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篇(推敲)詩房267 천둥의 장맛비 / 2- 81 천둥의 장맛비 / 淸草배창호 달무리가 뜨고 흐리마리한 밤하늘 연례행사처럼 장맛비 하루가 멀다고 천둥이 우짖고 이내 산허리조차 베어먹는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 문물의 한계를 초월한 천체를 누비는 유토피아 이래도, 자연 앞에 선 사이 間을 탓할 수 없는 한낱, 형상일 뿐 시공時空이 무색하리만큼 드러나지 않은 혼돈이라는 파열음의 동요를 즐기는지 모르겠다 곳에 따라 線을 긋는 함몰의 잣대가 파양이 아닌 부디 바다 같은 통속이기를, 짙디짙은 네 농염의 오만한 폭주로 피상皮相의 난장을 아낌없이 펼쳤으니 천변의 방둑을 노리는 폭우가 휩쓸고 간 상흔의 뒤끝에도 비록 덤이 없어도 오늘이 솟는다 갈꽃의 생애는 억척을 그대로 빼닮았기에 "피상皮相 본질은 추구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 Nocturne(야상곡 녹턴) -.. 2023. 7. 19. 반석盤石 / 2- 80 반석盤石 / 淸草배창호 커다란 너럭바위, 어둑한 산그늘을 받쳐 든 산하에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생멸의 질서가 따로 없는데 빼어나서도 아니라 있어야 할 그만치에 계곡의 달을 품은 달바위의 농월정弄月亭처럼, 세파에 덕지덕지 튼 틈새를 노리는 몸에 밴 관습이 유한의 경계를 허물지 못하고 생경을 앓는 뒤얽힌 화음의 야단법석으로 갈葛, 등藤, 사슬의 고리가 좁은 집착의 문에 갇힌 갈애葛愛 때문에 얼마나 많은 옹이가 박혔는지 모른다 장강의 너울은 날로 유토피아를 향하건만, 풍화도 마다치 않은 울림을 베개 삼아 외곬이 대쪽 같아서 낙향의 귀의歸依이면 어떻고 안식安息의 누각이면 어땠을까, 바람서리에도 잘도 견뎠는데 Nomura Sojiro - The Great Yellow River(大黃河) 2023. 7. 17. 천둥벌거숭이 / 2- 79 천둥벌거숭이 / 淸草배창호 이 한 철, 한여름의 고집스런 땡볕은 시나브로 가 통하지 않는가 보다 연례행사처럼 뭉그적대는 줄만 알았는데 여름비도 예외가 아닌 이내 천둥벌거숭이, 천지도 분간 못 할 폭우가 퍼붓고 삽시간에 봇물이 터져 도량을 삼킨다 헐떡이는 산하, 미로 숲의 안개처럼 장대비에 토사를 뒤집어쓴 개천이 거역할 수 없이 마구 속물을 토하고 있으니 사흘이 멀다고 허걱이는 파동을 어쩌랴 차마 꺾을 수 없는 갈등을 부추기는 틈새마다 얼룩진 잔재가 멍울처럼 긴장을 부풀리건만 콸콸-콸콸- 차고 넘치는 줄도 모르고 밤낮도 잊은 거칠고 막가는 시류時流의 단면이지만, 산자락에 핀 원추리꽃 저버리지 아니한 홀로 고상한 운율에 단원의 막을 내리듯 밤새 앓음조차 잊었다 Wang Sheng Di - Lotus Of H.. 2023. 7. 11. 蓮花(연화) / 2- 78 蓮花(연화) / 淸草배창호 휘고 꺾일 것 같은 어지러운 풍미風靡의 바람이 일어도 벌판을 쓸고 온 눈 한 번 깜박일 뿐인데 전음傳音을 쏟아 낸 염원의 기지개 삶의 궤적을 일궈온 고요한 자태는 초연히 이 여름의 진상이 되었다 잎새마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또르르 넘치면 단숨에 비울 줄 아는 세속에서 보기 드문 욕심 없는 환한 네, 한 철 머무름이 짧다 해도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가히 그 뉘라서 빚을 수 있을까, 뿌리에서 연자방(蓮房)까지 베풂의 충만을 물에 떠 있는 달을 보고 있으면 생채기를 풀어놓은 번뇌로 휘도는 일상이 퇴적을 이루는데도 진흙 속에서 정화를 이룬 그 향기, 더없이 그윽한 연화라 하겠다 (연꽃의 본초명 蓮花) 국악 명상음악 - 청산국악 명상음악 - 청산 2023. 7. 8. 달맞이꽃, 이 한철에는 / 2- 77 달맞이꽃, 이 한철에는 / 淸草배창호 밤낮이 바뀐 줄도 모르고 맹위를 떨치는 이 한철에는 한줄기 소나기가 금쪽같이 그리울 테지만 그렁그렁한 안부도 사치라는 풀뿌리의 억척을 닮았을까 "달 밝은 밤이 되면 홀로 피어" 노래 소절처럼 한낮엔 풀 죽어 애처럽기만 한데도 놓아버린 애증을 끌어안고 홀로 삭혀야만 했을 동동 날밤을 지새우다 하염없이 오직 망부석이 된 네, 화촉華燭을 켜켜이 밝히는 밤이면 그리움의 회포를 풀 수 있는 정한情恨의 눈물샘이 감돌아 희뿌연 사위가 그저 나 몰라라 동트는 것조차 서러워 새벽이슬 정인의 눈물 되어 구른다 이용복 - 달맞이 꽃이용복 - 달맞이 꽃 2023. 7. 3. 물망초勿忘초 / 2- 76 물망초勿忘草 / 淸草배창호 잡아둘 수는 없는 자유로운 바람이라 하지만 바람이 달달하게 부는 어느 날,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할 우연이 먼 발취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조차 단 하나의 문장이 된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달빛에 일렁이는 걸림 없는 강물처럼 사랑하는 사람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찔레꽃처럼 환희이며, 다시 볼 수 있는 그날을 위해 하늘을 향해 합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잊지 말라는, 물가에 저녁놀은 끊임없이 모두를 주고 가는 시공을 초월한 일인데도 바다로 향하는 강이 길을 잃지 않도록 은하銀河의 잉걸불을 그윽이 지피는 것은 생에 있어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떠난날을 위한 엘리지-정영은정영은 - 떠난날을 위한 엘레지 2023. 6. 29. 이전 1 ··· 4 5 6 7 8 9 10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