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품은 山菊 / 淸草배창호
붉게 타오르던 한때도 저문 산자락에
산바람이 억새 숲을 마구 흔들어대도
이별의 아쉬움을 켜켜이 달군
만추晩秋의 향기를 흩으며 넘나드는 네,
달무리 산허리를 휘감고서
처연히 서걱대는 고즈넉한 산골짝의 선율은
스산한 한낮에 찻잔 속을 물 들인
그윽한 달빛을 마시듯이
솔바람 스침조차 소중한 인연에 안부를 놓는
아슴한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깨고 나면 까맣게 잊고 사는 그리움 같은 거,
이렇게 곱게 저물 수만 있다면 그대로 눈을 감는다
비록 석별惜別의 정이 눈물겨울지라도
소리조차 남기지 않는 바람처럼
옛사랑을 남겨 두고 가야만 하는 속 뜰은
외롭고 쓸쓸한 마른 바람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Origen - Una furtiva lagrima(남몰래 흘리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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