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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267

상고대 / 3- 11 상고대 / 淸草배창호 진눈깨비 얽히고설킨 엄동嚴冬의 밤을 희붐한 창가에 걸린 달마저 동짓달의 긴긴밤을 마구 헤집다 깨고 나면 허탈한 게 꿈이라지만 거죽만 남긴 적멸寂滅의 새벽녘, 산거山居에는 골바람이 옹골차게 일고 있는데 애증愛憎으로 가물가물한 불씨마저 울림 없는 통속이 회한으로 남아 한 때, 뜨겁게 달구었던 욕망의 분신마저 영하로 꽁꽁 얼어붙게 하였다 야속하게도 설은 건 기억에서 멀어져간 휑하도록 허전한 속 뜰까지 애써 다독이지 못해 헤아릴 수 없는 상념의 똬리를 튼 문풍지는 밤새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다 동이 트면 이내 사라질지라도 눈부시게 피어있는 서리꽃처럼 겨울을 사랑한다는 건, 속엣말을 터놓을 수 있는 시리도록 바라볼 수 있는 네, 상고대처럼! Julio Iglesias . Francis Goy.. 2023. 12. 15.
석양夕陽 놀의 사랑 / 3 - 10 석양夕陽 놀의 사랑 / 淸草배창호 어느 날, 억새의 사그락대는 소리가 고요한 물결처럼 번지는 끝없는 생멸의 쳇바퀴로 오고 가는 해와 달, 무수히 떠도는 별 무리처럼 그윽한 눈길이 와닿는 걸 누가 알겠습니까 아득한 낭에 핀 한 떨기 꽃처럼, 머리에서 마음까지의 거리는 멀고도 가까운 수평선의 섬과 같아서 먼 발취에서 바라볼 수 있는 빈 배와 같이 오직 가슴으로 이어지는 어스름 빛의 그리움이란걸 저물녘에서야 알았습니다 저녁놀은 기다려 주지 않는 조류처럼 아낌없이 태워 사그라져 버리는 일인데도 그립다 말도 못 하는 은하가 바라는 것은 꺼지지 않는 잉걸불을 지피는 회상의 언덕 같은 무한의 사랑입니다 "낭 = 벼랑의 방언(전남) "은하= 맑은 날 밤을 뜻하는 순 우리 말. Sergey grischuk - 영원한 사랑 2023. 12. 9.
산방山房의 겨울꽃 / 3- 09 산방山房의 겨울꽃 / 淸草배창호 땅거미 이슥해 온통 벼린 먹빛이다 날 선 엄동嚴冬 바람에 귓불이 시리고 텅 빈 고요는 무겁게 가라앉아 골바람에 기울어진 얼의 꼴이라 하여도 겨우내 뒤안길이 멀기만 한데, 수간樹幹마다 뼛속들이 헤집고 다닙니다 각을 세운 솔잎이 못내 옹이가 된 서리꽃으로 고독한 방랑의 속 뜰을 겨눈 체 꿰매지 못한 시린 적막寂寞한 밤이 어디 수삼일 뿐일까마는 속마저 비운 저 대나무는 여백조차 여운으로 남기는 외곬의 진수眞髓입니다 호젓한 대숲에 걸린 눈썹달이 환한 복사꽃 되려면야 온갖 소유에서 벗어나 어쩌다 얽힌 그리움도 잠시 한때라 해도 회한의 날밤으로 줄달음질하는 한기에 업보의 인연조차 얼어붙은 겨울이 되었습니다 얼꼴= 얼굴의 방언(국어사넞 신조어) 명상음악- 산에 살며"명상음악 - 산에살며" 2023. 12. 6.
입동立冬에서 겨울나기 / 3- 08 입동立冬에서 겨울나기 / 淸草배창호 그믐밤이 쪽잠에 든 초승달 재촉해도 빙점氷點의 찬 서리에 시든 억새, 메마른 바람 소리만 듣다가 때아닌 눈꽃으로 한소끔, 일어나니 또록또록 허옇다 어둑살 촉촉이 젖어 드는 떠나보낸 질곡에는 젖빛 운해로 덮여 조촐히 바라보는 일조차 회한에 든 슬픈 낮달처럼, 못내 처마 끝 휘영청 걸려있을지라도 겨울비 닮은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져버릴 수 없는 번민의 몹쓸 정을, 벚나무의 한 잎 단풍도 가물가물 희붐한 안개 속에서 사뭇 환상적인데 이별은 만남을 위한 준비라지만 강물이 흘러가듯 날 새면 이내 통정通情하길 바라는 마음인데도 범생의 가난한 겨울나기는 엊그제 텅 빈 충만조차 내려놓았건만 외따로이 눈꺼풀만 하얗도록 무겁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양현경) 어둑살 = 땅거.. 2023. 11. 29.
억새의 독백 / 3- 07 억새의 독백 / 淸草배창호 홀씨 하나이고 삭힌 땅거미 내리듯 잎새 달이 엊그제 같았건만, 텅 빈 속 뜰에 마른 바람이 불고 눈비가 내리면 어이 하리야! 아름다운 것일수록 머무름이 짧다지만 속울음 터뜨릴 그루터기만 남았는데 바람에 전하는 속엣말이지만, 목적 없는 장단에도 의연하게 잉걸불의 열정인 줄만 알았는데 훌훌 벗어버린 섶 대궁에 잰걸음의 거칠은 들녘에는 하얀 포말이 쉴 새 없이 일렁인다 어찌 이름조차 억새라고 불렀을까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도 억척을 그대로 빼닮은 걸작이거늘, 다가올 삼동三冬의 겨우살이도 서걱이는 혼신을 다한 살풀이로 세상사 놓고 간 깊은 상념에 들 테지만 Secret Garden - Nocturne ft. Anne Takle Secret Garden - Nocturne (Lyric V.. 2023. 11. 29.
억새 / 3- 06 억새(推敲) / 淸草배창호 간밤에 내린 찬 서리에 온 산천이 허옇게 얼어붙었다 서릿바람에 휘날리는 생애를 내맡긴 입동立冬의 하얀 면사포, 가녀린 흐느낌이 슬프도록 그윽하다 유장할 줄만 알았던 시절 인연에 한 순의 빛살처럼 펼친 지순한 사랑! 별리가 있는 이 가을에 내려놓는 텅 빈 충만이 상념에 묻힌다 해도 강물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데 겨울비 소리에 귀를 모으고 있으면 촉촉이 적셔진 그리움 바람에 띄우듯 이내 사위어 가는 생명의 불꽃이여! 차마 지난날 붙잡을 수 없었기에 이별은 만남을 위한 것이라 한다지만 Richard Abel - I Think Of You 2023.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