시도록 반짝이었습니다 연이 닿아 꿈같은 선율로 흐르다 연이 다한 어느 날 홀연히 떠났습니다 날이 저물고, 돋을 별 서고 어엿은 네 몸알이 가만가만 붙잡지 못하는 설은 이 마음 알기나 하는지요 처음 왔던 그 길을 향해 흘러가는 구름처럼 속절없이 떠나보내는 내 안에 파랑새가 떠난 뒤에야 파도 소리만큼이나 깊은 그리움이라는 걸, 그리움은 참 가슴 아픈 일인데도 파랑새의 꿈은 가고 옴이 없는 영원한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끝없이 복사되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지금도 철이 없어 아파하면서도 제목 없이 저장된 산문처럼 앞으로도 철들지 못하는 봄꿈春夢 같은 은유隱喩인 것 같습니다 Message Of Love - .. 2023. 11. 12.
암연暗然(推敲) / 3- 0 암연暗然(推敲) /淸草배창호 빛조차 종과 횡으로 거미줄 쳐진 도시의 안팎에 고단한 하루를 깨우는 파리한 각과 음습한 잿빛으로 공존하는 진상들이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기울어진 난파선이 썰물에 떠밀려 사상누각인 줄도 모르고 알박기하였으니 카톡의 알람처럼 쏟아지는 갈라치기는 방관과 묵인으로 저잣거리에서 술에 절어 헛 몸으로 늙어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둘러 가야 할 집이 없어 귀로에 나앉은 강둑의 허기진 모습들이 밤과 낮을 뒤집어 입고 다니는 쉬이 드러낼 수 없는 망상으로 그려졌어도 먹물을 뒤집어쓴 벽 앞에서 분에 넘치는 불야성不夜城이 제동장치 없는 마지노선이 아니길, 첨삭할 수 없는 창가에 달그림자 서린 댓잎 소리만 처량하다 끊임없이, 애당초 어그러진 바탕을 어이하랴 바람은 소리조차 남기지 않는데도 지평의.. 2023.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