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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자료)45

(15) 책 글 꽃 / 淸草배창호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듯이 한 번 피었다 지는 꽃이 아니라 유구한 생명의 장을 펼치는 멸하지 않는 꽃이 있습니다 말이라도 인성에 따라 천양지차 있듯이 눈에 보이는 만상萬象이 하나같이 다른데 오죽이나 할까 훌륭한 목재는 가지 속기를 스스로 마다하지 않으며 살가운 햇살의 의미를 알고 있건만, 앎의 경계를 허무는 교만을 떨쳐낼 수 없다면 충만을 내몰라 하는 모래톱 같아서 말간 하늘을 우러러볼 줄 모른다면야 추구할 수 있는 이상을 팽개치는 것이기에 진부한 삶에 성찰이 빚은 글꽃이 울림으로 다가와 파르르 깨어나는 눈 뜻임은 찰나의 찬미가 아닌 높고도 그윽한 빛을 발할 것입니다. 2020. 8. 30.
(14) 연못 고기 구월 / 淸草배창호 희열처럼 달구었던 성하盛夏도 베잠방이 소슬바람에 옴츠리게 해 낮과 밤의 논리가 극치로 버무려진 얼굴 없는 갯벌 같은 판세이지만 이내 다가올 만상 홍엽을 눈앞에 두고서도 소갈머리 밴댕이 닮은 전 잎이 염치도 모른 체 앞다투어 튀려 하니 정 맞을 모난 돌 같은 처세가 곳곳에 범람의 물결이다 구월의 한낮은 설익은 밤송이조차 아람 일어 끓지도 않은 체 넘치는 시새움 자국들이 꼭, 두물머리에 얹힌 형국이 되었다 잠시 잠깐일지라도 외면할 수 없는 기다림도 삶의 한 축이라면 내일이란 일상에 대고 가만 귀 기울어보라 저 아름다운 노을의 노랫소리는 시방, 가을을 조곤조곤히 몰고 오는 소리인 것을 2020. 8. 30.
(13) 초생달 바위치기 / 淸草배창호 바위에 계란치기 한다는 말이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 얼토당토않은 가리개들이 사방에 늘려 악문 입인들 어찌하리 양분된 사상으로 갈등의 골은 힘의 올가미에 걸려 돌이킬 수 없는 너울을 쓴 채 추이만 저울질해 천지를 분간 못 할 그믐이 있고 초승에서 시작한 만월도 있듯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군중이야 분별의 마음조차 없을까 마는 사람의 마음이 매한가지일 터인데 손바닥 뒤집듯이 생각의 차이라고 하기엔 비상을 향하는 습濕이 암울한 상징의 벽처럼 보편화 된 처세를 어 이하리야 진실을 외면한 오늘을 등에 업고서 내일의 무엇을 예고할 수 있을까 낮과 밤은 자전으로 이루어졌지만 흑백의 논리를 역설하다 보니 순리란 이치를 잃어버렸으니 남의 일이 아닌 세상의 잣대가 놓은 촌극에 어느 누가 자유스러울 .. 2020. 8. 30.
(12) 해인 설원 해인海印의 설원에서 / 淸草배창호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짊어진 청빈한 고송古松의 가지에도 순백의 수더분한 고분이 뭉게뭉게 바윗고을 홍류紅流의 계곡에도 쏟아진 은반의 빛살이 장관이다 이끼가 된 의연한 정절을 향해 취설吹雪이 사방을 휘갈겨도 천 년의 침묵으로 긴 잠에 빠진 해인海印의 설원을 보니 설레긴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차마 범접할 수 없는 고찰古刹의 예스러운 풍취가 저리도 고울까, 어쩌지도 못한 삶이 끝없는 고해라서 일탈하는 소리 바람이 인다 영겁永劫을 두고도 못다 한 홀로 하는 동안거冬安居, 고요를 빚은 찬연한 빈 마음을 담겠노라고 2020. 8. 30.
(11) 겨울 저녁 영등바람 / 淸草배창호 정월을 막 보낸 이때쯤이면 윙윙, 파발마의 거친 소리인 양 춘삼월을 앞둔 채 위세가 가당 차다 어르고 달랠 수 없는 해묵은 감정이 골이 깊었어도 믿고 생각하는 바가 깨어날 지금인데 어쩌자고 세상은 날로 변해가는데 멈출 줄 모르는 수위 조절의 통속적인 이념의 상실이 숨 가쁘다 질펀한 일탈들은 가늠조차 할 수 없고 눈 앞에 펼쳐진 바람은 돌풍처럼 일고 있다 아린 눈으로 바라보는 다듬지 못한 조율의 가락이겠지만 내일이면 산 넘어 남풍이 불어올 터이고 봄바람을 품어 안는 자국마다 매화는 흐드러지게 필터이지만 "영등풍(음력 2월 초하룻날 무렵에 영등할머니가 불게 한다는 폭풍). 2020. 8. 30.
(10) 녹차잔 송홧가루 / 淸草배창호 초록의 동색을 넘나든 신록의 오월은 분망하기 이를 데 없지만 봇물 토해내듯 양극으로 치닫는 편린들이 중독의 나락에 깊이 빠졌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절인 노욕이 시대의 변천에도 들불처럼 꺼질 줄 모르고 철옹성에 열광한 내일을 볼 수 없는 질곡에 갇혀 넘볼 수 없으면 닿을 수도 없는 것인데, 바닥난 분별의 끝은 어디쯤일까? 상투적 허방에 푸른 솔의 분노가 밀려와 노랗게 천지를 덮으려 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느낌표가 자리 잡을 때 까지! 2020.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