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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

상고대 피었더라 / 2- 22

by 淸草배창호 2022. 12. 16.

상고대 피었더라 / 淸草배창호


눈이 질다는 삼동三冬의 밤을 설치다
깨고 나면 허탈한 게 꿈이라지만
거죽만 남긴 노구老軀의 새벽녘,
동짓달의 긴긴밤을 마구 헤집다
달마저 희붐한 창가에 걸렸다

들녘에는 천연스레 휑한 바람이 일고 있는데
애증愛憎으로 얽매이지 못한 
울림 없는 통속이 회한으로 남아
가물가물한 불씨마저
빙점으로 얼어붙게 하였지만

야속하게도 설은 건
속 뜰까지 꽁꽁 얼게 한 심해心海의 욕망조차
품어 안지 못해 헤아릴 수 없는 상념의
똬리를 튼 문풍지는
밤새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다

겨울을 사랑한다는 건,
눈부시게 피어있는 서리꽃처럼
동이 트면 이내 사라질지라도
속엣말을 터놓을 수 있는
시리도록 바라볼 수 있는 분신인 네가 있었는데

Carol Kidd - when i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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