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의향기/사랑의 詩房93 봄비 / 3- 27 봄비 / 淸草배창호 하마 오시려나, 이슬비 시야를 가린 체 서둘러 가야 할 집이 없어 나앉은 강둑, 망막 넘어 외진 기억의 언덕에 피다 만 설은 망울의 애달픈 마음을 알기나 할까요 기별의 언약은 없었지만 새벽녘, 외따로이 추적이는 빗방울 소리에 지문처럼 문드러진 실낱같은 질펀한 방랑의 세월이 말없이 흐르는 강물 되어 저 아득한 깊은 낭처럼 건널 수 없는 비바람 속 그리움으로 변해버린 복숭아꽃 필 호시절로 밀었는지, 때 되면 하시도 저버리지 아니한 봄비 되어 오시나 봅니다 봄비- 이은하(색소폰) "봄비-이은하 (색소폰) " 2024. 3. 12. 석양夕陽 놀의 사랑 / 3- 10 석양夕陽 놀의 사랑 / 淸草배창호 어느 날, 억새의 사그락대는 소리가 고요한 물결처럼 번지는 끝없는 생멸의 쳇바퀴로 오고 가는 해와 달, 무수히 떠도는 별 무리처럼 그윽한 눈길 와닿는 걸 누가 알겠습니까 아득한 낭에 핀 한 떨기 꽃처럼, 머리에서 마음까지의 거리는 멀고도 가까운 수평선의 섬과 같아서 먼 발취에서 바라보는 빈 배와 같이 오직 가슴으로 이어지는 어스름 빛의 그리움이란걸 저물녘에서야 알았습니다 저녁놀은 기다려 주지 않는 조류처럼아낌없이 태워 사그라져 버리는 일인데도 그립다 말도 못 하는 은하가 바라는 것은 꺼지지 않는 잉걸불을 지피는 회상의 언덕 같은 무한의 사랑입니다 "낭 = 벼랑의 방언(전남) "은하= 맑은 날 밤을 뜻하는 순 우리 말. Sergey grischuk - 영원한.. 2023. 11. 29. 파랑새 (推敲) / 3- 01 파랑새(推敲)- 淸草배창호- 마당귀 전깃줄에 뿔뿔이 맺힌 이슬을 짓밟으며 빗금을 그은 파릇한 깃이 눈부시도록 반짝이었습니다 연이 닿아 꿈같은 선율로 흐르다 연이 다한 어느 날 홀연히 떠났습니다 날이 저물고, 돋을 별 서고 어엿 네 몸알이 가만가만 붙잡지 못하는 설은 이 마음 알기나 하는지요처음 왔던 그 길을 향해 흘러가는 구름처럼 속절없이 떠나보내는 내 안에 파랑새가 떠난 뒤에야 파도 소리만큼이나 깊은 그리움이라는 걸, 그리움은 참 가슴 아픈 일인데도파랑새의 꿈은 가고 옴이 없는 영원한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지금도 철이 없어 아파하면서도앞으로도 철들지 못한 머슴애인 것 같습니다 Message Of Love - Don BennechiMessage Of Love - Don Bennechi 2023. 10. 24. 상사화(推敲) / 2- 96 상사화(推敲) / 淸草배창호 일은 가을의 이맘때면 유정幽靜의 접싯불을 밝히며 귀뚜리 울어대는 슬픈 언약이 꽃술에 아롱이 매달린 태곳太古 적 무량한 그리움을 피웁니다 이제나저제나 오직 당신이지만 곤비한 달빛에 문드러진 가슴 한쪽 비바람에 얹힐 그 길을 차마 어쩌지 못해 아낌없이 토혈을 쏟은 생의 불꽃을 지피는 상사화! 어긋난 편린片鱗이 상흔을 파고들듯이 이끼 낀 돌담마다 아물지 못한 깊은 은혜 아른아른 구름에 묻힌 낮달이 된 애절한 넋이여! 뒷담 벼락 앞에나 자리보전할까, 소로소로 댓 닢에 구르는 빗소리를 들으며 애달프도록 기다리다 화석花席이 된 한탄에 겨워 핏빛 눈물샘 오롯이 피었더라 Nocturne(야상곡 녹턴) - Secret GardenNocturne - Secret Garden 2023. 9. 25. 메아리(에코Echo) / 2- 94 메아리(에코Echo) / 淸草배창호 철썩이는 파도의 애환을 어찌 알겠나 마는 외로움은 하마 벗을 때도 되었건만 통속의 바다를 향하는 열정 하나만 믿고 꿈은 늘 아름다운 거라며 낯익은 앞만 보고 낯설게도 묵묵히 왔다 깊은 강물은 사색을 즐길 줄 아는데 꽃비가 내리는 환영幻影만 보이는 까닭을 누군가는 몹쓸 병이라 말하지만 닳도록 푸른 꿈을 헤집고서 스산한 노을에 어이 어스름을 품으라는 가 물보라의 절규가 바위벽에 흉터를 내듯이 지친 눈길 닿는 곳마다 닿을 듯 말 듯, 기척만으로도 저리는 아픈 메아리라는 걸 휑한 창호에 산그늘 번지듯 신열을 앓고 있는 허허로운 설은 몽돌아 "에코Echo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숲의 요정. 나르키소스를 사랑하였으나 거절당하자 슬픔으로 몸은 없어지고 메아리가 되었다고 한다" Cla.. 2023. 9. 12. 귀엣소리 / 2- 93 귀엣소리 /淸草배창호 딱 그만치이더이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기별도 없이 맞이한 이별의 예감이 산허리를 감고 있는 안개구름처럼 외로움이 지나간 자리마다 찔레꽃 향기 남실대는 산기슭 같아서 그렇게 땅거미 지듯 스며들 때까지 아련히 이슬 머금은 눈가에 재만 남은 숯검정 가슴은 차마, 안녕이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지요 이미 기억에서 멀어진 지난 옛이야기지만 사시나무 떨었든 엄동을 뒤안길로 몰아붙인 보란 듯이 툭툭 불거진 꽃망울을 닮은 봄이 실금 같이 파동치는 엊그제만 같았는데 토혈을 쏟고 굴러가는 동백의 자지러지는 안부에 가슴 한켠이 문드러지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요? 하늘 아래 머무는 품을 수 없는 바다가 되었어도 봄비가 오는가 싶더니 천둥이 울어대는 장맛비가 지나가고 가랑비 내리는 가을이 오기까지 때 되.. 2023. 9. 4. 이전 1 2 3 4 5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