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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자료)45

(40) 잊는다는 것 잊는다는 것은 / 淸草배창호 형상을 분별할 수 없는 부옇게 서린 거울 앞에 비친 초췌한 외로움이 스멀스멀 드리워졌다 싶었는데 이내 자취도 없이 묘연해졌습니다 때가 되면 사그라지듯이 되돌아가는 길이 요동치듯 울컥 미어지는 가슴앓이입니다 놓지 못하는 애끓음은 저녁놀처럼 검붉게 타올라 심해 속으로 산화한 생각의 고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빗대는 자괴가 아니라면 시간이 말해 줄 수 있는 잊음이라는 유일한 방편의 종착지이기 때문입니다 2020. 8. 31.
(39) 장미 한 송이 장미는 / 淸草/배창호 아름다운 건 눈이 아니라 마음이란 걸 알면서도 눈에 비친 네 모습이 달빛에 반짝이는 강물처럼 곱고 새벽 찬 이슬처럼 전율을 일게 한다 앳된 설렘으로 시작이 가슴을 뛰게 하는 성숙으로 빚어 동공이 주체할 수 없는 연민에 함몰되었으니 어찌 널 모른 체할 수 있을까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때 되었노라 지고 말 꽃이라 해도 이미 내 안에 흉금 없이 스며든 참고 기다림이 다반사인데 욕심이고 꿈일지라도 눈부시게 빛나고 미어지도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네게서 통속通俗이라며 사랑이기를 배웠으니 어쩌랴 2020. 8. 31.
(37) 배롱꽃 물빛! / 淸草배창호 타는 볕에도 개의치 않은 어스름이 깔리기까지 층층시하 가지마다 분홍빛 망울에 얽힌 애증은 사무치도록 이미 눈멀었습니다 장맛비에도 찰지게 빚은 복숭아는 잉걸불처럼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몰라,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는 오늘이 가고 옴도 때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봉숭아 물들인 반달 손톱처럼 오직 외곬의 바보 꽃 하나, 첨삭할 수 없는 아련한 그리움만 일렁이는 닿을 수 없는 하늘이고 품을 수 없는 바다입니다! "詩作, 물빛은 채색 중에 가장 좋아하는 나의 낭만이며 나의 그리움이고, 내 삶의 희망입니다. 2020. 8. 31.
(36) 봄비 장맛비 / 淸草배창호 무엇이 서러워서 하루면 몰라도 이틀이면 지겨운데 몇 날을 뭉그적 앓아 골난 먹구름은 이내 천둥을 몰아치고 삽시간에 도랑을 삼킨다 봇물 터진 전횡이 속물의 판박이인데도 토사를 뒤집어쓴 개천이 마구 흉금을 토하고 있으니 어쩌랴 멍울진 산비럭이 비바람에 허걱이는 파동을 차마 꺾을 수 없는 고질병이 되었는데 통통 띄고 밤낮으로 설쳐대니 콸콸-콸콸- 거칠고 막가는 풍진세상의 단면이지만 산자락에 핀 원추리꽃 저버리지 아니한 홀로 고상한 운율에 밤새 앓음조차 잊었다 2020. 8. 31.
(35) 봄버들 봄바람아! / 淸草배창호 볼을 간질이는 버들강아지를 보고 있노라니 돌 개천 물소리마저 두런두런 징검다리 건너듯 물꼬 터진 망울이 이심전심으로 봄살을 탄 아늑한 소곡의 선율이 되었다 겨우내 배양했든 꿈의 환생이 보란 듯이 용트림하듯 화색을 늘어놓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동색이기를 바랬어도 어쩌랴, 피다 만 꽃도 있다지만 택일의 순간까지라도 기다리는 설렘은 참 좋았다 봄 아지랑이가 아물거릴 이때이면 종다리 우짖는 소리조차 두근거리게 한 박동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직도 긴가민가했는데 저만치 풀물 무등 타고 온 네, 마중 길이 무색하기만 하다 하마하마 시새움에 눈에 밟히기만 한 고배의 봄바람아! 2020. 8. 31.
(34) 산수유 소소리바람이 일어도 / 淸草배창호 소소리바람에 눈을 틔운 춘삼월, 하마 기다렸던 그리움을 풀어헤친 기지개로 다가올 새날을 향해 겨우내 움츠렸든 나목이 내민 손짓에 망울망울 미혹에 빠졌다 기억의 저편에서 바라본 꽃의 환생은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어서 상상의 통념 속으로 한껏 부푼 환한 미소에 눈이 부시고 촉촉해진 입술에 입맞춤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뼛속까지 소소리바람이 일어도 이상의 나래를 펼치는 생동의 빛으로 산수유, 노란 별꽃으로 버무린 무제의 단상을 놓고 있는 그윽함을 보라! 늘 그 자리에 하루가 다르게 봄날의 구애가 시도 때도 없이 여백을 채우는. 2020. 8. 31.