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의향기/사랑의 詩房93 달을 품은 山菊 / 2- 17 달을 품은 山菊 / 淸草배창호 붉게 타오르던 한때도 저문 산자락에 산바람이 억새 숲을 마구 흔들어대도 이별의 아쉬움을 켜켜이 달군 만추晩秋의 향기를 흩으며 넘나드는 네, 달무리 산허리를 휘감고서 처연히 서걱대는 고즈넉한 산골짝의 선율은 스산한 한낮에 찻잔 속을 물 들인 그윽한 달빛을 마시듯이 솔바람 스침조차 소중한 인연에 안부를 놓는 아슴한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깨고 나면 까맣게 잊고 사는 그리움 같은 거, 이렇게 곱게 저물 수만 있다면 그대로 눈을 감는다 비록 석별惜別의 정이 눈물겨울지라도 소리조차 남기지 않는 바람처럼 옛사랑을 남겨 두고 가야만 하는 속 뜰은 외롭고 쓸쓸한 마른 바람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Origen - Una furtiva lagrima(남몰래 흘리는 눈물) " 2022. 11. 16. 섬이 되고 보니 / 2- 16 섬이 되고 보니 / 淸草배창호 꿈속에서도 간절함은 애끓는 시나위 가락처럼 안개 낀 이슬 속을 적셔가는데도 찻잔 속을 물들인 달빛처럼 고운 뽀얀 네 살결이 잊히지 아니하여도 차마 그립다는 말도 못 하겠다 집착도, 걸림도 없이 흐르는 개울물처럼 그렇게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내 안에 허기진 사심을 털어내지 못하고 저 빙점으로 얼어버린 침묵의 서리꽃이라 불렀는지 모르겠다 연무가 장막을 치는 것처럼 환상 속의 네가 아니라 배꽃같이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시도 때도 없이 사그라지지 않는 그만치에서 처연히 외로운 섬이 되고 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라고 Carmelo Zappulla - Suspiranno빗속으로 (물위의 하루밤 O.S.T) Carmelo Zappulla - Suspiranno 2022. 11. 14. 만추晩秋 / 2- 13 만추晩秋 / 淸草배창호 산허리를 감고 있던 안개가 걷히고 뽀얗게 지나간 자리마다 고운 빛깔로 가려둔 속뜰을 꽃피우듯 나를 흔들려고 하는 만추晩秋, 무슨 말이 필요 없는, 침묵의 소리만큼이나 깊은 무게가 낯설지만, 세월이란 낯익은 장면에 섞여 살냄새 나는 그리움을 풀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날 출렁이는 그 밤도 때가 되면 버릴 줄 알아야 하는데 달그림자 서린 댓 닢 소리만 기억에서 먼 언저리로 옮겨 놓는다는 것, 저물어가는 가을 晩秋에 내리는 이 비는 떠나보내야만 하는 서정적인 너였기에 벌판을 쓸고 온 무정한 바람에 얹혀 남아 있는 눈물墮淚로 허기를 채우고 있다 "Leo Rojas - El Condor Pasa (펜플릇연주)" 2022. 10. 29. 물의 노래 / 2- 10 물의 노래 / 淸草배창호 짙어가는 가을 어둑살이 깔리기까지 두엄불이 엊그제였었는데 층층시하 단풍머리 얹은 가지의 잎새마다 연지臙脂 찍은 매무시가 천연스레 마구 흔들어 놓습니다 지난 장맛비에 찰지게 빚은 복숭아는 잉걸불처럼 눈부신 봄날을 아직도 꿈꾸고 있는지 몰라도,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는 오늘의 선택이 가고 옴도 때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간절함이 기억되는 그루터기에 핀 옹이처럼 오직 외곬의 바보 꽃 하나,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그리움만 적요한데도 生이 다하도록 닿을 수 없는 하늘이고 포용만 허락하는 품을 수 없는 바다입니다! Anne Murray -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Anne Murray - Help Me Make It Through .. 2022. 10. 9. 회상回想 / 2- 9 회상回想 / 淸草배창호 때 잃은 가을비가 마당귀에 추적대는 기억을 들이키며 남모르게 가는 동안 실금 새겨진 오롯한 파동을 짓밟으며 보란 듯 넘나듭니다 허파 속까지 탕진하고 말 날 선 심통인들 세월의 무게에 이미 무디어 버렸어도 가만 생각해보니 반석처럼 우뚝한 갈애하는 마음이 돋을 별처럼 둥지를 틀었을 때부터 긴 그리움의 시작이었습니다 생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버리지 못한 애착이 저물고 저물어서 온몸을 전율케 하는 애달픔의 소리, 세파에 거슬려 퇴적을 이룬 미망일지라도 꽃무릇 닮은 선의에 아낌없는 의미를 두려 합니다 이 그리움의 끝은 어딘지 모르지만 달빛에 일렁이는 윤슬처럼 동고동락한 길라잡이 되었고 허튼 삶이 아니길 위안으로 삼는 풍화로 절인 이끼 같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Anne Murray -.. 2022. 10. 5. 배롱나무, 백일의 언약도 / 2- 4 배롱나무, 백일의 언약도 / 淸草배창호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내는 것이란 걸, 잊은 것 같다가도 문득 예리한 통증으로 되살아난다는 걸 몰랐습니다 잊히기만 기다렸던 것은 아닌지 몰라도 바람 잔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는 메마른 가지의 통곡을 뒤집는 밤낮인 걸 몰랐습니다 시절을 넘나든 산화한 나날의 연속이 초하에서 시작한 입추의 그늘까지 처서에 들면서 조금은 빛바랜 꽃잎에 괜스레 눈시울을 적시게 만듭니다 마디마다 늘어놓는 서리 낀 애증은 갈래갈래 엉킨 내 안에 떨림의 뿌리로 빗금을 마구 그어 놓았으니 잘라내고 싶어도 아니 되는 고통의 슬픈 언약이 되었습니다 먹물을 가득 묻힌 겨울이 오기 전까지 허우적거리다 끝내 허공에 박힐지라도 끝을 향해가는 그해 여름, 목이 탄 햇살처럼 네 오늘을 다 할 때까지 선.. 2022. 8. 23. 이전 1 2 3 4 5 6 7 8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