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자료)45 (27) 벤취위 낙엽 사이 間 / 淸草배창호 외올 베 무명천이라면 어쩌랴 씨줄 날줄로 얽히고설킨 틀에 홍수처럼 쏟아진 추상들만 한껏 양산되었다 비, 바람이 일 때마다 시시비비 옷을 갈아입는 원초적 굴레에 스스로 상한가를 매기는 아우성이 판박이다 어둠에서도 빛을 발하는 건 자질의 영역이지만 밑바닥에서 쌓는 벽돌이 있는가 하면 물의 흐름처럼 속박받지 않는 순리를 잊고 살았다 희비는, 신분이 일궈 놓은 대칭의 고리가 리듬을 타는 거 삶이 고해 갔다는 건, 충족의 문제일 뿐 충만을 염두에 두었더라면 쉬이 교만하지 않았겠지만 정해진 바 없어도 오직 스침이라는 미려는 일상 속에 홀씨처럼 번진다 직선이든 곡선이든 행간을 넘나드는 것도 운신하기 나름이라지만 더불어 존재에 의미를 두는 일이라서 언덕배기에 오직 네, 있음을 알았다 2020. 8. 30. (26) 서리 변방의 사색 / 淸草배창호 돌아가는 세상사 천 가지 이야기 만 가지 모습들 구비 고갯길 어이 힘들지 않겠나만 회한으로 얼룩져 곪아 터진 사념들이 마구 손사래 친다 누가 그랬든가 영혼이 맑으면 글도 승천한다고 하였는데 소낙비에 후려맞은 질펀한 난장 같고 혼탁한 물길처럼 가늠조차 힘들어 병폐로 잃어가는 꼴이 딱 이다 내가 원하는 건 이른 게 아닌데 빗금에서 밀려나 버리고 마는 아둔의 극치가 산화해, 다만 생각이 달랐을 뿐이라 해도 교만의 일탈이 행간을 채웠다 동고동락의 군더더기 쏙 뺀 이심전심이라면 간절히 여기는 삶의 한 축에 아름다운 꿈이라 아니 할 수 없건만 비우므로 채움 하지 못하는 그 마음이 문제인 것을. 2020. 8. 30. (25) 노을 내 안에 별 / 淸草배창호 동녘에 타오르는 섬광은 늘 장엄하다 탄성嘆聲이 요람을 펼칠 때 씨실 날실의 울림으로 사념을 엮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사람의 일도 헐거워진 일상 또 한 동고동락의 습習에 길든 애착의 산물인지라 스침으로 헤지는 세월마저 꿰매고 싶었다 본디가 미완의 시작이고 굴곡의 행로이기에 저마다 가야 할 길이 있듯이 내칠 수 없는 삶의 고리가 애증의 강물 되어 질펀한 애환으로 흐른다 해와 달의 환한 원력의 기운처럼 진흙에서 맑고 향기로운 연꽃을 주술처럼 피우듯이 바탕의 끝을 미리 예단할 수 없지만 결 고운 참의 바램을 띄웠다 속 뜰을 환하게 밝힐 그런 별 하나를 소망하며. 2020. 8. 30. (24) 일출 소망 / 淸草배창호 먼동이 이슥히 깰 무렵이면 밤새 찬 서리 농단으로 바람조차 꽁꽁 옹이가 되었어도 새날을 향한 쉴 새 없는 생각의 갈래들 동녘의 지평이 활화산처럼 덩그렇다 엄동은 뼛속까지 오그라들게 하고 송곳니처럼 악문 서리 낀 빗금의 창도 해 오름이면 이내 사그라질 무늬도 없고 실체도 없는 성에의 일생일 뿐인데 야속해도 놓고 가는 건 세월의 흔적들일 뿐, 그슬릴 수 없는 강물이 되었다 타오르는 빛살을 보고 있노라니 엄니의 젖무덤같이 소복한 시류時流가 또 내일을 향하듯 내 안에 욕심 하나 훔쳐나 볼까, 아서라 명분이라는 줄이라도 대어볼까. 2020. 8. 30. (23) 한파 한파 / 淸草배창호 제철 만난 겨울의 표호에 꺾여 고개 떨군 막장의 달력, 보란 듯 체면일랑 애당초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오므리다 폈다 미소 뒤에 감춘 교만이 모랑 피어올라 잘 댕기는 아궁이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더라,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세가 가당찮아 역시나가 빚은 꽁꽁 얼린 한판의 극치인데 교묘한 위장의 언변에 놀아난 전장의 기류 하루가 멀다고 눈이 덮었다가 또 비가 추적대고 하늘 낯빛조차 겸연쩍어 시시덕시시덕 바람이 추파를 던져도 활활 잘도 날름거린다 발갛게 달구어진 등걸도 언제인가 사윌 테지만 모든 것이 한 철인데 이제 두고 볼 날들이 얼마일까 2020. 8. 30. (22) 산방 산방山房 / 淸草배창호 만월滿月이 동산의 고즈넉한 사위四圍마저 품어 안아 삼라만상이 놓고 간 한밤 산중의 시름조차 잠재운다 삭정이 섶에도 매달고 잔설 묻은 청솔가지마다 그리움도 걸었더라, 산죽의 올곧음이야 풍상에 절인 댓돌 같아서 반석처럼 꿈적도 하지 않는데 바람이 머문 떨림의 인연조차 살갑기만 해 새벽녘, 졸고 있는 정적이 소쩍새의 애환처럼 문풍지 한밤을 울어대니 산방, 창호에 비친 달 문지방 시나브로 넘나든다 2020. 8. 30.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