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에는 진달래가 / 淸草배창호
온 산에 불이 붙은 이맘때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꽃바람 교태에
추스르지 못한 잎 샘 달의 나신인데도
한껏 추파에 눈이 멀어서
상념조차 봄눈 녹듯이
춘정에 물든 진홍빛 연서가
홍조의 물결을 이루는 만산을 빚었다
오독誤讀으로 펼쳤다면
차라리 넘치기나 할 테지만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어서
어쩌랴 바쁜 걸음 설쳐도
갈길 급한 봄날은 머무름조차 짧아
서성거리는 삶의 애환을
참꽃술이라도 빚어 지는 해라도 붙들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