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자료)45 (33) 구절초 구절초 / 淸草배창호 가을볕 한 줌조차 임의 열정을 닮아서 늘 하늘일 줄만 알았는데 여린 네, 바라보니 새벽녘, 무심한 무서리에 그리움만 하루가 다르게 총총해 애써 빈 마음 품어나 볼 걸 참억새, 도리질에 여념이 없어도 늘 그 자리에 엄니 같은 꽃 돌 개천 산 냇물 같은 너울대는 오방색 산천이 정점을 찍는 이맘때면 숨 가쁜 엊그제가 호시절 취기 어린 운치를 두런두런 놓았으니 2020. 8. 30. (32) 갈꽃 머무름이 짧아도 / 淸草배창호 썰물의 귀향처럼 홀연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아낌없이 태웠어도 가는 오늘 쉬이, 회유할 수 없는 서걱서걱 풀어헤친 은빛 조율의 처연한 가락이 파동을 넘나든 변주곡이 되었다 한 철의 들뜬 물거품처럼 잡을 수 없는 아지랑이처럼, 못내 안쓰럽기만 한데도 가물거리는 낮달이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까닭 모를 눈물이 난다 머무름이 짧아 옛사랑으로 남겨 두고 떠나는 시월의 밤! 2020. 8. 30. (31) 새순 멍울 /淸草배창호 천근만근인 바위 하나 얹혀 짓누르고 있는데 숨 고르듯 실 날 같아 들고 난 자리 쪽빛 꽃 새겼구나, 침묵은 뉘라서 금이라 했던가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으니. 2020. 8. 30. (30) 동경 동경憧憬 / 淸草배창호 산고보다 더한 검붉은 멍울 꽃으로 전신을 휘감았습니다 추적대는 빗물처럼 연신 기억의 저편들은 그윽한 선율의 파동이 되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반석처럼 내 안에 긴 그리움이 둥지를 틀었을 때부터 생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꽃무릇 닮은 절절한 애 닮음이라서 일생의 꿈에 불과할 뿐이라 해도 그슬린 애증만 차곡히 퇴적되었습니다 내 안에 윤슬처럼 일고 있는 사모함이 닿을 수 없는 미망일지라도 합장하는 선線에 나란히 의미를 두려 합니다 사유思惟하고 사념思念하는 건 제 몫이기 때문입니다. 2020. 8. 30. (29) 하트 놀 / 淸草배창호 고요한 물결처럼 번지는 희열이 해와 달을 닮은 별 무리처럼 목마름을 채울 수 있는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걸 누가 알겠습니까 문득, 어느 날 먼 발취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조차 오직 가슴으로 미어지는 울림에 의미를 두기 때문입니다 머리에서 마음까지의 거리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멀고도 가까운 단비와 같은 것이기에 눈길이 닿는 경이로운 무한인 것입니다 놀은 아낌없이 소진燒盡하는 일인데도 그립다 말도 못 하는 은하가 바라는 것은 꺼지지 않는 잉걸불을 지피는 것입니다 ("은하" 맑은 날 밤을 뜻하는) 순 우리 말. 2020. 8. 30. (28) 벌레먹은 낙엽 편린片鱗 / 淸草배창호 물은 산하를 품어 안고 돌개천을 구비 돌아 속박받지 않는 자적에 들었는데 바람은 딱히 정해진 곳 없어 휑하게도 길 위에 서성인다 분탕질은 이미 습이 되어 잃어버리고 살아온 조각들이 덫에 걸린 줄도 모르고 온통 안간힘이다 한때는 살갑게 열정의 꽃을 피웠고 뙤약볕 같은 욕망을 키웠건만 눈먼 비상이 가지 끝에 걸렸으나 입바른 붓끝은 아직도 침잠沈潛에 들었다 처음도 마지막도 기억의 정류장일 뿐인데도. 2020. 8. 30. 이전 1 2 3 4 5 6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